2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코스닥 종가. [출처=연합뉴스]
이란발 지정학 리스크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단기 충격 국면을 넘어 '자산 재평가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 자체보다 이후 전개될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질서 변화가 시장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나증권은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국면은 단순한 전쟁 충격이 아니라 글로벌 질서 재편과 자산 가격 재평가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불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면전 확대 신호로 해석하기보다, 전후 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은 금융시장에 선반영되지만, 이후 나타나는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안보 변화, 투자 방향 전환이 중장기 흐름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존 투자 프레임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과거처럼 재고와 가격 사이클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두언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는 단순 경기 민감 업종이 아니라 AI 투자 사이클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여전히 사이클 종료 시점에 집중하는 것은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표에서도 변화 조짐이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수출은 가격과 물량이 동시에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닌 수익 구조 자체의 개선을 의미한다. (보고서 4페이지)
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Capital Expenditure)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서버, 네트워크 등 AI 관련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의 지속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핵심 변수도 명확해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을 "금리와 반도체 수출의 함수"로 규정했다. 금리는 주가 밸류에이션 상단을 결정하고, 반도체 수출은 기업 이익의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자산시장 구조 변화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Bank of Korea)에 따르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금융자산 특히 주식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증시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를 '초주식시대' 진입 초기 단계로 평가했다. 과거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 2000년대 후반 '바이 코리아(Buy Korea)' 국면과 유사하게 구조적 변화와 유동성 환경이 맞물리는 시기라는 분석이다.
투자 전략의 초점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언제 끝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더 오래 지속되는가'"라며 "사이클 종료보다 구조 변화 속 수혜 자산을 선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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