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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전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팔란티어 AI [AI와 함께하는 세상]

즉, 먼 곳을 꿰뚫어 보는 마법사들의 구슬처럼,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하지만 주목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챗봇의 화려한 수식어 대신, 총성과 포화가 가득한 전장에서 ‘AI...

전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팔란티어 AI [AI와 함께하는 세상]

1. 세상을 보는 돌, 팔란티어

‘세상을 꿰뚫어 보는 돌’을 뜻하는 ‘팔란티어(Palantir)’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신비한 구슬의 이름이다(Tolkien, 1954). 즉, 먼 곳을 꿰뚫어 보는 마법사들의 구슬처럼,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세상의 복잡한 현상을 통찰한다는 비전을 가진 기업이다.

마법사가 빛나는 구슬 Palantír를 향해 손을 뻗는 그림 (필자가 코파일럿으로 생성)

최근 팔란티어는 앤스로픽과의 갈등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주목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챗봇의 화려한 수식어 대신, 총성과 포화가 가득한 전장에서 ‘AI 운영시스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정보의 도서관을 세웠다면, 팔란티어는 혼돈의 전장을 읽어내는 지능형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팔란티어는 흔히 ‘AI 무기상’이라 불리지만(Current Affairs, 2024), 실은 그 이상이다. 혼돈의 데이터를 권력관계로 변환하며, 최전선에서 돌을 황금으로 바꾸는 ‘디지털 시대의 마이더스의 손’이 되었다.

기업가치 500조, 연 매출 6조(2025년)를 돌파한 팔란티어는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디즈니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전통적 우량주들과 시가총액을 다투는 AI 인프라의 거인으로 성장했다(Palantir Technologies, 2025).

“서방의 AI 무기상”으로 불리는 팔란티어, 금기의 영역에서 황금을 캔다 (필자가 코파일럿으로 생성)

팔란티어의 놀라운 성장 비결은 안보 기관과의 협력 및 전장에서의 혁혁한 공헌에 있다. CIA가 지원하는 벤처펀드 인큐텔(In-Q-Tel)의 투자를 계기로 미국의 핵심 안보 기관과 협력하며 성장했다(Scahill, 2016). 그들에게 AI 기반 정보 수집·타겟팅 플랫폼을 납품하면서 방위산업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U.S. Army, 2023).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표적 선정과 전장 판단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했고(Metz, 2023), 국방부, CIA, FBI는 물론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및 다수의 글로벌 기업으로 고객망을 빠르게 확대했다.

블룸버그와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최근 이란전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팔란티어의 ‘전쟁 데이터 플랫폼’과 앤스로픽의 ‘AI 모델’의 기술적 융합은 AI 기반 군사적 의사결정의 자동화와 작전 속도를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 안보에 이식된 AI 운영체계 : 세 가지 플랫폼

팔란티어의 진정한 강점은 데이터를 단순히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조직·장비·장소·사건에 산재한 정보를 ‘맥락 정보와 의미 있는 관계’로 재구성하는 온톨로지(ontology) 역량에 있다.

의미의 지도 온토로지(필자가 코파일럿으로 생성)

의미 지도(semantic map) 속에서 숫자와 기록이 맥락을 얻는 순간, 데이터는 저장물이 아니라 실시간 예측과 판단을 가능케 하는 ‘살아있는 정보’가 된다. 팔란티어의 주요 플랫폼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군사용 플랫폼 고담(Gotham)은 이미지, 드론 영상, 신호·센서 데이터, 생체정보, 오픈소스 첩보(OSINT) 등을 통합해 전장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한다. 이를 통해 적의 움직임 예측, 표적 식별, 병참 시뮬레이션 등 전장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위성·드론·센서를 하나의 통합 운영체계로 연결한다.

둘째, 민간·산업 분야용 플랫폼 파운드리는 기업 내부의 파편화된 시스템을 하나의 지능형 운영체계로 통합한다. IBM, AWS, MS Azure 등 글로벌 민간 기업의 내부 시스템에도 연결한다. 이는 팔란티어를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으로 부상시킨 핵심 플랫폼이 되었다.

셋째, 2023년 팔란티어는 LLM을 기업별 데이터에 연결해 분석하고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를 공개했다. 예측 모델링의 두뇌 AIP는 LLM과 직접 연동해 분석과 실행의 자동화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분석 속도와 정확성을 크게 높이며, 팔란티어를 단순 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AI 운영체계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앤스로픽과 현실 권력 간의 긴장(Stratechery BenThompson, 2026.3.2)을 챗GPT에서 재작성

3. 금기 영역에서 황금알을 낳는 사업 전략

팔란티어는 어떻게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했을까?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과 특징을 분석해 본다.

첫째, 극단의 블루오션을 추구했다. 금기의 영역은 시장의 독점권을 얻을 수 있다. 팔란티어는 보통의 기업이 두려워하는 국가안보, 첩보, 전쟁이라는 고위험의 영역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기회로 삼았다. 이는 민간 기업 스페이스X가 국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우주 발사체 산업에 진입한 것과 유사하다. 팔란티어는 고위험 분야를 오히려 ‘기회의 영역’으로 재정의하고 사업을 구축했다.

둘째, 독점 철학의 구현이다. ‘페이팔 마피아’의 거두이자 『Zero to One』의 저자인 피터 틸은 “경쟁은 패자의 게임이고, 독점이 혁신의 보상”이라는 철학으로 유명하다(Thiel, 2014). 그의 철학은 팔란티어에서 가장 선명하게 구현됐다. 경쟁이 치열한 민간 시장 대신 경쟁이 어려운 안보·국방 데이터 시장, 즉 위험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에 진입했다. 그 결과 팔란티어는 민간 기업임에도 정부의 디지털 작전실로 기능하며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셋째, 진입장벽은 신뢰 네트워크로 뚫는다. 정보기관·국방부·NATO·글로벌 방산기업과 수년간 쌓아온 관계는 기술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팔란티어는 국방이라는 특수한 맥락 속에서 데이터를 재구성함으로써, 웬만한 경쟁자가 뚫기 어려운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다. 금기의 경계를 넘은 자만 진입이 가능한 ‘극단의 블루오션’, 그곳에서 팔란티어는 황금알을 낳고 있다.

넷째, ‘생사의 전장 데이터’는 강력하다. 팔란티어는 국방, 전쟁, 의료 데이터와 같은 존망의 문제에 AI를 달았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걸린 생명의 영역을 사업 대상으로 삼고, 거기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장은 수요가 방대하고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팔란티어는 ‘죽음의 데이터’를 다룬 경험을 역으로 살려, 이제 공공 의료 영역에서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4. 팔란티어와 앤스로픽 : 대의와 실리

팔란티어의 피터 틸 vs. 앤스로픽의 아모데이 남매(필자가 AI로 생성)

오늘날 데이터는 정보가 되고, 알고리즘은 권력의 매개가 된다. 팔란티어는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알고리즘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가 결국 자본과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이들은 증명하고 있다.

팔란티어는 ‘금기의 땅’에서 황금알을 낳고 있다. 이들은 안보가 대의이자 실리, 나아가 권력이다. 팔란티어는 그 속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고, 데이터와 권력을 연결하는 새로운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모든 AI 기업의 입장이 이와 같지는 않다.

앤스로픽의 대의는 비즈니스적 실리의 추구이다. 앤스로픽은 2024년부터 팔란티어와 협력해 미 국방·정보기관에 AI 모델 ‘클로드’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2026년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수뇌부 체포 작전에 클로드가 활용됐다는 논란이 제기되며 균열이 생겼다. ‘헌법 AI’를 표방하며 윤리적 기준을 지키려 한 앤스로픽은, 경계 없는 활용을 요구하는 국가 권력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AI 기업이 단순한 기술 공급자를 넘어 전쟁과 통치를 설계하는 행위자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돌은 누가 쥐느냐에 따라 통찰의 도구가 되거나 지배의 장치가 되기도 한다.

과연 인공지능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종을 울려야 하나?

[여현덕 카이스트 G-School 원장/기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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