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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장 양상 이미 바뀐 지 오래… 국회, 이제야 '획득 속도' 푼다

또 한편에서는 '우주도 전장'이라며 국방우주법 제정을 논의했고, 다른 회의실에서는 현대차와 SK, 카카오모빌... 현대차, SK,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요구는 단순했다.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 실증...

전장 양상 이미 바뀐 지 오래… 국회, 이제야 '획득 속도' 푼다

-자폭드론·위성·AI까지, 전쟁의 시간은 ‘개발’이 아니라 ‘업데이트’로 움직인다

-감항인증 완화·국방우주법·AI 특례, 규제의 속도가 곧 국가 안보 경쟁력 됐다

한화시스템이 ADEX 2025에서 최초로 공개한 초저궤도(VLEO) 초고해상도 SAR 위성 목업 [사진=최지훈 기자]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 처음에는 전선 바깥에서 조용히 징후를 드러낸다. 값싼 드론 한 대가 수십 배 비싼 장비를 묶어 세우고, 위성은 하늘에 떠 있으면서도 가장 먼저 공격받는 눈이 된다. 공장 안에서 쓰이던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새 군수산업의 언어로 번역된다. 그 변화가 쌓이고 쌓인 끝에 어느 날 국가는 어제의 법으로는 오늘의 전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20일

국회

에서 포착된

여·야

의 움직임은 겉으로 보면 제각각이었다. 한쪽에서는

자폭용 무인기를 군용항공기 감항인증 대상에서 빼는 법안

을 냈고, 다른 쪽에서는 전북 방산기업들을 모아 소재와 센서, 드론을 묶는 지역 생태계를 이야기했다. 또 한편에서는 ‘

우주도 전장’이라며 국방우주법 제정을 논의

했고,

다른 회의실에서는

현대차와 SK, 카카오모빌리티를 불러 피지컬 AI

규제특례 특별법을 얘기했다. 그러나 조각처럼 흩어진 이 장면들을 한 줄로 꿰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회가 이제야 손대기 시작한 것은 개별 산업이 아니라, 전장과 기술이 움직이는 ‘속도’ 자체였다.

국내 개발 중인 소형 드론 [사진=뉴스로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드론을 포함한 자폭용 무인기

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은 이 무기가 더 이상 상비적 장비가 아니라, 전쟁의 계산법 자체를 바꾸는 존재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기갑 전력을 무력화하고, 고가의 방공망을 소모시키며, 상대가 대응체계를 바꾸면 곧바로 주파수와 소프트웨어, 부품을 교체해 다시 투입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속도다. 빨리 만들고, 빨리 바꾸고, 빨리 소모하는 체계. 그러나 한국의 제도는 여전히 이를 ‘항공기’의 시간에 묶어두고 있었다.

유용원 국회 국방위원(국민의힘)

에 따르면,  현행 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인증에 관한 법률은 자폭용 무인기에도 방위사업청의 감항인증을 요구한다. 항공기가 비행안전에 적합하고 지상 인원과 시설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체계의 무결성을 유지하는지를 정부가 보증하는 절차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지난해 기준을 손질해 소형 무인기의 인증 항목을 줄이고 기간도 대폭 단축했지만, 전장의 시간으로 보면 그것마저 느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자폭용 무인기는 구조적으로도 유도무기와 멀지 않다. 탄두와 신관, 표적을 찾는 센서, 추진체계를 한 몸에 붙이고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차이는 로켓모터냐 전기모터냐, 속도가 더 빠르냐 조금 느리냐에 가까운 문제다. 유도미사일은 감항인증을 받지 않는데 자폭용 무인기만 항공기처럼 묶어두는 것은 기술의 현실보다 제도의 관성이 앞선 결과였다.

자폭용 무인기 감항인증 제외 법안이 의미를 갖는 지점은 단지 절차를 줄인다는 데 있지 않다. 자폭용 무인기 시대에는 승패를 가르는 것이 장기 개발사업의 정교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설계능력과 자본력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 민첩성과 부품 조달 속도, 3D 프린터를 통한 양산 유연성이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전장에서는 비행체의 영구적 완성도가 아니라 기술 추격전에서 얼마나 빨리 다음 판으로 넘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이 개정안은 규제 완화라기보다 방산의 문법을 바꾸는 신호에 가깝다. 무기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무기에 접근하는 기업의 얼굴까지 바꾸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전북 군산조선소를 인수한 HJ중공업 영도 조선소 전경 [사진-HJ중공업]

그 흐름은 전북에서 더 선명해졌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방위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은 전주에서 미해 방산 구조 청사진을 발표했다. 전북에는 탄소소재, 광센서, 시뮬레이터, 전력솔루션, 드론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모여 있다. 하나하나 떼어 놓고 보면 중견·중소기업의 부품산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묶어서 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탄소소재는 전투기와 미사일의 몸체가 되고, 센서와 광원은 유도무기와 레이저 무기의 눈이 된다. 시뮬레이터는 운용과 검증의 기반이 되고, 전력기술은 전동화 무기체계의 심장이 된다. 전북이 가진 것은 공장 몇 개가 아니라 미래 전장의 부품 사슬이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말들도 의미심장했다. 방산 소재 인증절차의 장벽을 낮춰 달라, 최저가 위주의 입찰 구조를 바꿔 달라, 핵심부품 업체와 체계기업을 잇는 경로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모두 같은 곳을 향한다. 완제품 조립의 시대가 아니라 소재와 부품, 센서와 전력이 먼저 전쟁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방산이 거대한 체계종합 기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의 방산은 지역에 흩어진 기술기업들을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전북을 ‘작지만 강한 방산도시’가 아니라 ‘작지만 치밀하게 연결된 전략 거점’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주 논의는 그보다 더 근본적이다. 우주를 미래 산업의 무대로만 보던 시선은 이미 늦었다. 이날

유용원 국방위원이 국회에서 본격화한 국방우주법

논의는 우주를 책임과 대응의 공간으로 옮겨놓았다. 위성은 멀리 떠 있는 기계가 아니다. 감시정찰과 통신, 유도와 지휘통제의 토대다. 위성이 흔들리면 땅과 바다, 하늘의 작전이 함께 흔들린다. 실제로 북한이 우리 위성을 상대로 수차례 전파공격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우주 안보를 산업 진흥의 부속 논리로만 다루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에 가깝다.

유 위원이 건드린 쟁점은 단순하지 않다. 위성이 공격받았을 때 어디까지를 도발로 볼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대응할 것인지, 법적 책임은 어떻게 물을 것인지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여기에 국가와 군, 민간이 어떤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하는지도 함께 묻는다. 지금의 한국 법체계는 상업 우주와 산업 진흥에는 익숙하다. 그러나 우주 교전, 자산 침해, 전자전과 정보전이 얽힌 안보 문제에는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국방우주법의 성격은 분명하다. 산업을 돕는 법이 아니다. 국가가 하늘 위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정하는 법이다.

CES 2026서 공개된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사진=연합뉴스]

황정아 과방위 위원(더불어민주당)이 꺼낸 피지컬 AI

논의는 산업 정책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동시에 국방의 문제다. 현대차, SK,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요구는 단순했다.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 실증 여건 개선, 품질인증 체계 정비, 핵심 인재 유치. 겉으로 보면 기업의 숙원처럼 보이지만, 방향은 다르다. 미래 전장은 늘 민간기술의 얼굴로 먼저 열린다. 로봇이 현장에서 움직이려면 허가와 안전 기준이 필요하고, 자율주행이 고도화되려면 영상과 위치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이를 떠받칠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도 뒤따라야 한다. 이 흐름은 곧장 군으로 이어진다. 군집드론, 무인지상체계, 지능형 감시정찰은 같은 기반 위에서 움직인다. 화면 속 AI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하는 AI는 산업과 국방의 경계를 빠르게 지워가고 있다.

이날 흩어져 나온 네 갈래의 의제는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동시에 꺼내든 두 사안도 맥락은 같다. 자폭용 무인기의 감항인증을 제외하자는 것은 획득 주기를 줄여 전장 적응력을 끌어올리려는 것이고, 국방우주법 논의 역시 위성과 우주 인프라를 안보 자산으로 다시 규정하려는 시도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북에서 제시한 방산 생태계 구상은 소재와 센서, 드론과 전력을 하나의 산업으로 엮어 재편하겠다는 구상이고,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꺼낸 피지컬 AI 특별법 논의는 민간의 데이터와 로봇, 자율화 역량을 국가 경쟁력으로 더 빠르게 전환하려는 작업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K-방산

은 지금 ‘무기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를 넘어

‘얼마나 빠르게 바꾸고,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느냐’의 문제 앞

에 서 있다. K-방산의 본류가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이다.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속도를 높인다는 명분 아래 안전과 책임의 기준이 비어서는 안 된다. 감항인증을 빼는 자리에 무엇을 넣을 것인지, 우주 대응의 법적 기준을 어디까지 정교하게 설계할 것인지, AI 규제특례가 산업 진흥과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함께 붙들 것인지가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단순히 많이 파는 것을 넘어, 핵심 기술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의 문제다. 미국처럼 전략적 의미가 큰 무기와 기술의 수출에 대해서는 의회의 통제를 거치게 하는 방식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부정하기 어렵다. 전쟁은 더 이상 중후한 대형 무기체계의 시대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소모성 드론, 위성 네트워크, 센서, 데이터, 전력, 알고리즘이 한 몸처럼 엮여 움직인다. 국회가 이날 내놓은 답도 결국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미래 전장은 따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산업과 기술의 얼굴을 하고 우리 앞에 들어와 있었다.

유용원 의원

이 띄운 국방우주법 논의의 결론도 결국 같은 곳을 향했다. 우주는 더 이상 먼 산업의 공간이 아니라 전자전과 정보전이 투사되는 안보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짚었다.

김권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제도로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우주 자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운용할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영진 국방대 교수는

"우주 활동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할 범국가 차원의 데이터 수집·분석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헌주 연세대 교수도

"우주 인프라, 특히 민·군 융합 우주 인프라의 개념과 국가의 책임을 법률에 명확히 새겨야 한다"고 했다. 산업 진흥의 언어만으로는 더 이상 우주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황정아 의원

이 꺼낸 피지컬 AI 논의도 다르지 않았다. 기술은 이미 앞서가고 있는데 법과 제도는 아직 뒤에 남아 있다는 절박감이 행사 전반을 관통했다.

조정식 대통령 정무특보

는 "기술의 진보 속도를 제도와 법적 근거가 따라가지 못해 현장과 사업화가 규제에 막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박석중 SK그룹 경영경제연구소 소장

은 "한국이 하드웨어와 반도체, 제조 현장의 데이터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피지컬 AI 육성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진단하면서도 "데이터센터와 규제 완화, 민간 투자, 글로벌 표준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함께 갖춰져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짚었다.

스팟이 옷을 집어 세탁 바구니에 넣는 장면/사진제공=현대차

현장의 목소리

는 더 구체적이었다.

홍광진 현대차 로보틱스랩 팀장

은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려면 연구개발 정책, 품질 인증, 공급망 투자와 함께 테스트와 실증을 가로막는 다부처 규제부터 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면 국내 현장에서 시험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연구소 소장

도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데이터 축적량이라고 봤다. 영상데이터 활용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해외보다 장벽이 높고, 스마트폰 시대의 규제가 피지컬 AI 시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적이다. 산업이 쓸 수 있는 데이터의 통로를 넓혀야만 해외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말이었다. 국회에서 울린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였다. 우주도, 드론도, 피지컬 AI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기술은 이미 전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법은 아직 그 문턱에 서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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