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이 노조 총파업 예고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임원들을 소집해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메모리 초호황 국면에도 "지금이 경쟁력 회복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최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아직 기술 경쟁력 회복이 완전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낸드 가격 상승, 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300조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전 부회장은 외부 환경에 기대는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이재용 회장이 올해 초 임원 교육에서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언급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사업부를 향해 고객 중심 경영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항상 '을(乙)의 자세'로 고객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성과는 결국 고객이 만들어준 결과"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선 가운데, 공급 우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자만심과 공급자 중심 사고를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 부회장은 호황 국면에서도 품질 문제만큼은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고객 피드백을 제품 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SK하이닉스와의 HBM 경쟁, 글로벌 AI 메모리 주도권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 부회장은 최근 노조 총파업 예고와 관련해서도 임원들에게 흔들림 없는 경영 활동 유지를 당부했다. 그는 "회사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고 시장의 조명을 받고 있지만 경영활동은 유지돼야 한다"며 "각 사업부가 본연의 경영 활동만큼은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사태와 무관하게 생산라인 안정 가동과 공급망 신뢰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메모리 호황에도 상당한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 장기화 시 생산 차질과 고객사 이탈, 기술 경쟁력 약화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40조원을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조 측 역시 생산 차질 피해 규모를 20조~3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도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급 안정성과 생산 차질 여부를 직접 문의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경쟁과 노사 갈등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이번 파업 사태 장기화 여부가 삼성 반도체 경쟁력 회복 흐름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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