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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력망 전장화 시대··· 중동 전쟁이 앞당긴 에너지·철강 대전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가 수요 예측·부하 분산을 수행하고, 디지털 트윈이 사고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증한다. 배전망 단위 자동화(FLISR)와 결합될 경우 복구 시간 단축 효과도...

전력망 전장화 시대··· 중동 전쟁이 앞당긴 에너지·철강 대전환

중동 전쟁서 중앙집중형 전력망 구조적 취약성 노출

두산·SK·포스코··· SMR·수소·특수강으로 밸류체인 재편

미국·유럽·일본, 초국경 네트워크·공급망 재편 사활

중동발 지정학적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산업의 전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중동발 지정학적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산업의 전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값싸고 효율적인 전력 생산을 최우선으로 하던 기존 질서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끊기지 않는 전력과 공격에도 버티는 시스템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주요국은 국가 전력망을 전략 자산이 아닌 전략 표적으로 재정의하고 방호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앙집중형 발전·송전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분산형 전원, 저장, 디지털 운영을 결합한 새로운 전력 아키텍처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중앙집중형 전력망 한계··· 마이크로그리드 확산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발전소와 초고압 송전망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했지만 단일 장애점(SPOF)을 만든다는 한계를 동시에 노출했다. 전력망 교란, 물리적 타격, 사이버 공격 등이 결합될 경우 연쇄 정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구조화됐다.

이에 따라 군사기지, 데이터센터, 병원, 반도체 공장, 항만 등 전력 무중단이 필수인 시설을 중심으로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계통과 분리된 상태에서도 자립 운전이 가능해 위기 시 피해를 국지화할 수 있다.

기술 축도 고도화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가 수요 예측·부하 분산을 수행하고, 디지털 트윈이 사고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증한다. 배전망 단위 자동화(FLISR)와 결합될 경우 복구 시간 단축 효과도 크다. 일부 국가는 재생에너지 단지를 묶어 가상발전소(VPP)로 운영하며 사실상의 분산형 기저전원을 구현하고 있다.

SMR·수소, 분산형 에너지 핵심축 부상

분산형 에너지 핵심축으로 소형모듈원전(SMR)과 수소가 부상한다. SMR은 수동안전계통과 지하 설치 등 설계 옵션을 통해 외부 충격 대응력을 높일 수 있고, 모듈 제작으로 공사 기간과 비용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인허가 패스트트랙과 금융 지원을 병행하며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동유럽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형 단조·주기기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SMR 공급망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원자로 용기, 증기발생기 등 핵심 기자재에서 레퍼런스를 축적하며 티어1 서플라이어로의 위상을 강화하는 구도다.

수소는 저장과 운송이 가능한 에너지 캐리어로서 분산형 체계의 간헐성을 보완한다. SK는 블루수소에서 그린수소로 이어지는 전환 경로를 설정하고 액화수소 플랜트, 연료전지 발전, 충전 인프라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도심 설치가 가능하고 열·전기 병합(코제너레이션) 효율이 높아 분산 전원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SMR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수소 생산, 수소 저장 후 피크 시간대 재발전으로 이어지는 전력-수소 하이브리드가 부상하고 있다. 장주기 저장 수단으로서 ESS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공격에도 버티는 전력망 구축 경쟁 본격화

에너지 인프라의 재설계는 소재 수요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고온, 고압, 방사선, 수소 환경을 견디는 고기능성 강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이다.

포스코는 수소 취화 방지강, 고내식·고강도 강재, 원전용 소재 인증을 확대하며 에너지용 특수강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수소 저장탱크·배관용 강재는 미세조직 제어와 합금 설계가 핵심이다. 장기 내구성과 안전 인증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시설 방호용 방폭, 방탄 고장력강 수요도 증가세다. ESS 화재·폭발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물리적 공격 대응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SMR용 소재는 초내열·내방사선 특성을 동시에 요구해 기술 난도가 높다.

현대제철 역시 특수강 라인업을 확대하며 에너지·방산향 소재 비중을 늘리고 있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는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범용재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에너지 안보 경쟁 본격화··· 투자·규제 전면전

미국과 유럽은 CFE를 축으로 보조금, 세제, 금융을 결합한 산업 정책을 가동하고 있으며 동맹 내 공급망 재편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빅테크 기업들은 24/7 CFE 달성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SMR 투자, 장주기 저장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해저 케이블과 수소 운송망을 결합한 초국경 에너지 네트워크를 검토 중이다. 중동은 석유 수출국에서 수소, 암모니아 수출국으로의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에너지 패권의 축이 자원 보유에서 공급망 통제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다만 SMR은 인허가 표준화와 금융조달 구조가 상용화 속도를 좌우하고, 수소는 생산 단가와 운송 인프라 구축 비용이 병목으로 지적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초기 설비투자(CAPEX)와 표준 부재, 계통 연계 규칙 정비가 필요하다. 사이버 보안과 물리 보안을 통합한 그리드 보안 아키텍처 구축도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에너지 경쟁력의 기준이 가격에서 지속성으로 이동했다”며 “발전, 저장, 소재, 디지털을 통합한 수직적 역량을 확보한 국가와 기업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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