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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라 Insight] 전주 덕진공원, 조선시대땐 용왕제 올리기도

전주 한옥마을이 자리를 잡기도 전, 전주를 대표하는 명소였던 공간이 있다. 바로 덕진공원이다. 전주 시민들에게 덕진공원은 친근한 이름이기도 하고, 어떤 경로든 한 번쯤은 거쳐가 본 공간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호수 위를 수놓고, 저 멀리 오리보트가 돌아다니던 곳.

[전라 Insight] 전주 덕진공원, 조선시대땐 용왕제 올리기도

1952년 덕진공원_전주시민기록관_기증자 박준상

전주 한옥마을이 자리를 잡기도 전, 전주를 대표하는 명소였던 공간이 있다. 바로 덕진공원이다. 전주 시민들에게 덕진공원은 친근한 이름이기도 하고, 어떤 경로든 한 번쯤은 거쳐가 본 공간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호수 위를 수놓고, 저 멀리 오리보트가 돌아다니던 곳.

요즘의 덕진공원은 그 모습이 사뭇 달라졌다. 호수를 양분하던 커다란 현수교가 그 모습을 바꾸고,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은 들러봐야한다는 도서관이 들어서면서다.

전주 시민들의 오랜 쉼터이자 유원지, 지금은 전주를 찾는 이들이 한 번쯤은 들러보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덕진공원’의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1974년 덕진공원_전주시민기록관_기증자 김순영

▲전주의 역사와 함께 숨 쉬어 온 쉼터

지금은 시설이 개편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덕진공원은 본래 한옥마을보다도 전주를 대표하는 명소였던 공간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이전 덕진공원 정문인 연지문을 들어서 3층 석탑과 화단을 지나면 시야가 탁 트이며 하늘 아래 맞닿은 호수의 풍경, 그리고 그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현수교의 모습이 펼쳐졌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덕진공원’이라고 하면 시민들이 떠올리는 풍경은 그랬다.

공원의 중심부, 사실 공원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호수의 이름은 덕진호, 아주 옛날 ‘덕진지(德眞池)’, 덕진연못이라고도 불렸다는, 전주와 오랫동안 함께 숨쉬어 온 공간이다.

여름철 아름다운 연꽃 무리가 인상적이어서 ‘덕진채련’, 전주 8경으로도 꼽히는 이 호수는 시간이 흐르며 전주 곳곳에서 보이는 ‘덕진’이라는 이름의 뿌리가 되었다.

호수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다.

후백제의 견훤이 나라를 세우면서 도성을 방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과거 도선국사가 축조했다는 설도 있지만 기록상에서는 고려시대부터 나타난 자연 호수로 알려졌다.

조선시대에는 이 호수에 제방을 쌓으며 ‘덕진제’라고도 불렸고, 과거 조선 초기 용왕제까지 열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말 그대로 전주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쉰 공간이었던 셈이다.

1989년 덕진공원_전주시민기록관_기증자 소미화

▲일상의 휴식처부터 소풍 장소까지, 옛 덕진공원의 추억

처음 공원이 들어선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원의 모습을 갖추기 이전, 호수 인근은 그저 농촌 풍경에 가까웠으나 산책로를 만들고 연꽃을 심으며 경관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아는 ‘공원’의 모습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시민공원결정이 고시된 이후로, 이후 1998년을 기점으로 해서 시민들이 기억하는 ‘덕진공원’의 모습이 갖춰지게 되었다.

그 시절 호수의 북쪽에는 보트장이 있었다. 시민들은 보트에 올라 수양버들이 길게 머리를 내린 호수의 모습을 감상하고는 했다. 목제였던 보트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오리 모양으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90년대를 넘어 2000년대까지도 호수에서는 이따금 오리 보트를 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덕진공원이 개편되며 자취를 감추었지만, 당시의 흔적은 미소와 함께 찍힌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공원이 형성되면서 호수 중앙에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아치형 현수교가 설치되었다. 그 위에서 시민들은 호수의 아름다운 정취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었다. 이후 설치된 탐방로 데크 역시 연꽃이며 수양버들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해주었다.

1965년 덕진공원_전주시민기록관_기증자 권용근

덕진공원은 봄에는 수양버들과 벚꽃, 5월의 창포, 여름의 연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고, 그 아름다움으로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름철 연꽃이 한창 만개할 무렵이면 어김없이 수많은 이들이 현수교에 올라 호수의 모습을 감상하기도 했다.

과거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편안한 미소와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이 공간이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시원한 소리와 함께 음악 소리를 따라 흔들리는 분수며 중앙에 있었던 연화정도 즐거운 볼거리이자 휴식공간으로 기능했다.

호수 외에도 공원에는 지역의 현대문학을 개척하고 전북문학사를 빛낸 문인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 동학운동을 주도한 전봉준의 동상과 손화중·김개남의 추모비, 법조 3성(김병로·최태규·김홍섭) 동상들이 위치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찾아오는 명소로도 이름이 높았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추억으로도 막을 수 없는 법이다. 노후화된 시설과 도시화·기후변화가 낳은 수질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덕진공원을 찾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시민들의 추억 한쪽으로 밀려났다.

▲석교 위에 핀 한옥 도서관, 다시 사람과 자연을 품다

지금 덕진공원의 모습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넓은 호수 위로는 이제 펼쳐진 전통 돌다리 형태의 다리가 가로지르고, 그 중앙에는 아담한 한옥 도서관이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맞는다.

그러던 덕진공원에 새바람이 불었다. 2010년대 들어 한옥마을과 연계한 관광지 육성 등을 위해 재정비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2015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던 연화교 등도 전통 석교 형태로 전주만의 매력을 살렸고, 이외에도 연화정 도서관 건립을 비롯한 여러 개편을 거치면서 전주 특유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개편 이후 SNS 등지에서는 ‘전주에서 꼭 가봐야 할 곳’ 가운데 하나로 덕진공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과거의 연화교와 다르게, 지금의 석재 연화교는 단단하게 발 아래를 받쳐주며 시민들이 호수에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고즈넉한 한옥 모습을 한 연화정 도서관도 도서관 공간인 '연화당'과 문화 공간이자 쉼터 역할을 하는 '연화루', 그리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책들을 갖춘 채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변화는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2020년대 들어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동물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질이 개선되면서 수달과 남생이, 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들도 차츰 덕진공원에 발을 들였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세월이 흐르며 공원의 풍경과 모습은 달라졌지만, 덕진공원이 전주 시민들에게 주는 의미만큼은 변함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현수교 위에서 연꽃을 바라보던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한옥 도서관 안을 거니는 추억 한 장으로 남게 될 것이다. 올해 연꽃이 지기 전, 과거와 현재가 다정하게 오가는 덕진공원에서 그 교차점에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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