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통합은 했지만…공무원 사회는 지금도 ‘부글부글’
옛 광주시·전남도 직원 인사·근무지·청사 간 업무 둘러싼 신경전
서로 다른 조직문화·인사 체계 갈등 최소화 시켜 하나로 묶어내야
2026년 08월 23일(일) 19:40
23일 전남광주시 광주청사 1층 로비에 전국 공무원 노동조합 광주지역 본부가 내건 조직개편 반대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전남광주시가 출범 50여일 만에 첫 조직개편안을 내놓고 조직 안정화에 나섰지만, 통합 행정을 이끌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인사와 근무지, 청사 간 업무 비효율을 둘러싼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나의 특별시’라는 외형은 갖췄지만 옛 광주시와 전남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초기 주도권을 쥐느냐”는 경쟁심까지 불붙으면서 화학적 통합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조직개편 방향과 승진, 노조 대응 등을 놓고 상대 청사를 의식하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미래가 불확실한 본청을 떠나 사업소나 직속기관, 기초자치단체와의 인사교류를 희망하는 불안정한 기류 등도 감지되고 있다.
◇첫 통합인사 시험대= 통합시는 최근 5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3·4급 공무원을 각각 1~5순위로 적도록 하는 설문을 실시했다. 앞서 3·4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5급까지 확대한 것이다. 시는 협업 관계와 업무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자료라는 입장이지만, 노조 안팎에서는 서로 잘 모르는 옛 광주·전남 공무원들이 결국 기존 인맥을 중심으로 추천할 수밖에 없어 ‘인기투표’나 ‘줄 세우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가직인 행정부시장으로 통합 직전 전남도 행정부지사였던 황기연 부시장이 취임하면서 광주청사 일부 공무원 사이에서는 향후 승진·보직 인사가 무안청사 쪽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황 부시장은 지난 2월부터 전남도 행정부지사로 근무하다 초대 행정부시장에 임명됐다. 다만 이는 현재 구체적인 인사 결과로 확인된 사안이 아닌만큼 첫 통합인사를 앞둔 조직 내부의 심리적 우려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인사 기준과 결과를 얼마나 투명하게 제시하느냐가 인사 신뢰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 균형 배치’냐 ‘나눠주기식 기능 약화’냐= 청사별 기능 배치도 갈등의 불씨다. 시가 21일 입법예고한 조직개편안은 현행 4실·7본부·24국을 4실·8본부·27국으로 확대하고 기획·예산·총무·인사·감사 등 기관 유지 기능을 3개 청사에 나누는 내용을 담았다. 행정문화부시장은 광주청사, 균형발전·기본사회부시장은 무안청사, 산업경제부시장은 동부청사에 배치한다.
시는 종전 근무지 보장과 인사상 불이익 방지를 강조하지만, 광주에서는 핵심 기능 축소와 인력 유출을, 전남에서는 주요 기능의 광주 쏠림을 경계하는 상반된 시선이 여전하다.
결국 한쪽이 말하는 ‘균형 배치’가 다른 쪽에는 ‘기능 약화’로 받아들여지는 구조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직접적인 불편은 이동거리다. 통합 이후 각종 현안 회의가 광주와 무안청사를 오가며 열리면서 회의 한 번을 위해 왕복 1시간30분~2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도체 국가산단과 군공항 이전, 국립의대, 내년도 국비 확보 등 굵직한 현안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작 일할 시간보다 이동에 행정력이 소모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출장·차량 운행 비용은 물론 이동 중 결재와 민원 대응이 늦어지는데 따른 보이지 않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영상회의 확대와 청사별 전결권 정비 등 업무방식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3개 청사 균형 운영’이 행정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도 ‘광주냐 전남이냐’= 정체성을 둘러싼 신경전도 진행형이다. 전남광주시의회에서는 현행 법정 약칭인 ‘광주특별시’를 ‘전남광주특별시’로 변경해 ‘전남 소외감’과 ‘흡수통합’ 오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으로 특별법 개정안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행 특별법이 이미 공식 명칭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약칭을 ‘광주특별시’로 명확히 정하고 있는 만큼 합의와 법률에 따라 광주특별시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 정치권도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정식 명칭과 약칭을 이같이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통합시 명칭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광주특별시라고 부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까지 법정 약칭을 사용한 상황에서 행정 내부가 다시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통합 당시 합의를 되돌리고 불필요한 지역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광주시의 한 간부 공무원은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인사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하나로 묶어내느냐가 통합시정의 조기 안착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면서 “특히 조만간 있을 첫 조직개편과 인사는 민형배 시장의 ‘광역행정 리더십’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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