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오는 7월 1일 출범한다.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행정체계로 묶는 큰 변화지만, 통합의 성패는 제도적 결합이 아니라 시민과 도민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느냐에 달려 있다. 교통, 일자리, 정주여건, 의료·복지, 문화·관광까지 일상 속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통합 효과도 체감되기 어렵다. 본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또 어떤 과제를 풀어야 하는지 짚어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28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늘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광주에서 전남으로 병원을 가고, 전남에서 광주로 공연을 보러 오고, 출퇴근과 통학을 하려는 순간 두 지역은 하나가 아니었다. 승용차 없이 버스로 이동하기엔 오랜시간이 걸렸다. 광주시·전남도민의 정서적인 마음은 같았지만 행정은 끊겨있었다.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는 이런 경계를 하나의 틀 안에 묶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통합은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섰다. 시민과 도민들의 궁금증은 ‘통합이 정말로 되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로 모아진다. 통합의 성패는 행정적으로나 지도 위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광주와 전남에선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청년정책 확대, 산업 육성, 광역교통망 정비, 공공의료 연계, 문화·관광 활성화, 농어촌 지원까지 분야도 넓다.
특별법안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전남도와 광주시를 폐지하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설치하도록 하면서, 그 목적을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인공지능·에너지·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과 농어업의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는 데 두고 있다. 또 통합특별시는 권역별 균형발전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통합 전 시·군이 수행하던 사무와 권한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통합이 한쪽 흡수나 일방적 재편이 아니라 생활권 확대와 균형발전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뜻이다.
교통·일자리·복지…시민 체감 변화 관건
문제는 제도 설계보다 체감이다. 특별법이 정의한 광역생활권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다. 통합특별시장은 이 광역생활권을 지정할 수 있고, 그 공동사무에는 도로망 구축과 대중교통 행정, 공공시설 설치·운영 등이 포함된다. 통합이 줄여야 할 것은 행정구역의 선 그 자체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치르는 ‘경계 비용’이다. 광주에서 전남으로 가는 시간, 환승 불편, 서비스 접근성 차이, 생활권 단절이 그대로라면 통합은 외형만 커진 행정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6세종시 반곡동 국책연구단지 BRT 정류장에 간선급행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때문에 첫 번째 시험대는 교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생활권이라고 부르려면 가장 먼저 이동 시간이 줄고 이동 약자의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 현재는 광역교통에 저상버스가 단 1대도 없다. 특별법안은 대도시권 광역교통 개선사업, 도로사업, 도시철도 사업, 간선급행버스체계 특례, 대중교통 운영 지원을 별도 조항으로 두고 있다. 후보들이 어떤 구호를 내놓든 시민이 먼저 확인하게 될 변화는 주청사 위치가 아니라 버스와 철도, 환승과 배차, 병원과 학교, 일터를 오가는 길이 실제로 가까워졌는지일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수도권 청년 유출을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로 짚었다. 청년을 잠깐 끌어들이는 정책만으로는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반복 이동과 수도권 회귀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청년 정착을 ‘일-삶-락-연’의 선순환으로 설명했다. 일자리가 있어도 주거와 생활 기반이 불안정하면 머물기 어렵고, 주거가 안정돼도 문화와 관계망이 약하면 다시 떠날 수 있다는 뜻이다.
29일 오전 광주 북구 창억떡 중흥본점에 호박인절미를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줄이 늘어져 있다.
버스 환승·떡지순례까지… 달라질 주말 풍경
이 지점에서 전남광주 통합 논의가 흔히 빠지는 함정도 드러난다. 기업 유치, 산업 육성, 청년정책 확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 조사에서 청년이 지역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사업’으로 45.4%였고, 주거지 이슈가 23.1%, 교육·보육 및 가족 이슈가 14.8%였다. 비수도권 청년은 특히 낮은 임금과 복지 미흡, 문화적 기회 제한, 불편한 교통 인프라를 단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역에 일자리가 조금 생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일자리가 정주로 이어질 조건까지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청년 경유지’와 ‘청년 정착유보지’ 개념은 전남광주 통합에도 시사점이 크다. 일자리는 있으나 삶과 문화 기반이 약한 지역은 청년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경유지’가 되고, 생활·문화 기반은 있으나 일자리가 약한 지역은 정착을 망설이는 ‘유보지’가 된다. 결국 통합특별시가 해야 할 일은 청년을 한 번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광주의 일자리와 전남의 공간, 전남의 관계망과 광주의 문화·교육 자원을 어떻게 한 생활권 안에서 엮어낼지 설계해야 한다. “여기서 일할 수 있다”를 넘어 “여기서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복지와 의료도 통합 효과를 가늠할 핵심 축이다. 특별법안에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지방의료원 운영 특례, 응급의료 취약지 지원, 돌봄특구, 주민 기본생활 지원, 우수 인재 정주를 위한 교육환경 개선 등이 담겼다. 다만 법은 동시에 통합 전 수립·시행된 도시, 교통, 복지 등 행정서비스가 새로운 계획이 마련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고 해서 곧바로 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출범 직후 더 중요해지는 것은 조직 통합보다 서비스 재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응급실까지 걸리는 시간, 돌봄 공백, 아이를 맡길 곳, 노인을 돌볼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시민 평가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경유지 아닌 ‘정착지’로, 통합 진짜 시험대
문화도 빠질 수 없다. 특별법안은 종전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브랜드 정체성을 계승·발전시키도록 했고, 문화예술 진흥, 지역문화 진흥거점, 관광산업 육성, 관광특구, 역사문화 중심도시 조성,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 지원까지 폭넓게 담았다. 통합특별시가 시민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행정구역이 넓어졌다”가 아니라 “주말이 달라졌다”는 체감이 나와야 한다. 공연과 전시, 축제와 여행, 생활문화와 상권 소비가 광주와 전남을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동선으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창억떡이 광주의 명물로 화제몰이를 하고 있는 만큼 화순 기정떡, 영광 모싯잎송편 등 떡지순례 코스를 만들어 전남·광주에 체류할 수 있도록 관광거점 인프라도 조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처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시점은 7월 1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법은 이미 넓은 권한과 수많은 특례를 열어뒀다. 하지만 시민의 체감으로 연결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광주와 전남을 오가는 길이 더 가까워졌는지, in 서울이 아닌 in 광주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생겼는지, 병원과 돌봄이 나아졌는지, 문화와 여가는 더 풍성해졌는지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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