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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 인류가 일으킨 기후재난, 청구서는 네팔로 밀려왔다

네팔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채 되지 않는다.

전 인류가 일으킨 기후재난, 청구서는 네팔로 밀려왔다

누적 탄소배출량, 세계의 0.01%

히말라야 아래, 기후위기 최전선

세계 최빈국을 덮친 기후 불평등

재해 복구비 50억달러 소요 예상

네팔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채 되지 않는다. 국제연구단체 세계탄소프로젝트(GCP)에서 파악한 세계탄소예산(Global Carbon Budget) 데이터를 보면 네팔의 2024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의 0.05%, 산업화 이후 누적 배출량으로는 0.0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팔은 탄소 배출과 거리가 멀지만, 기후위기와는 바짝 붙어 있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무너져내린 대형 빙하가 초래한 네팔 대홍수는 기후위기 최전선에 내몰린 네팔의 절박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번 참사는 중국·미국 등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을 주도하며 지구를 데운 결과가 기후위기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네팔 주민들을 덮친 기후 불평등의 단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숨니마 우디스 네팔 국회의원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 인터뷰에서 “네팔은 자신이 만들지 않은 위기에 터무니없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하고 있는 빙하 시스템의 하류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네팔의 시인 아비 수베디는 카트만두포스트 칼럼에서 “세계는 지켜보고, 듣지만, 행동하지는 않는다. 기후위기는 강대국과 약소국 모두가 되풀이해온 말”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의 탄소 배출은 우리 같은 강변 정착촌을 다양한 재난에 내몬다”고 비판했다. 히말라야산맥의 아래에 자리했다는 이유로, 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의 위험을 고스란히 네팔이 짊어지고 있다는 취지다.

실제 네팔이 겪는 기후위기는 매우 직접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지구와 행성 변화’(Global and Planetary Change)에 게재된 연구를 보면 이번 재난이 발생한 랑탕 지역의 빙하 면적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녹아내린 빙하가 잘게 쪼개지면서 빙하의 개수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얇아진 얼음층이 쉽게 갈라지면서 암석을 드러내고, 더 빠르게 녹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온난화로 빙하의 분열·단절로 인한 침식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상세한 지역적 평가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산악지대의 9만5000여개에 달하는 빙하는 붕괴와 눈사태, 홍수 등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평가된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들은 기후위기의 위험을 눈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툴 싱 구룽 네팔 국립산악가이드협회 회장은 뉴욕타임스에 히말라야 전역에서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며 “산들이 검게 변하고 있다. 모든 산이 낙석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 대응의 경제적 부담은 불평등하게 부과된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네팔은 재난 대응과 향후 대비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스와르님 와글 네팔 재무부 장관은 이번 재난의 복구 비용으로 40억~50억달러(약 5조5000억~6조9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재난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질 기후위기 불평등을 예고한 사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벤저민 호튼 홍콩성시대 에너지환경대 학장은 지난 28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번 홍수와 산사태, 혹은 폭염 같은 극단적 유형의 재난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네팔 정부도 기후위기 불평등의 피해자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은 이날 “네팔 국민은 변화하는 기후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국제사회가 히말라야 생태계 보전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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