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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정난 속 ‘예산 절감’?…결국은 ‘혈세 투입’ [오상도의 경기유랑]

추미애 지사의 민선 9기 경기도가 새로운 도정 슬로건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공개했다.

‘미래가 있다, 경기가 잇다’…추미애 도정, 민선 9기 새 슬로건 공개

단체장 바뀔 때마다 경기도 브랜드·BI 교체…억대 용역·교체비 논란

2005년 ‘세계 속의 경기도’→2021년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

2022년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민선 9기 ‘無용역·순차 교체’

재정난 속 차별화 나섰지만…‘혈세 투입’은 결국 ‘시간의 문제’

추미애 지사의 민선 9기 경기도가 새로운 도정 슬로건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공개했다. 핵심 가치인 ‘공정·혁신·포용’을 시각화하면서 동시에 최소 비용 투입을 약속했지만 내년 2조원 넘는 가용재원 축소로 당장 민생·복지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도가 지사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새 슬로건과 시각물을 내놓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잡음이 예상된다.

추미애 지사가 ‘ㄱㄱㄷ’ 상징물이 인쇄된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는 27일 새 도정 슬로건인 ‘미래가 있다, 경기가 잇다’를 발표하고, 도정 핵심 가치를 시각화한 상징 이미지를 함께 선보였다.

새 슬로건은 1420만 도민의 미래 삶터인 도가 앞장서 더 밝은 미래를 이어가겠다는 비전과 의지를 담았다. 공개된 BI는 세 가지 도형과 색상으로 도정 철학을 시각화했다. 사각형은 치우침 없는 ‘공정(파랑)’, 우상향 화살표 모양의 삼각형은 뻗어 나가는 ‘혁신(하늘)’, 원은 모든 도민을 품는 ‘포용(초록)’을 상징한다. 명함·현수막·백월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응용 디자인이 담긴 BI 매뉴얼도 이날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선 9기 도정 슬로건인 ‘미래가 있다, 경기가 잇다’

◆1420만 도민 연결 의지…‘공정·혁신·포용’ 형상화

이번 발표는 당초 지난 7일 추 지사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의회 예산안 처리 진통에 따른 회견 연기로 순연됐다.

도는 엄혹한 재정 여건을 고려해 슬로건 개발에 별도 용역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자체 인력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재명 전 지사 시절 조례를 거쳐 제정된 기존 한글 초성 ‘상징물(ㄱㄱㄷ)’은 그대로 두고 슬로건과 BI만 교체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시설물과 공문서의 불필요한 전면 교체를 지양하고, 슬로건 위주로 자연스러운 순차 교체에 나서 혈세 낭비 논란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슬로건·BI의 구체적 활용 방안과 관련해선 아직 명확한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어려운 재정 여건을 고려해 예산 절감 기조를 지킬 것”이라며 “민선 9기 도정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차만 있을 뿐 슬로건·BI 교체 비용 자체는 상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도시 관문 및 주요 진입도로 안내판, 공공기관 서식 및 홍보물 정비 외에 현수막·명함·간판·시설물·공문서 등의 교체가 예상된다.

1만대 넘는 시내·시외·마을버스와 공공차량, 공공기관, 시·군 청사, 동 주민센터, 보건소 등에 새겨질 슬로건·BI 교체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최소 수십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시기가 언제냐는 문제만 남았다.

2005년 손학규 지사 시절 상징물인 ‘세계 속의 경기도(Global Inspiration)’

◆상징물 교체, 조례 개정의 ‘벽’…의회 심의가 분수령

앞서 도는 민선 7기 이재명 지사 시절인 2021년 슬로건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을 선보이며 기존 상징물이자 슬로건 ‘세계 속의 경기도(Global Inspiration)’를 대체했다. 이때 영문 슬로건은 ‘고 그레이트 경기(Go Great, Gyeonggi)’로 바뀌었다.

‘세계 속의 경기도’는 2005년 손학규 지사 시절 제정돼 가장 오랜 기간 도민과 함께한 브랜드이다. 동북아 중심지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의지를 반영했다.

해당 슬로건은 김문수·남경필 지사 시기를 거치며 무려 16년간 도청 청사, 공문서, 각종 도로 표지판 및 시설물 전반에 활용됐다. 브랜드 개발 및 컨설팅 용역에만 수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 초성을 직관적으로 시각화한 ‘ㄱㄱㄷ’ 상징물이 내걸린 경기도 광교 청사

201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급변한 시대상과 도민 중심의 공존·친환경·평화 가치를 담아내기에 이 표현은 다소 모호하고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는 대표 상징물과 슬로건을 전격 교체했다. 이때 도입된 상징물은 경기도의 한글 초성을 직관적으로 시각화한 ‘ㄱㄱㄷ’이었다.

2021년 이재명 지사 시절 슬로건인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

상단 초록색은 자연과 공존, 친환경, 평화, 그리고 하나의 길로 곧게 뻗어 나가는 경기도를 표현했다. 하단 파란색은 신뢰와 미래가치, 유연하면서도 강직한 정체성을 담아냈다. 영문 슬로건으로는 ‘Go Great, Gyeonggi’를 채택했다. 핵심 가치는 ‘공정·공존·신뢰’였다.

도정 슬로건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과 결합하며 파격적 한글 초성 디자인은 안팎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브랜드 연구용역, 디자인 개발, 도민 인지도 조사 등으로 5억여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되며 비판이 일었다. 이에 민선 7기 경기도는 조례 제정 및 도로·청사 표지판 교체 등에 행정 예산을 집행하면서 ‘전면·일시 교체’가 아닌 ‘수시·순차 교체’ 방식을 채택해 비용 부담을 다소 줄였다.

민선 8기 김동연 지사 때는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로 슬로건만 교체했다.

2022년 김동연 지사 시절 만든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 슬로건

◆서울·인천도 단체장 교체 따라 브랜드 개편

경기도가 슬로건·BI와 달리 쉽게 대표 상징물 교체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 외에 까다로운 절차 때문이다. 의회 심의와 공포라는 조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징물을 신규 제정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선 ‘상징물 관리 조례’ 개정이 필수다. 도 집행부 홍보기획관 등에서 대표 상징물 개발안을 마련한 뒤 입법예고를 거쳐 도의회에 조례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어 상임위 심의 및 본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및 적용된다. 조례 개정안 공포 후에는 청사 간판, 공문서 서식, 각종 도로·안내 표지판, 도유 시설물 등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인근 수도권 지자체인 서울시의 경우 2015년과 2023년 대대적 슬로건·브랜드·디자인 교체가 이뤄졌다. 당시 전문가 컨설팅 용역비와 선포식 행사에는 3억∼1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에선 브랜드 발굴 및 전문가 자문, 디자인 연구용역비로 약 3억~4억원, 시설물 교체에 15억원 안팎의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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