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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벌 3세 경영㉚] AI 시대, 재벌은 무엇으로 미래를 증명할 것인가

오픈AI,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기반으로 산업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 재벌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감의 경영...

[재벌 3세 경영㉚] AI 시대, 재벌은 무엇으로 미래를 증명할 것인가

혈통보다 성과…3세 경영의 미래 경쟁력은 '지배력' 아닌 '신뢰'

폐쇄형 재벌 모델, AI 시대 한계에 직면...미래 좌우할 변수는

총 30회에 걸쳐 한국 주요 기업집단의 3세 경영과 승계 구조를 살펴보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한국 재벌의 미래 경쟁력은 단순한 지분 승계가 아니라, 급변하는 산업 질서 속에서 어떤 혁신과 신뢰를 증명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산업화와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었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한국 경제의 기반을 세운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그 이면에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낮은 지분율을 통한 지배력 행사, 일감 몰아주기, 기술 탈취, 편법 승계, 계열사 간 이해상충 등 구조적 문제 역시 존재해 왔다.

과거에는 창업주의 후계자라는 사실만으로 경영권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 시장과 사회는 훨씬 더 냉정하다. 후계자는 더 이상 혈통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는다. 주주는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임직원은 공정한 조직문화와 성과급을 기대하며, 소비자는 윤리적 경영을 원한다. 사회는 책임 있는 리더십을 기업의 핵심 조건으로 바라본다. 결국 오늘날 3세 경영의 본질은 ‘상속’이 아니라 ‘검증’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신뢰’가 곧 기업 경쟁력인 시대

물론 한국 재벌 특유의 오너 경영 체제는 분명한 장점도 보여줬다. 빠른 의사결정과 장기 투자, 위기 상황에서의 강한 책임 경영은 반도체·조선·에너지·바이오와 같은 대규모 장치 산업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됐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짧은 시간 안에 추격과 초격차를 동시에 이뤄낸 배경에는 이런 집중형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었다.

AI 시대에는 경험과 감각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정확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사진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그런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시장은 오너 일가의 지분율보다 기업이 얼마나 높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독립적 이사회, 공정한 승계 절차, 소액주주 보호, 윤리적 의사결정 체계는 더 이상 규제 대응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가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재무제표뿐 아니라 거버넌스 수준과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까지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로 삼고 있다. 결국 21세기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공장이나 설비, 자본만이 아니다. 사회적 신뢰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AI 시대, 재벌은 근본적 전환점에 섰다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경영 환경은 과거 산업화 시대와 완전히 달라졌다.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과 생산·유통·고객관리 체계 전반을 재편하는 새로운 산업 질서로 자리잡았다. 오픈AI,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기반으로 산업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 재벌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 ‘감의 경영’에서 데이터 기반 경영으로의 전환

과거 재벌의 성공은 창업자와 오너의 직관과 결단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경험과 감각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정확성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경영 판단, AI 기반 수요 예측과 공급망 최적화, 투자 리스크 조기 탐지 체계 구축 등 ‘증거의 경영’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둘째

, 폐쇄형 계열 구조에서 개방형 협력 구조로

재벌은 오랫동안 내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AI 혁신의 핵심은 연결과 협력이다. 폐쇄형 조직은 느리지만, 개방형 생태계는 빠르게 진화한다. 앞으로는 스타트업 단계부터 유망 기업에 투자하거나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 글로벌 AI 기업과의 공동 개발 및 전략적 제휴 역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AI 홈 플랫폼. AI 기반 연결 생태계가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LG 제공)

셋째

, 제조기업에서 데이터 기업으로의 진화

조선·에너지·식품·유통 등 전통 제조업 역시 데이터 중심 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이 시장 질서를 재편하는 현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와 자율 운영 시스템, 디지털 트윈, 개인화 마케팅 등 AI 기반 경영 체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 낫으로 하던 작업을 컴바인이 대체했던 것처럼, 기업 경영 역시 AI 기반 자동화와 초효율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넷째

, 가족 중심 승계에서 글로벌 인재 중심 체제로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다. 재벌 역시 혈연 중심 구조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인재와 협업할 수 있는 체제로 변화해야 한다. 중요한 질문은 더 이상 “누가 후계자인가”가 아니다. “누가 가장 뛰어난 팀을 만들 수 있는가”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다섯째

, 기술 경쟁력과 함께 윤리·사회적 책임 강화

AI는 개인정보 보호와 독점 문제, 알고리즘 편향, 노동시장 변화 등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동반한다. 따라서 데이터 보호 체계 구축과 공정 경쟁 질서 유지, 노동 전환 지원과 사회적 책임 이행은 기업이 반드시 감당해야 할 핵심 과제다.

재벌의 다음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번 연재는 단순히 재벌 3세 경영의 승계 구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국 기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담고자 했다. 20세기 기업의 핵심 자산이 토지와 공장, 자본이었다면, 21세기 기업의 핵심 자산은 데이터와 신뢰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는 경쟁력을 만들고, 신뢰는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한국 재벌의 다음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그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세습이 아니라 책임, 권력이 아니라 혁신, 독점이 아니라 협력, 소유가 아니라 신뢰, 그리고 과거 성공의 반복이 아니라 AI 시대의 재창조가 될 것이다. 결국 미래 기업의 가치는 단순한 규모나 자산이 아니라, 어떤 기술로 미래를 만들고 사회와 어떤 가치를 공유할 것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한국 재벌은 세습 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인형

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9년간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수행했고, 서울대 농생대 창업보육센터에서 3년간 보육매니저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며,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과 개인신용정보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주요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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