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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벌 3세 경영㉗] 구본무의 LG, '확장' 아닌 '전략적 선택과 집중'

과감한 선택의 명암, 금융사 정리와 반도체·모바일의 한계 구본무 회장의 또 다른 중요한 성과는 단호한... 반도체 사업 철수 또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초격차 산업 진입 기회를 내려놓은 결정이었다. 이후 메모리...

[재벌 3세 경영㉗] 구본무의 LG, '확장' 아닌 '전략적 선택과 집중'

선제적 투자와 핵심 역량 중심의 구조 재편

‘무엇’에서 ‘어떻게’로, 질적 경쟁으로의 전환 추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업’에 집중…초격차 기업 도약엔 한계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17년 9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건설 중인 ‘LG사이언스파크’ 현장을 찾아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LG 3세 경영의 본질은 ‘확장’이 아니라 ‘재정의’였다. LG그룹을 승계한 3세 경영인 구본무 회장은 선대 구자경 회장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계승자가 아니라, 기업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다시 설계한 전략가에 가까웠다. 2세 경영이 ‘무엇을 더 할 것인가(What)’에 집중했다면, 3세 경영은 ‘어떻게 다르게 경쟁할 것인가(How)’라는 질문에 천착했다.

구본무 회장이 취임한 1995년은 한국 기업이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던 시기였고, IMF 외환위기를 앞둔 전환기였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싸게 많이 파는’ 구조에 머물러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은 이미 브랜드 중심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LG가 직면한 과제는 분명했다. 양적 성장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질적 경쟁 체제로의 전환이었다.

이를 위해 LG는 기존 중저가 가전 중심 구조를 과감히 탈피하고, ‘비싸도 선택받는 제품’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품질 기준을 높이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이 병행되었다. 그 결과 LG전자는 단순 제조기업을 넘어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선대 구자경 회장이 구축한 프리미엄 전략의 토대 위에서 완성된 것이기도 하다.

브랜드 통합과 정체성 혁신…‘LG’라는 이름의 전략

이와 동시에 추진된 핵심 전략은 ‘브랜드 통합’이었다. 금성과 럭키로 분산돼 있던 기업 정체성을 ‘LG’라는 단일 브랜드로 일원화한 결정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한 것이자, 저가 제조업체라는 과거 이미지를 스스로 단절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결정 이후 LG는 ‘많이 파는 기업’이 아니라 ‘선택받는 기업’으로 전략적 방향을 바꿨다. LG전자는 품질 경영과 디자인 혁신이 결합되면서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게 된다. 브랜드 통합은 곧 기업 전략의 통합이었고, 이는 LG의 글로벌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린 전환점이었다.

미래 산업 선점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의 승부수

구본무 회장의 전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라는 미래 산업에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단기 수익성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를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 결과 LG디스플레이는 OLED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두 산업 모두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후발주자의 진입이 어려운 구조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한 번 경쟁 우위를 확보하면 장기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영역인 셈이다.

LG전자는 최근 주요 협력사 대표 11명과 함께 인도 푸네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방문해 제조 공정 개선 사례를 공유했다. (사진=LG전자 제공)

특히 디스플레이는 단순 부품을 넘어 사용자 경험을 지배하는 핵심 요소로, TV·스마트폰·IT기기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한다. LG는 OLED에 집중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했다. 배터리 역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LG를 자동차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끌어올렸다. 이는 완제품 중심 기업에서 핵심 부품·소재를 지배하는 기업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과감한 선택의 명암, 금융사 정리와 반도체·모바일의 한계

구본무 회장의 또 다른 중요한 성과는 단호한 사업 구조조정이다. 그는 카드·증권 등 금융 부문을 비핵심 사업으로 판단하고 과감히 정리했다. 이를 통해 LG는 ‘제조 중심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이는 금융을 그룹 운영의 한 축으로 유지한 다른 대기업들과 대비되는 선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는 기회비용도 존재한다. 금융 산업이 데이터와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LG는 해당 영역에서의 확장 가능성을 일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동차 전장, 전자, 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 등 기존 사업을 통해 데이터 기반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 선택의 대가는 분명 존재했다.

반도체 사업 철수 또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초격차 산업 진입 기회를 내려놓은 결정이었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경쟁사 중심으로 급성장하며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모바일 사업 역시 플랫폼 중심 생태계 구축에 실패하며 철수로 이어졌고, 이는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지지 않는 기업’의 완성, 그리고 남겨진 과제

결국 구본무 회장의 경영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일련의 결단이었다. 그는 LG를 안정적이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핵심 역량 중심의 구조 재편은 LG의 장기적 경쟁력을 공고히 했다. 다만 산업 전반을 지배하는 초격차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를 남겼다. 그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대신, 일부 초대형 성장 기회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LG의 기반이 3세 경영에서 완성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순환출자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배구조와 명확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장기간 축적된 전략적 일관성의 결과였다. 이런 토대 위에서 전개되는 4세 경영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출발선 위에 서 있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인형

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9년간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수행했고, 서울대 농생대 창업보육센터에서 3년간 보육매니저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며,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과 개인신용정보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주요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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