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손 능숙함, 반복 경험이 만든 결과"
선호하는 손은 생물학적…실력은 학습 영향
편집자주
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한때 왼손잡이는 교정의 대상이었습니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숟가락을 들면 어른들께 오른손을 쓰라는 꾸중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역사 속 거장들이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왼손잡이는 창의성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확산했습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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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를 둘러싼 인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한 가지 믿음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잘 쓰는 손은 원래부터 더 능숙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이 통념을 뒤집었습니다. 두 손의 실력 차이는 선천적인 재능보다 평생 반복된 연습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주로 사용하는 손'의 개념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존 크라카우어 교수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우리가 흔히 하나로 생각하는 '손잡이'를 두 가지로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선호입니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어느 손을 먼저 사용하는지에 관한 성향입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런 선호가 태어나기 전부터 형성되는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두 번째는 우세성입니다. 이는 한 손이 다른 손보다 실제로 얼마나 더 능숙한지를 뜻합니다. 연구진은 그동안 이 두 개념이 혼동돼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여러 가지 팔 움직임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3차원 동작 분석 장비를 이용해 양팔의 움직임을 비교했습니다. 먼저 아무 물건도 들지 않은 채 목표물을 향해 손을 뻗게 했습니다. 이어 손목에 무게추를 단 상태에서도 같은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이 결과, 평범하게 팔을 뻗는 동작에서는 주로 사용하는 손과 반대 손 사이에 뚜렷한 실력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손목에 무게를 더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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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 사용하자 능숙도 차이… "반복적 학습 영향"
하지만 도구가 등장하자 차이가 생겼습니다. 연구진은 팔에 가벼운 막대를 고정한 뒤 움직이게 했는데, 막대 때문에 팔 끝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곡선을 그리며 움직여야 했습니다. 이때 평소 덜 사용하는 손은 막대를 원하는 궤적으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지만, 주로 사용하는 손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연구진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도구를 다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팔을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정교한 운동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은 반복적인 사용을 통해 축적된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한가지 실험을 더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펜을 손이 아니라 팔꿈치에 고정한 뒤 글씨를 쓰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서툴렀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연습하자 양쪽 팔꿈치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실력이 향상됐습니다. 특히 충분히 연습한 팔꿈치는 평소 거의 사용하지 않던 손보다 더 좋은 수행 능력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우세한 손의 능력이 선천적으로 특별해서가 아니라, 특정 동작을 오랫동안 반복해 온 경험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존 크라카우어 교수는 "우리는 손재주가 좋아서 그 손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손을 선호하기 때문에 더 능숙해진다"며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두 손 사이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라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젓가락을 사용하고, 연필로 글씨를 쓰고, 망치를 휘두르거나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행동은 모두 한쪽 손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평생 이어지는 비대칭적인 연습이 결국 한 손을 더 능숙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손의 우세성은 유전자나 뇌 한쪽에 미리 저장된 능력이 아니라, 생물학적 특성과 행동, 그리고 인간이 만든 도구 문화가 오랜 시간 상호작용하며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 "생물학적 요인 있지만 전부는 아냐"
다만 연구진은 '타고난 영향은 전혀 없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손을 선호하는지는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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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반복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물론 선천적 재능이 첫걸음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재능의 화룡점정은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는 안 되겠지'하고 재능을 핑계 삼아 놓쳤던 순간들을 문득 되돌아보게 만드는 연구 결과입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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