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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계 AI 성적표 ①] 삼성, AI 서비스 대신 생태계·인프라 '승부수'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매년 9~11월 사이 '삼성 AI 포럼'을 열고 전세계 석학들과 AI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연구 방향을 모색한다. 포럼에는 DS부문과 DX부문 가리지 않고 모두 참여해...

[재계 AI 성적표 ①] 삼성, AI 서비스 대신 생태계·인프라 '승부수'

인공지능(AI)은 ICT(정보통신기술)뿐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줬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AI 대전환에 기업들이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생존 여부가 결정될 수준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AI 대전환기에 대응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국내 4대 그룹을 중심으로 AI 대전환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어떤 결과를 거뒀고, 앞으로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는 매년 9~11월 사이 '삼성 AI 포럼'을 열고 전세계 석학들과 AI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연구 방향을 모색한다. 포럼에는 DS부문과 DX부문 가리지 않고 모두 참여해 제조현장에서의 AI 도입은 물론 사용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와 기술 고도화도 논의한다.

삼성전자는 산하 연구기관인 삼성리서치를 중심으로 AI 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또 국내외 석학들을 영입하며 AI 역량 고도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체감할만한 AI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PIM(프로세싱인메모리) 등 미래 신기술을 앞세워 AI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ESS(에너지저장장치)와 HVAC(냉난방공조) 기술 등으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도 지원한다. 또 스마트폰과 태블릿, TV, 가전 등 디바이스를 통해서도 AI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 '빅스비' 이은 생성형 AI 내놨지만, 파트너 AI 의존도 높아 =

2일 관련업계에 따라면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자체 생성형 AI인 '삼성 가우스'를 선보였다. 당초 삼성전자는 가우스를 사내 업무용 생성형 AI라고 소개했으나 향후 갤럭시 AI의 고도화 과정에 가우스의 핵심 역량이 적용됐다.

이 때문에 갤럭시 AI는 삼성전자 AI 기술의 핵심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갤럭시 AI는 기기내 환경을 다루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실제 사용자가 직접 다루는 대부분의 AI 기능은 갤럭시의 파트너 AI인 구글 제미나이가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자체 AI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요 서비스는 구글 제미나이에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한정해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모바일 디바이스는 자체 OS를 보유한 대신 구글 안드로이드로 구동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자체 AI가 안드로이드와 온전히 호환되는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AI 기능은 구글 생태계의 제미나이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체 AI 비서인 빅스비까지 오랫동안 서비스하고 있으나 생성형 AI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빅스비는 현재 가전과 TV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애플은 iOS 환경에서 운용되는 디바이스에 자체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운용하고 있다.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디바이스까지 모두 애플 생태계 안에 두고 있어 보다 자연스러운 AI 구동 환경이 마련된다. 다만 애플 역시 디바이스 생태계가 한정돼있고 아이폰 이용자들 역시 카메라 성능 등 하드웨어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만큼 AI 기능에 대한 온전한 지지는 크지 않은 편이다.

올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6' 행사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노태문 DX부문 사장이 3세대 AI폰 '갤럭시 S26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플랫폼 약하지만, 디바이스 생태계는 '세계 최고 수준' =

다만 삼성전자는 AI 플랫폼 경쟁에서 다소 취약하지만, 디바이스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 전세계 점유율 1위의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가전과 TV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 하만은 최근 독일 ZF의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사업부를 인수하고 전장사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DAS 사업 본격화를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스마트카를 잇는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가전과 TV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이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구동할 수 있다. 여기에 스마트카를 더해 AI 기반 초연결 모빌리티를 제공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여기에 '피지컬 AI'의 핵심이 될 로봇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12월 국내 로봇 전문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고 창업자인 오준호 KAIST 명예교수를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의 단장으로 임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35년 9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는 핵심 시장이다. 특히 '피지컬 AI'는 '에이전틱 AI'에 이은 AI 발전의 다음 단계로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다. 다만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삼성전자의 일부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로봇 개발에 영향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HBM4E. (사진=삼성전자)

◇ "AI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반도체·ESS 최고 수준 =

AI 서비스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만, AI 운용에 필요한 반도체나 데이터센터를 가동시키는 배터리, HVAC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HBM은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가 HBM4(6세대 HBM)에 이르러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갖추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성공했으며 엔비디아에도 이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술 포럼 'GTC 2026'에서는 HBM4E(7세대 HBM)를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인 CXL에서도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 CXL은 CPU와 GPU, 메모리, 스토리지 간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여주는 고속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또 연산과 메모리를 통합한 PIM은 HBM과 통합해 온디바이스 AI에 적용할 수 있는 AXDIMM이나 LPDDR-PIM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LPDDR6 기반 PIM 등 차세대 규격 논의를 통해 PIM 생태계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은 반도체뿐 아니라 ESS와 HVAC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요가 많고 그에 따른 탄소 배출 규제가 있는 만큼 ESS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SDI는 북미 시장에서 삼성배터리박스(SBB)를 앞세워 대형 계약을 따내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중심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았으나 ESS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삼성SDI의 존재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ESS와 함께 서버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해결하기 위해 HVAC 기술도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AI 기술과 스마트싱스를 활용한 HVAC로 글로벌 고객사를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의 공조 전문 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소개하는 젠슨 황 엔비다아 CEO. (사진=연합뉴스)

◇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명확해지는 삼성전자 '포지션' =

삼성전자는 AI를 그 자체로 상품화 하는 대신 스마트폰과 가전 등 자신들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애플처럼 견고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대신 스마트홈과 자동차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초연결 생태계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과 사무 등에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지원하며 반도체 제조에도 AI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소위 '깐부 회동' 이후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업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AI의 메인 경쟁자가 되는 대신 반도체와 디바이스 등 주력 사업을 바탕으로 '측면 지원 플레이어'가 되는 길을 택했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사장단 만찬과 경영진 세미나 등을 통해 AI 전환 등을 포함한 경영 전략을 공유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회사의 새로운 비전으로 'AI 드리븐 컴퍼니'를 제시한 바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는 AI를 가장 잘 활용하고 AI로 일하며 성장하는 'AI 드리븐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빠르고 과감하게 발굴해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로 전환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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