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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원준 칼럼] 전쟁의 승패, 무기 성능 아닌 ‘방산 공급망’이 결정한...

국방 반도체와 첨단 무기체계에 필수적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계열 희토류를 비롯해 갈륨과 게르마늄 등 전략 광물 역시 큰 폭의 가격 상승세와 공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주요 방산 기업들을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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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칼럼] 전쟁의 승패, 무기 성능 아닌 ‘방산 공급망’이 결정한다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6.04.13 10:48

ㅣ 수정 : 2026.04.13 10:48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신속하게 보급하며,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부상

[뉴스투데이=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 러-우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은 현대전의 본질을 다시 쓰고 있다. 두 전쟁이 보여준 공통점은 분명하다. 전쟁의 승패가 더 이상 무기체계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싸고 성능 좋은 무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보급하며,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유럽연합, 방산 공급망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구조 이미 구축

이제 전쟁은 ‘무기 성능’이 아니라 ‘공급망’이 결정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방위산업 패러다임을 ‘플랫폼 중심’에서 ‘공급망 중심’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주요국들은 이미 방산 공급망을 국가 안보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국가방산전략(NDIS)’과 ‘획득전환전략(ATS, Acquisition Transformation Strategy)을 통해 생산능력 확충과 공급망 회복력(supply chain resilience)을 국가 전략으로 명시하고, 이를 ‘국가방산기반(NDIB)’이라는 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실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유럽방산전략(EDIS)’을 통해 공동조달과 공동생산, 역내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며 산업과 안보를 통합하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국가 전략 문서와 산업 기반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방산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이미 구축했다. 다시 말해 공급망이 국가안보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 방산 공급망 전략 미흡하며 정부의 컨트롤타워도 불명확

반면 한국은 여전히 대비가 부족하다.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천궁-II 등으로 대표되는 방산 수출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방산 공급망 전략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그동안 방위산업 정책은 무기체계 개발과 수출 확대에 집중돼 왔으며, 소재-부품-생산-운영유지로 이어지는 전주기 공급망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은 부족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를 총괄할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도 명확하지 않다.

그 결과 한국 방산은 ‘완제품 수출 강국’이면서도 ‘핵심 공급망 취약’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방산 4대 강국’ 도약의 가장 약한 고리다. 이러한 취약성은 최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텅스텐과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방산 소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의 공급망 불안은 잠재적 리스크가 아니라 현실적 위기

중국의 수출 통제와 공급 제한, 디커플링 흐름, 여기에 유럽과 중동지역의 무기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텅스텐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5배 이상 급등했다. 국방 반도체와 첨단 무기체계에 필수적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계열 희토류를 비롯해 갈륨과 게르마늄 등 전략 광물 역시 큰 폭의 가격 상승세와 공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주요 방산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공급망 관련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확인된다. 단기적으론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재·부품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하거나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전력화는 물론 무기 수출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방위산업에서의 공급망 불안은 더 이상 잠재적 리스크가 아니라 현실적인 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공급망과 생산능력이 곧 전투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첨단 방산소재는 이제 단순한 산업 자원을 넘어,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 주도의 방산 공급망 전략 수립과 거버넌스 구축 등 필요

이러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공급망 전략과 산업 생태계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별 기술 개발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통합된 공급망 전략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 주도의 방산 공급망 전략을 수립하고, 공급망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가 차원의 방산 공급망 전략서(K-NDIS)를 마련하고, 이를 국정과제 및 방위산업육성기본계획과 연계해 공급망을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축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아울러 방위사업청 내 공급망 관리 전담기능을 강화하고, ‘방산 소재 국산화 사업’(가칭)을 신설하는 한편, 기존 소재·부품 협의체를 확대 개편해 범부처와 산·학·연·군이 참여하는 통합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대응할 수 있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핵심 전략 소재 비축 체계를 마련하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공급망 내재화 로드맵 수립하고 충격 대응체계 강화해야

둘째, 수입의존도가 높은 첨단소재와 핵심부품을 중심으로 공급망 내재화 로드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공급망 전반에 대한 매핑과 취약성 평가를 통해 수출통제(E/L) 품목과 핵심 취약품목을 식별하고, 이를 중심으로 내재화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체소싱 발굴과 조달 다변화 전략, 전략품목 국산화를 병행함으로써 공급망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정부도 방산 공급망 안정성 강화 정책을 추진 중이나 공급망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응 속도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최소한 매년 공급망 취약성 평가를 정례화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전략품목 식별과 대응방안을 신속히 업데이트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첨단소재와 핵심부품 중심의 공급망 설계·통제가 K-방산 미래 좌우

마지막으로, 동맹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공동조달 및 생산체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공급망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제고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적, 제도적 기반 위에서 방산 공급망 관리 기능을 국가 전략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방위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무기체계 자체에 있지 않다. 첨단소재와 핵심부품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을 누가 설계하고 통제하느냐가 K-방산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 아니라 결단의 시간이다. 한국이 지속 가능한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공급망 전략을 ‘정책’이 아닌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안보 전략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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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프로필

▶ 전북대학교 첨단방산학과 교수, 전북대학교 국방산업연구소 부소장,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前 미국 CSIS 객원연구원, 2022년 자랑스러운 방산인(방산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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