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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석원 교수의 병주고 약주고 41] 골프장 잔디의 생리적 한계와 농약 사...

장석원; 농학박사. 한국골프과학기술대학교 골프산업자유전공과 교수. (사)한국잔디학회 회장. 네이버 블로그 '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저서: 잔디밭 사계. 잔디학(공저).

[장석원 교수의 병주고 약주고 41] 골프장 잔디의 생리적 한계와 농약 사...

골프장에서 농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병해충과 잡초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다. 잔디라는 생물체가 골프코스라는 특수 환경에서의 환경적·생리적 한계를 극복하게 하기 위해서다.

경기력이 강조되는 이유는 골프장이 잔디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골퍼를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골프장에서 농약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 과학적 이유가 시작된다.

자연 상태에서 잔디는 뿌리가 깊고 키가 크며, 병해충과 공존한다. 허약한 개체는 도태되고, 남은 개체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계속 살아간다.

그러나 골프장 잔디는 다르다. 예를 들어, 퍼팅그린 잔디 높이는 자연 상태의 약 10% 정도인 3~4㎜에 불과하며, 하루에도 사람과 장비의 답압력을 견뎌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잔디는 광합성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가령 여름철 고온기에 잔디에 동전마름병이 발생했을 경우, 자연 상태에서는 잔디 일부가 죽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퍼팅그린에서는 단 몇 개의 병반만으로도 경기력이 크게 저하된다.

매일 이어지는 예초와 답압 그리고 잦은 통기와 롤링 작업은 잔디에 상처를 남긴다. 식물에게 상처는 곧 병원균 감염 경로다. 특히 고온기에는 예초 직후 수분이 많은 몇 시간 동안은 병원균 침입의 황금 시간대가 된다.

이때 살균제 처리는 잔디 조직 표면 병원균을 제거하고 표면을 코팅해 상처가 아물 때까지 감염을 차단하는 물리적 장벽이 된다. 설사 병원균이 침입했다 하더라도 잔디 체내에 이미 들어있는 농약 성분은 병원균을 죽이거나 증식 억제를 하게 된다. 이때 농약은 예방과 치료 수단이다.

모래 토양인 골프장 그린에서의 잦은 관수는 병원균에게는 최적의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고온다습한 여름 새벽, 잔디 잎과 토양 위에 맺힌 미세한 수막은 그곳에 있던 병원균 포자나 균사가 활동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 된다. 그런 수막은 피티움과 같이 물을 좋아하는 병원체가 전파하기에 완벽한 통로가 된다.

장마가 한창일 때, 겉보기에 멀쩡하던 퍼팅그린이 하루아침에 물에 데인 듯 검게 변했다면 이는 갑작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미 잎 조직이나 토양 속에 존재하던 병원체가 온습도 조건이 맞으면서 활동을 시작한 결과다. 이때 치료를 위한 농약 살포는 만시지탄이다. 예방 위주의 농약 살포만이 유일한 선택지일 수 있다. 이럴 때 농약은 더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일종의 보험과 같다.

골프장은 대개 단일 품종 잔디를 대면적으로 식재한다. 이것은 경기 균일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식물 생태학적으로는 매우 취약한 구조다.

병원균은 하나의 숙주에 적응하면, 수천 평을 장애물 없이 확산할 수 있다. 골프장은 농업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조건을 갖고 있다. 이때 농약 사용은 병원균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는, 폭발적 확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코스를 농약 없이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물음표를 던진다. 그러나 이 질문은 골프장을 자연 상태와 동일선상에 놓았을 때만 성립한다.

하지만 골프장은 이미 생태계 규칙을 상당 부분 포기한 공간이다. 골퍼 경기력을 위해 잔디 초종·계절·날씨 변수를 외면하고 높은 잔디 품질만을 요구한다면 그린키퍼 입장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농약은 그 상황을 책임지는 일부다.

무분별한 농약 사용은 당연히 경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현대 골프장 코스관리에서는 저독성 제형, 선택성 약제, IPM(종합적 병충해 관리)이 강조된다. 옳은 접근이다. 다만 골프코스 잔디의 생리적 한계에 따른 농약 사용의 필연성은 골프장과 골퍼가 함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장석원; 농학박사. 한국골프과학기술대학교 골프산업자유전공과 교수. (사)한국잔디학회 회장. 네이버 블로그 ‘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저서: 잔디밭 사계. 잔디학(공저).

골프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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