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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자전거 타다 일해도 OK…창의성 깨우는 영림원 'Y 스페이스'[현장+]

다이코크로스테크(구 대흥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계열사 20여곳에 ERP를 공급하고 있다. 오 부사장은 "해외 파트너사가 영림원을 선택할 때 본사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며 "다이코크로스테크 경영진이 6월 초 Y...

자전거 타다 일해도 OK…창의성 깨우는 영림원 'Y 스페이스'[현장+]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영림원소프트랩의 글로벌R&D센터 'Y 스페이스' 전경 /사진 제공=영림원소프트랩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약 30분 달리다 작은 도로로 빠져나오자 푸른 나무와 논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좁은 길을 더 들어가자 회색빛 말끔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앞에는 잔디밭과 어린이 놀이터가 펼쳐져 있다.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국내 대표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이 직원들을 위해 지은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 'Y 스페이스'다. 설계를 맡은 서울건축 홍경식 설계자는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존재 방식을 짓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영림원의 철학을 건축으로 나타내는 것이 목표였다는 뜻이다.

공간 기획에만 4년(2022년 2월~2026년 5월)이 걸렸다. 총 1800평 대지에 연구동·펜션동·체육동·관리동 4개 동과 카라반 2개소, 파이어피트, 어린이 놀이터, 멀티 코트가 들어섰다. 핵심 가치는 △창의 △소통 △휴식 △가족이다. 이름에도 철학이 담겼다. 오영수 영림원소프트랩 부사장(해외사업 총괄)은 "Y는 영림원의 이니셜이자 '왜(Why)'라는 질문의 발음"이라고 설명했다. 창의와 혁신을 끊임없이 묻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로고 디자인까지 8명의 태스크포스(TF) 팀원이 직접 만들었다. 호텔이나 연수원 운영 경험이 한 명도 없었지만 주말에도 나와 자발적으로 작업한 끝에 납기를 정확히 맞췄다.

계단도, 책상도, 의자도 제각각

'Y 스페이스' 연구동 1층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과 좌석들 /사진 제공=영림원소프트랩

연구동 1층에 들어서자 반원 형태로 층계별로 자리한 의자들과 대형 스크린이 시선을 끌었다. 홍 설계자가 "기업 문화의 서사를 담는 의례적 장소"로 설계한 로툰다홀이다. 오른쪽으로는 대형 테이블과 소규모 테이블이 어우러진 커뮤니티 라운지가 이어진다. 교외 대형 카페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다. 두 공간 사이에 자리한 중앙계단 위로는 유리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쏟아진다. 계단 형태도 단마다 제각각이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영림원소프트랩의 글로벌 R&D센터 'Y 스페이스'의 1층 로비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전경(왼쪽)과 개인별 사무공간 /사진 제공=영림원소프트랩

2층 워크스페이스는 층고 6m의 탁 트인 공간에 7가지 존으로 구성됐다. 창가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1인석이 배치됐다. 더 깊은 몰입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1인용 텐트형 업무공간도 있다. 동료와 토론할 때는 C자형 테이블이나 원뿔 형태의 테이블을 활용하면 된다. 프레젠테이션 공간도 있는데 발표자를 바라보는 책상과 의자들의 형태가 제각각이다. 당구대와 다트, 자유로운 대화 공간도 2층 한켠에 자리한다.

오 부사장은 "일반적인 오피스의 틀을 깨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근무 방식도 유연하다. 중간에 자전거를 타고 인근 헤이리 예술마을이나 출판단지를 둘러보다 돌아와 일을 계속해도 된다. 총 근무 시간만 충족하면 그만이다.

영림원소프트랩 R&D센터 'Y스페이스'의 C자형 테이블 /사진 제공=영림원소프트랩

3층은 휴식 공간이다. 싱글룸과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디럭스룸이 마련됐다. 침구와 수건, 매트리스는 신라호텔과 동일한 사양을 적용했다. 연구동을 포함해 카라반, 펜션동까지 숙박 시설은 총 28객실 규모다. 연구동 밖 카라반 앞 파이어피트에서는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다. 자녀를 동반한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 놀이터와 피클볼·농구·풋살이 가능한 멀티 코트도 갖췄다.

파트너사에 신뢰를 보여주는 공간

Y 스페이스는 글로벌 사업의 거점이기도 하다. 영림원은 연 매출 약 4000억원 규모의 일본 시스템통합(SI) 업체 다이코크로스테크(구 대흥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계열사 20여곳에 ERP를 공급하고 있다. 오 부사장은 "해외 파트너사가 영림원을 선택할 때 본사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며 "다이코크로스테크 경영진이 6월 초 Y 스페이스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일본에서 열린 회의에서 Y 스페이스 안내 영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 현지 파트너들의 반응도 좋았다는 후문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시스템 에버 인도네시아' 직원들도 향후 초청해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지인 컨설턴트·개발자 30여명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팀에게 본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겠다는 구상이다. 오 부사장은 "직원들이 노트북을 들고 이동하고 다른 부서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해외 파트너들이 직접 보게 되면 영림원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회사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영림원소프트랩의 글로벌R&D센터 'Y 스페이스' 전경 /사진 제공=영림원소프트랩

이용 방식은 세 가지다. 당일 방문 후 퇴근하는 '워크', 업무와 숙박을 결합한 '워크스테이', 동료들과 체육 활동을 즐기는 '워크숍'으로 나뉜다. 전용 앱으로 예약하며 직원들이 사내 창의 활동으로 쌓은 포인트를 시설 이용에 활용할 수 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공간,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Y 스페이스는 8일 정식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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