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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남부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고물가, 열악한 교육환경, 공공 지출 삭감에 항의하며 행진하고 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개(경찰)들을 데리고 꺼져라.”
프랑스 노조·학생단체 연대(시위 참여 노조와 학생단체들의 연대체)가 24일(현지 시간) 주최한 파리 대규모 시위에서 시위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피켓을 흔들었다. 이들은 또 “마크롱은 퇴진해야 한다”는 구호를 계속 외쳤다.
대규모 약탈, 방화, 폭력 등이 난무한 지 일주일 만인 24일 프랑스 전역에서 다시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정부는 강력한 통제로 약탈과 방화는 이전보다 줄었지만, 파리 11만 명(시위 주최 측 추산 25만 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41만 명(8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고교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집회는 17일 고물가에 항의하는 전국 단위 시위로 확산됐다. 이제는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신과 퇴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0대 시위 참가자 토마 지라드 씨는 “마크롱 정부 10년 동안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많은 걸 빼앗아 부자에게 줬는데, 이제는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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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남부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고물가, 열악한 교육환경, 공공 지출 삭감에 항의하며 행진하고 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특히 이번 프랑스 시위는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각 정치 세력의 ‘지지세 넓히기 장’으로도 활용되는 상황이다. 마크롱 정부가 폭력 시위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대선 지지율 2위인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이날 파리 시위에 직접 참여했다.
같은 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프랑스 중북부의 소도시로 잔 다르크가 활동했던 오를레앙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지지세 다지기에 나섰다. 같은 날 오를레앙에선 반극우 집회도 열려 중도 보수인 마크롱 대통령과 RN의 차기 대선 후보 마린 르펜 후보를 동시에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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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시위 불허- 불심 검문에 “위헌” 목소리
극우 르펜 “이민자 탓” 대선 승리 자신
극좌 멜랑숑도 “시위 계속” 의지 밝혀
31일 대규모 시위-내달 총파업 예고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경제 실정 못지않게 시위를 최대한 통제하려는 방침에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20대인 니크 드마헤스티 씨는 이날 파리 남부 포르트디탈리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위를 무조건 막으려는 프랑스의 모습이 북한과 다를 게 있냐”며 기자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날 프랑스 정부는 허가받은 단체 외에는 시위를 불허했다. 또 경찰은 파리 도심 바스티유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시위 장소도 파리 외곽으로 변경시켰다. 경찰이 시위 장소로 제시한 포르트디탈리 지역은 평소 트램, 버스, 자동차가 다니고 광장이 없어 시위 진행 자체가 어려운 여건이다. 시위 참가자 아덩 뒤마 씨는 “시위 불허는 위헌적이고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시위대를 분산시키기 위해 바스티유 시위를 전격 취소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시위에 참여 중인 단체들은 31일 또 한 번의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프랑스 노조 총연맹 등 5개 노동 단체는 다음 달 5일 총파업을 결의할 방침이다.
● 佛 경찰 “폭력 엄벌” vs 시위대 “집회시위 자유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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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프랑스 정부는 일주일 전 폭력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을 펼쳤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날 경찰 7만 명을 비롯해 국방부 소속 국립헌병대까지 투입했다. 장갑차를 배치해 대통령실(엘리제궁), 각 국가 대사관, 국회 등도 봉쇄했다. 루브르 박물관, 개선문 등 주요 관광지도 통제했다.
이날 오전부터 파리 시위 우려 지역에선 대대적인 검문이 펼쳐지기도 했다. 금속 구슬, 납탄, 폭죽, 새총, 흉기 등 폭력시위를 야기할 수 있는 물품들을 사전 압수하려는 의도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시위와 관련된 자유를 강조하는 문화가 강한 프랑스에서 이 같은 불심 검문이 펼쳐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우다 드리우슈 씨는 “몸수색을 당하고, 마스크 등 보호장구까지 뺏겼다”며 “최루탄에 내분비 교란 물질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과 같은 심각한 소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날 밤 파리 시위 해산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은 다시 한번 충돌했다. 경찰이 물대포, 섬광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하자 파리 시위대 약 500명은 돌을 던지고 폭죽을 경찰에게 직접 겨냥하며 2시간가량 맞섰다. 프랑스 제2 도시 마르세유를 비롯해 릴, 툴루즈, 클레르몽페랑, 그르노블, 니스 등지에서도 폭력 시위가 재발했다. 클레르몽페랑에서 시위 참가자 1명이 중상을 입었고, 툴루즈에선 시위대 한 명의 손가락이 절단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24일 75건의 화재에 대응했고, 일주일 전보다는 적은 수치지만 24곳의 상점이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 청년 시위, 내년 대선 앞둔 프랑스에서 정치 쟁점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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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과 극우에서 시위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극좌 LFI 멜랑숑 대표가 24일 집회 참석한 모습. 파리=유근형 특파원
프랑스 정치권은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이번 시위 사태를 지지세 확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로랑 뉘녜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시위에서 1000명 가까이 체포됐다”며 “검은 복면을 쓴 극좌 세력이 폭력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좌 성향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시위 배후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일부 정당은 LFI가 이번 폭력시위 피해 복구에 재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LFI는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이날 파리 시위에 참여해 “이 같은 시위는 앞으도 매주 계속될 것”이라며 마크롱 정부 흔들기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LFI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율 2위(17% 안팎)를 기록하며 중도 우파 오리종(Horizons)의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15% 안팎) 등을 앞서고 있다. LFI는 이번 소요 사태를 거치면서 중도 좌파 민심을 흡수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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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현재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국민연합(RN)은 24일 파리에서 남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소도시 오를레앙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지지세 규합에 나섰다. RN은 이번 시위의 폭력적 양상을 이민자와 극좌(LFI) 탓으로 돌리며 보수는 물론이고 중도 성향 유권자의 표심까지 겨냥하고 있다. 내년 대선 1차 투표에서 RN과 LFI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면 결선투표에선 기성 진보 보수 정당이 배제된 채 극우와 극좌의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RN 대선 주자 마린 르펜 의원은 “폭력을 정당화하고, 폭동을 선동하는 도발에 침착하라”며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극좌 LFI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우리(RN) 안에 약간의 낙관주의를 심어주고 싶다”며 “내년 대선 승리에 자신감을 갖자”고 밝혔다. 르펜은 202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23.15%를 득표해 2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반(反)극우 연대에 막혀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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