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확인 없는 무분별한 퍼나르기와 집단적인 온라인 공격이 무고한 자영업자들을 생계 위기로 내몰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인천 남동구의 한 골목에서 10년 넘게 작은 정통 음식점을 운영해 온 A(42) 씨의 평온했던 일상은 유튜버 B씨가 올린 영상 한 편으로 완전히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손님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잔반을 재사용해 제공하고, 항의하는 손님에게 폭언까지 퍼부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10분짜리 짧은 영상이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붉은색 자막과 자극적인 효과음으로 편집된 이 영상은 플랫폼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며 순식간에 조회수 50만 회를 돌파했다.
영상 하단 댓글창에는 A씨와 매장을 향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악성 댓글이 수천 개씩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자 악의적 자작극이었다. 매장에서 환불을 요구하며 무리하게 행패를 부리던 한 손님이 자신이 불리해지자 일방적 주장만을 편집해 사이버 렉카 채널에 제보한 것이었다.
A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매장 내부 CCTV 풀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최종 밝혀졌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인터넷 카페와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생 점검 적발 매장’,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식당’이라는 가짜 소문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평소 하루 수백 명에 달하던 손님의 발길은 뚝 끊겼고, 매출은 기존 대비 90% 이상 폭락했다.
결국 A씨는 매달 쌓이는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평생을 바쳐 일군 매장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 A씨는 현재 극심한 대인기피증과 환청, 우울증 증세로 6개월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내 평생의 피땀이 어린 소중한 삶터는 그저 클릭 몇 번으로 광고 수익을 올리는 자극적인 먹잇감에 불과했다”며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자극적인 허위 정보가 SNS와 모바일을 통해 확산하면서 피해 자영업자들은 생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조회수가 곧 돈… 타인의 비극을 파는 ‘사이버 렉카’의 실태
사건·사고나 지역 이슈가 터질 때마다 사실 확인 절차 없이 자극적인 루머와 억측을 무분별하게 생산해 조회수를 올리는 이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의 폐해가 사회적 선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과거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 스포츠 스타 등 일부 셀럽에 집중됐던 표적은 이제 지역 소상공인, 평범한 일반 시민, 심지어 미성년 학생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이버 렉카 생태계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바로 ‘자극성과 수익의 직결 구조’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더 강렬하고 쾌락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상단에 노출시킨다. 조회수 1회당 정산되는 광고 수익,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쏘아 올리는 후원금(슈퍼챗) 구조 속에서 진실 규명이나 인권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수천만 원의 수익을 챙기고, 향후 지루한 재판을 거쳐 벌금 몇백만 원을 내더라도 ‘남는 장사’가 되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가 가짜 이슈 생태계를 더욱 키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유해 유튜브 콘텐츠 신고 건수는 매년 30% 이상 급증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정당한 취재나 팩트체크 없이 오직 자극적인 서사만을 조합해 영상을 제작한다. AI 음성합성 기술과 시각적 효과를 악용해 허위 사실을 마치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는 수법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일단 이슈가 형성되면 타 사이버 렉카 채널들이 이를 앞다투어 복제·재가공하면서 가짜 뉴스의 확산 속도는 제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는다.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는 포털 뉴스 검색이나 숏폼 알고리즘을 타고 일상 깊숙이 침투하며, 무고한 개인의 명예를 완전히 실추시킨다.
‘퍼나르기’와 ‘사적 제재’… 집단적 사이버 린치로 진화
문제는 사이버 렉카의 영상이 단순히 온라인 게시판이나 영상 플랫폼상에 머물지 않고, 대중의 집단적 사이버 린치로 연계된다는 점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개인 블로그, 지역 온라인 카페, SNS 등으로 재가공되어 퍼지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는 더욱 왜곡되고 확대 해석된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적 제재라는 명목하에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 연락처 등 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유포하고, 매장으로 항의 장난전화를 걸거나 포털 사이트 평점 테러를 가하며 폭력에 자발적으로 동참한다.
현행법상 사이버 렉카 사건은 허위 사실을 최초 유포한 작성자뿐만 아니라, 이에 동조하여 자극적인 악플을 달거나 비방 내용을 확산시킨 누리꾼들 역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유튜브),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의 경우, 익명성 뒤에 숨은 가해자의 신원을 확보하고 사법당국의 수사 협조를 끌어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해외 플랫폼사들은 한국 사법당국의 영장 집행이나 정보 제공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 진행 도중 가해자가 계정을 삭제하거나 채널명을 변경하고 잠적해 버리면 처벌이 한참 지연되기도 한다. 결국 지루한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물질적 피해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되며, 이러한 법적 사각지대를 사이버 렉카들이 철저히 악용하여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나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회수와 수익을 노린 사이버 렉카의 무분별한 영상 유포 행위로 무고한 소상공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히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솜방망이 처벌 넘어야… 징벌적 손해배상과 시민의식 절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1백만~3백만 원 선의 소액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범죄 수익을 전액 몰수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기문 변호사(전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는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허위정보 유포로 얻는 경제적 이익에 비해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의 부담이 충분한 억제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면, 이른바 ‘사이버 렉카’ 범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의적인 허위정보 유포로 타인의 명예와 인격을 침해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범죄행위로 취득한 수익은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히 조회 수와 광고수익을 목적으로 허위·선정적 정보를 반복적으로 생산·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순한 소액 벌금만으로 충분한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고의성과 반복성, 영리 목적이 명백한 경우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적 보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자정 노력이다. 자극적인 썸네일에 낚여 조회수를 올려주는 행위, 검증되지 않은 소문과 악플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가짜 이슈 생태계에 자금을 대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이슈를 접했을 때 출처를 먼저 확인하고, 타인의 일상을 파괴하는 콘텐츠를 외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익명 뒤에 숨은 가혹한 언어폭력을 멈추고, 건강한 온라인 생태계를 다 함께 가꿔 나가는 성숙한 자세가 절실하다.
김도현 기자 dokim@kihoilbo.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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