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가 제출하는 이력서의 상당수가 인사팀 검토도 전 걸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기업에 제출된 이력서 상당수가 채용 담당자가 검토하기 전에 자동 심사 시스템에서 먼저 걸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IT매체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미국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워크 인공지능(AI) 조사 결과 지원서 대다수는 사람의 검토에 앞서 자동화 시스템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지원자 추적 시스템(ATS)을 활용해 이력서를 먼저 분류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특정 키워드와 문서 형식, 직무 관련 용어를 중심으로 이력서를 읽는다. 잠재력이나 창의성, 조직 적합성보다는 항목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즉, 지원자가 채용 공고에 맞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공들여 작성해도 별다른 응답을 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자동 필터링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탈락 사유가 실제 업무 역량과 무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은 창의성이나 조직 적합성을 평가하지 못한 채, 설정된 조건을 충족하는지만 확인한다. 그 결과 충분한 경력을 갖춘 지원자도 표현 방식이 시스템이 기대한 문구와 다르면 초기 단계에서 탈락할 수 있다. 예컨대 지원자가 '매출을 30% 늘렸다'는 취지로 경력을 적었더라도, 시스템이 '매출 성장' 같은 표현을 우선 인식하도록 설계돼 있다면 다른 표현만으로도 걸러질 수 있다.
문서 형식 역시 변수다. 표와 이미지, 복잡한 레이아웃, 특이한 글꼴은 시스템의 읽기 과정에서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역량이 우수한 지원자도 능력과 무관한 이유로 초기부터 탈락될 수 있다. 채용 AI는 시간당 수천 건의 이력서를 처리할 수 있지만, 이는 곧 비정형 형식에 담긴 적합한 후보를 정확히 식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직자들 역시 AI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68%는 이력서 작성에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다만 많은 지원자가 같은 기술이 기업의 심사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이력서 작성 방식도 ATS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경력 항목 제목은 창의적인 표현보다 '근무 경력'처럼 표준화된 형태를 쓰는 편이 정보 분류에 유리하다. 제출 형식 역시 단순한 텍스트 기반 문서나 일반적인 워드 문서가 오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채용 공고의 핵심 단어를 유사어로 바꾸기보다 가능한 한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첫 단계 통과 가능성을 높인다.
시장에서는 이런 수요를 반영해 ATS 최적화 기능을 넣은 이력서 작성 도구도 등장하고 있다. 제출 전 문서 안의 잠재적 탈락 요인을 점검해 주는 방식이다. 다만 자동 심사 도구 자체는 지원자를 악의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미묘한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한계로 꼽힌다.
결국 기업이 현재의 필터링 방식을 재검토하지 않는 한, 자격을 갖춘 지원자들이 알고리즘 단계에서 계속 탈락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채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가 확산할수록, 구직자에게는 내용뿐 아니라 시스템이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이력서를 설계하는 일이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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