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시 을)
외국인처우법 개정안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초저출생과 고령화가 맞물린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국가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조용한 재앙’이 되었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은 산업 현장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뼈아픈 인재 부족 현상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나날이 심화되는 지역 소멸 현상은 이제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을 훌쩍 넘어 국가 전체의 유지 가능성을 묻는 벼랑 끝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깬 강력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단순히 부족한 노동력을 땜질하듯 메우는 1차원적 접근이 아니라, 전 세계의 우수한 두뇌들이 스스로 한국을 찾아와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이민정책의 대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그동안 우리의 외국인 정책은 단기 체류자 관리나 생산 현장의 단순 노동력 확보에 치중되어 온 측면이 컸다. 하지만 우수한 해외 인재들이 대한민국을 매력적인 정착지로 느끼게 하려면 이들을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방인’이 아닌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파이를 키워갈 사회의 일원’으로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한다.
주요 선진 경쟁국들이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훌륭한 정주 여건을 내걸고 글로벌 인재 유치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동안, 우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행정적 칸막이와 낡고 복잡한 규제망에 갇혀 국가적 핵심 인재들을 번번이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지난달 17일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동료 의원 21명과 뜻을 모아 국회에 제출한 이번 개정안은 우수 해외 인재와 외국 국적 동포들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정착하여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든든하게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가장 먼저 법안의 지향점부터 분명하게 손질했다. 기존 법이 추구하던 다소 추상적인 ‘사회 통합’이라는 가치에 더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대한민국의 발전’을 법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명시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우수 해외 인재에 대한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정주 여건 지원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첨단 분야의 핵심 인재들이 국내에서 학업과 취업, 나아가 창업까지 아무런 단절 없이 유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탄탄한 법적 근거를 신설했다. 특히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행을 가장 망설이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인 ‘동반 가족의 삶’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우수 인재 본인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들에게도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자녀 보육과 교육, 취업 정보까지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외국 국적 동포들에 대한 포용의 폭도 한층 더 넓혔다. 우리와 깊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동포들이 모국에서 제2의 인생을 안심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정착 지원’을 법 조항에 명문화하고, 우수 해외 인재에게 제공되는 각종 수준 높은 지원책을 동포들에게도 준용할 수 있게 열어두었다. 이는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동포 사회와의 연대를 단단히 강화하는 동시에, 끔찍한 인구 절벽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외연을 실질적으로 넓히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민정책은 어느 한 부처의 단편적인 노력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거대한 국가 과제다. 이에 법무부 장관이 정책 추진을 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이에 응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했다.
입법은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과정이다.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기여하게 만드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대한민국이 전 세계 인재들이 선망하는 ‘기회의 땅’으로 거듭나고,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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