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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상을 망치는 ‘남들만큼’이라는 기준

불안은 남과의 비교로부터 온다 SNS에는 2~3배 레버리지로 거액을 벌었다며 주식 거래앱의 계좌 화면을 캡처해 올린 대학생, 월급을 쪼개 삼성전자 주식을 5만원대부터 사서 차 한대 값을 벌었다는 직장인, 심지어 단타로...

일상을 망치는 ‘남들만큼’이라는 기준

일상을 망치는 ‘남들만큼’이라는 기준

채희종 디지털본부장

2026년 04월 22일(수) 00:00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놓친 정보는 없는지 소외된 것은 아닌지, 혹시 나만 빼고 모두가 부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불안한 탓이다. 우리 모두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감정적 파도는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휴대폰과 SNS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엿보는 시대를 살고 있다. 타인과의 연결은 확장됐지만 비교가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소외감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타인들의 뉴스는 ‘못해도 남들만큼은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을 부추긴다. 증시가 불붙자 나만 가난해지고 있다는 공포에 젖어 빚을 내 한탕을 노리는 묻지마 투자까지 불사하는 이유다.

남과의 비교로 인해 비롯된 소외와 고립의 두려움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라고 한다. 2004년 작가 ‘패트릭 맥기니스’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매거진에서 사회 병리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로 사용했다. 지적·사회적 모임이나 이벤트에서 나만 빠질지도 모른다는 하버드생들의 불안을 묘사한 단어이다.

불안은 남과의 비교로부터 온다

SNS에는 2~3배 레버리지로 거액을 벌었다며 주식 거래앱의 계좌 화면을 캡처해 올린 대학생, 월급을 쪼개 삼성전자 주식을 5만원대부터 사서 차 한대 값을 벌었다는 직장인, 심지어 단타로 용돈을 해결하고 있다는 10대 청소년들의 자랑까지 별의별 성공담이 넘쳐난다. 이같이 전시된 성공담은 평범한 이들에게 질투를 넘어서 자책과 무능감마저 안긴다. 반도체 급등과 코인 열풍, 금·은값 폭등 같은 기사만이 망막에 꽂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내 주식시장(2025년 말 기준)의 개인투자자는 1442만 명으로 성인 3명 당 1명 이상이 주식투자에 몸을 던졌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회전율은 36.55로 전년 동월 14.85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의 주식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거래가 잦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국내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신용으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는 3월 말 현재 약 34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조 원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조급한 마음이 빚어낸 단타와 빚투의 향연이다.

소액이라도 투자했을라치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스마트폰 주식창을 열고 화장실에서도 운전중에도 심지어 대화나 회의중에도 시선은 붉고 푸른 숫자에 고정된다. 수익을 내도 더 큰 수익을 낸 동료 앞에선 패배자가 되고 손실을 보면 만회하기 위해 급등종목을 찾아 유튜브와 종목 토론방을 뒤진다. 잠들기 전 미국·이란 전쟁 뉴스까지 챙겨야 하루가 간다. 심지어 하락장에 베팅한 경우에는 중동 전쟁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오히려 종전 협상이 깨지거나 지연되기를 바란다.

포모는 자산시장에만 국한하지 않고 일상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탕후루와 두바이 초콜릿, 두쫀쿠, 봄동비빔밥, 버터떡 등의 인기는 오픈런을 할 정도로 대단했다. 최근에는 수많은 건강식품을 밀어내고 먹는 알부민이 안방을 차지했다. 의사협회까지 나서 주사제가 아닌 달걀 흰자에서 추출한 먹는 알부민은 의학적 효과가 없다고 밝혔지만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것만이라도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강박이 귀까지 틀어막은 셈이다.

나만의 원칙과 손절이 필요하다

지난해 주식 활황기에 AI가 고전을 참고해 만들었다는 ‘가짜 미끼(루어)’ 이야기는 섬뜩한 교훈을 준다. 숲속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이 미끼가 보이자 앞다퉈 달려든다. 물고기들이 보석같이 화려하게 빛나는 미끼를 물면서 환호하며 하나둘 수면 위로 사라진다. 이를 본 나머지 물고기들은 불안해 어쩔 줄을 모른다. “나만 또 미끼를 못 먹고 있구나, 저 것을 먹어야 나도 뒤처지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텐데.” 물고기들이 문 화려한 미끼는 가짜 미끼(루어)로 그 뒤에 숨겨진 낚싯바늘을 보지 못한 탓에 낚여 올라간 것이다. 수면 위로 사라진 친구들은 성공은커녕 미끼에 걸려 낚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뒤처지지 않도록 ‘남들만큼’만 갖겠다는 비교 기준은 일상을 망치는 함정이자 불안의 시작점이다. 포모라는 감정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안감이나 소외감을 느낀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쉽지 않겠지만 포모의 감정을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 나만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코스피 불장으로 인한 포모는 개인의 능력만으로 극복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회적 여건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코스피 불장을 견인한 정부의 주식 활성화 정책이 수익률 세계 1위를 기록하며 포모를 심화시킨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아직도 성인 대다수는 주식 투자 대신 예·적금으로 성실히 자산을 불려 나가고 있다. 이제 정부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국민들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건강하고 다각적인 경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상이 비교의 전쟁터가 되지 않도록, ‘남들만큼’이 아닌 나로서 충분한 사회적 토대를 고민해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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