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참사 이후 3년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희생자를 기릴 추모 공간조차 마련하지 못했고, 더욱이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추모 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그 결과, 추모 시설은 시선에서 멀어져 기억에서 조차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자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7년,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참사가 발생한 자리에는 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섰습니다.
이곳에서 800m가량 떨어진 공원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나무와 수풀 사이로 추모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가족들은 당초 참사 현장에 추모비를 세우길 원했지만, 인근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류건덕/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표 : "장사에 방해가 돼서 그 장소에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워낙 반대가 심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저희들이 포기하게 됐던 겁니다."]
1994년,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서울 성수대교 붕괴 참사.
희생자 위령비는 강변북로 한복판에 외딴섬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령비에 최대한 가까이 와봤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보행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주차장 입구 역시 이렇게 막혀 있습니다.
사실상 도보로도, 차량으로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탭니다.
쉴 새 없이 달려오는 차량을 피해 가까스로 위령비에 접근했습니다.
위령비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고, 다 피운 향이 나뒹굽니다.
1970년, 3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마포구 와우아파트 붕괴 참사 현장은 그 사이 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참사의 현장을 증언하는 것은 작은 추모 동판 하나뿐입니다.
계단에 가려져 발견하기 어렵고,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 새겨진 글씨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남시우/인천시 서구 : "기억하기 위한 공간인데, 이렇게 사람들의 눈에 밟히지도 않은 채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추모 공간들.
해외의 모습은 다릅니다.
미국 뉴욕의 9·11 추모관,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은 도심 중심부에 자리 잡아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습니다.
[최해연/충북대 심리학과 교수 : "그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다음에 우리가 슬픔에 빠진 자를 위로하는 사회적 연결 이런 것들의 의미가 다 있단 말이죠."]
전문가들은 추모 공간이 참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의 약속이라고 말합니다.
KBS 뉴스 이자현입니다.
촬영기자:김성은·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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