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올해 들어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 내렸다지만 여전히 비싸다. 미국·이란 전쟁 시작 후 국제 유가와 주변국 상황을 유심히 관찰했다. 늘 비교 대상인 일본은 대한민국보다 휘발유 소비자 가격을 리터당 약 200원~300원 정도 더 저렴하게 유지했고, 대만은 약 1,300원~1,400원으로 우리보다 약 400~500원 정도 저렴하게 유지했다.
원유 수입의 약 93%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충격에 매우 취약한 원유 수입 구조를 가졌다. 그러나 과거 오일쇼크 경험을 바탕으로 250일분 이상의 비축유를 단계적으로 방출하면서, 적극적인 시장 개입 정책으로 소비자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500원대로 방어했다.
특히 정유사를 대상으로 한 연료 보조금 전액 지원 정책을 폈는데,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이 리터당 170엔(약1,500원~1,600원)을 넘지 않도록 초과 상승분 전액을 정부가 정유사에 직접 재정 지원해 소비자 가격을 조절하고 유통 업계의 경영충격을 줄이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두는 정책을 펼쳤다.
대만은 원유 수입의 약 70%을 중동에 의존해 역시 대한민국보다 의존도가 높아 이번 전쟁의 충격에 우리보다 더 크게 노출됐다. 수입 원유의 29%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산 물량은 전쟁 발발 직후 홍해로 신속히 우회했다.
대만의 국영 기업인 대만중유(CPC)를 중심으로 민간기업과 함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대만중유(CPC)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여 국제유가의 가격변동 충격을 국영 기업이 흡수하는 유통 구조로 이번 전쟁 상황에서 초과 비용 흡수율을 초기 60%에서 이후 75%로 높여 소비자와 유통업계의 충격은 대한민국보다 적었다.
특히 유류세를 아시아 인접 국가보다 높게 부과하지 않는다는 정책으로 소비자 가격은 안정을 유지했다. 대만의 유가 정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정책 실행이 빠르고 주간 가격 산출식이 공개되어 유통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체감 가격이 가장 낮고 안정적이라는 특징을 보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비쌌다. 리터당 1,750원~1,850원 수준의 휘발유 가격은 서민 경제에 치명적이었다. 대한민국은 중동 의존율 약 65~70%로 세 나라 중 수입 구조가 가장 안정적이었음에도, 이번 전쟁의 소비자 충격이 가장 컸다.
우리 정부는 우선 유통업계의 가격을 통제했다. 2주마다 도매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전년 대비 공급량의 90%를 공급하도록 강제했다.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해 가격 상승분을 방어했지만, 정유사와 주유소 행정 지도에 집중했다. 소비자에게는 ‘고유가피해지원금’을 직접 제공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한 국가 중 하나였지만, 정책 개입의 지점이 어긋나 세금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100% 전달되지 않았으며, 세수 결손만 커지는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소비자가 인지하는 가격 신호를 약화해 소비 절약을 약화하고. 정유산업의 수입·생산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는 역효과만 초래했다. 정부는 실패한 개입 정책을 멈추고 기름 공급 및 가격 정책을 신속히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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