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일본에서 포획된 곰 모습. APF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최근 3배로 인상한 국제관광여객세(출국세)를 방일 외국인 관광 편의 개선이라는 당초 도입 목적과 무관한 곰 포획과 벚나무 해충 방제 등 국내 환경 대책에 편법 투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국민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서 걷은 세금을 엉뚱한 국내 살림에 전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출국세 사용처에 곰 출몰 대책과 외래 벚나무 해충 방제 사업 등을 대거 포함시켰다. 출국세는 국적을 불문하고 일본을 떠나는 여행객에게 부과되는 사실상의 목적세로, 지난 7월 1일부터 기존 1회당 1000엔(약 8700원)에서 3000엔으로 3배 대폭 인상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증세로 연간 출국세 세수가 전년 대비 810억엔 늘어난 1300억엔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곰에게 습격당하는 행인 모습. AP연합뉴스
문제는 늘어난 세금 부담이 외국인에게 집중된 상태에서 세수의 상당 부분이 일반 국내 사업에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반발을 의식해 인상분 중 일본인 부담액에 해당하는 164억엔을 여권 발급 수수료 인하 재원으로 배정했다. 결국 수수료 감면분을 제외한 646억엔의 세수 증가분은 사실상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주머니에서 충당되는 구조다.
이러한 재원은 엉뚱하게도 자국 내 생태·환경 대책으로 흘러 들어갔다. 올해 곰 피해 방지를 위해 편성된 포획 및 생태조사 사업비 62억엔 가운데 무려 60억엔(약 96%)이 출국세로 채워졌다. 일본 환경성은 “외국인도 곰 피해를 볼 수 있어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를 폈으나, 피해 지역 대부분이 일반 거주지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벚나무를 갉아먹는 특정 외래 해충인 ‘붉은목하늘소(쿠비아카츠야카미키리)’ 방제 사업에 배정된 6억엔 전액도 출국세에서 충당됐다. 해당 해충은 수입 목재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관광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환경성은 “벚꽃을 보러 오는 외국인이 많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지난 7월 9일 일본 도쿄 북부지방인 우츠노미야에 곰이 나타나 현지 취재진들이 모여 상황을 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동안 곰 대책 등 국내 생활 밀착형 사업은 소득세나 법인세, 국채 등 일반 재원으로 감당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출 확대와 감세 정책으로 재정난을 겪자 출국세를 ‘쌈짓돈’처럼 전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무관료 출신인 다나카 히데아키 메이지대 교수는 “곰 대책이나 벚나무 해충 방제에도 사용한다면 증세 부담을 지게 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납득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출국세가 무엇에든 사용될 수 있는 것처럼 해석을 확대하는 것은 법률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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