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국가 주도의 ‘반도체 자립’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상은 국가가 직접 설립한 라피더스(Rapidus)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일본 경제산업성이 차세대 AI 칩을 개발 중인 라피더스에 6315억엔(약 6조원)의 추가 보조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원으로 일본 정부가 2027년 3월까지 반도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총 자금은 2조6000억엔(약 24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일본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투자다.
라피더스는 2022년 설립된 국가 주도 반도체 기업으로, 2027년까지 2나노 공정 기반 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TSMC 의존도를 낮추고, AI와 로보틱스, 양자컴퓨팅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추가 자금은 특히 일본 IT 기업 후지쯔의 협력 프로젝트를 포함한 연구개발과 생산 기반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핵심이다. 라피스는 IBM으로부터 첨단 공정 기술을 이전받고 있으며,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과도 협력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홋카이도 치토세에는 칩 성능 검증과 수율 개선을 위한 분석 시설과 후공정 개발 센터도 구축됐다.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 TSMC는 이미 2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했으며,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 급증 속에서 막대한 설비 투자와 기술 격차는 라피더스가 넘어야 할 큰 장벽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에너지 및 원자재 비용 상승이 부담 요인이다. 중동 지역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제조 비용이 증가하면서, 자원이 부족한 일본 내 반도체 생산 환경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경쟁 구도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CEO가 인텔과 협력해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반도체 시장 진입을 선언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테슬라, 스페이스X, xAI 등에 공급할 칩 생산을 목표로 한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대한 지원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민간 투자 3조엔(약 44조원) 유치와 함께 정부 보증을 통한 자금 조달도 병행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2031년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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