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기업에 정신병 앓아
일하면 손해인 기형 복지
부모 빈곤에 안전망 붕괴
청년 수급자 24년 새 6배
일본 20대 생활보호 수급자가 직장 내 갑질과 빈곤 대물림 탓에 24년간 6배 급증했다. 특히 조금만 일해도 지원금을 깎는 기형적 복지 구조가 청년의 사회 복귀를 가로막고 있어, 통신비 지원과 기본소득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안전망 재설계가 시급하다 지적이 나온다. /김현우 기자
일본의 생활보호 수급 가구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20대 청년층의 수급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정신 질환·부모 세대의 빈곤이 맞물리면서 청년들이 사회적 안전망의 최후 보루인 생활보호 제도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19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의 생활보호 수급 가구는 월평균 약 165만가구(2024년 피보호자 조사 기준)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수급자는 지난 24년 동안 6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빈곤층 지원 단체 '토이밋케' 대표인 사사키 다이시로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긴급 주거 상실자 지원 대상 중 절반이 20~30대"라며 "단기 아르바이트와 인터넷 카페 숙박을 전전하다 한계에 부딪혀 생활보호를 신청하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생활보호 유입 배경에는 가정 내 안전망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 사사키 씨 "경제적 위기 시 본가로 돌아가는 것이 1차 안전망이지만 부모 역시 빈곤하거나 가정 환경이 열악해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블랙기업과 우울증의 늪···청년 수급자들의 실태
도쿄에 거주하는 20대 수급자 노덴스는 신입사원 시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1년가량 휴직했으나 결국 복직하지 못하고 퇴사해 생활보호에 의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간사이 지역에 거주하는 20대 수급자 우사기 역시 대학 시절 발병한 질환으로 취업을 포기한 사례다. 그는 "본가로 돌아가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건강이 악화됐고 부모의 지원조차 끊겨 관공서 권유로 생활보호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장애인 가산금을 포함해 월 약 13만 엔(약 116만원)을 수급받으며 하루 1500 엔의 식비로 생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생활보호 제도가 오히려 청년들의 사회 복귀와 근로 의욕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활보호 지급액은 최저 생활비에서 수입을 뺀 차액으로 산정된다. 수급자가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월 1만5000 엔 이상의 소득을 올릴 경우 초과 금액의 약 90%가 보호비에서 삭감된다. 근로 소득이 13만 엔에 달하면 수급액은 0 엔이 된다. 사사키는 "적극적으로 일하거나 아예 조금만 일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이라며 "취업 시 소득을 저축해 수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비 지원 시급"···기본소득 도입 목소리도
사회 복귀를 위한 인프라 지원의 사각지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구직 활동과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수적인 스마트폰 통신비는 현재 공적 부조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사사키는 "현대 사회에서는 주거지보다 스마트폰이 더 중요한 생존 수단인 만큼 통신비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 내 생활보호 수급률 자체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터넷 게시판 '2채널' 창립자인 히로유키는 "유럽의 생활보호 수급률이 70~80%인 것에 반해 일본은 빈곤 수준임에도 실제 수급하는 인원이 20~3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대라도 심신이 지쳤다면 무리하지 않고 제도를 이용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도 이득"이라며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해 청년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랙기업= 청년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덕 기업을 뜻한다. 장시간 노동, 불법적인 초과 근무, 직장 내 괴롭힘 등이 만연하며 근로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만드는 회사를 지칭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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