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퓨전 분야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선두권 기업 약 2년 정도 격차 벌어져”
“바퀴 달린 컴퓨터 시대, 하드웨어 성공 향수 버리고 ‘애자일’ 기반 SDV로 체질 개선해야”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가 최근 인사이트코리아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본인 제공>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재편 중이다. 과거에는 엔진 출력과 연비가 차량 가치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정교함과 AI 처리 능력이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이 됐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고속도 주행 보조 등 레벨 2 수준 기술이 대중화된 상황이다. 더 나아가 레벨 3 상용화를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수백만 대의 실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테슬라나 무인 로보택시를 앞세운 웨이모 등 글로벌 선두 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격화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어 다소 격차가 있을 수 있다”며 기술력 차이를 인정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히 센서 성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선순환시키고 규제의 문턱을 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제도가 끌려 다닌다는 ‘법적 시차’가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기아차의 자율주행 현주소와 글로벌 선두 그룹과의 기술 격차 원인을 짚어봤다. 국내 대표 자동차 전문가인 이 교수는 새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자동차를 기계 장치가 아닌 ‘바퀴 달린 컴퓨터’로 정의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소프트웨어 인력을 수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도 새 거버넌스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선두 그룹과 격차가 벌어진 결정적 이유는 뭘까.
“데이터의 선순환 구조(Data Loop)와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규제의 유연성’에 있다. 테슬라는 미국 내 완화된 규제 환경을 바탕으로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실제 사고 직전의 ‘엣지 케이스(Edge Case)’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AI를 단련시켜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자율주행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올해 정부가 규제 센드박스를 확대 중에 있으나 여전히 특정 구역 외 데이터 수집은 제한적이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물리적 테스트베드’로서의 한국 시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가상 시뮬레이션에 의존하게 만든 법적 시차가 글로벌 선두 그룹과 격차를 벌린 것이다.”
가상 환경에서의 AI 학습 고도화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 격차를 줄일 방안은.
“테슬라나 웨이모 등 해외 기업들은 실차 주행 데이터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 주행하는‘디지털 시뮬레션(Digital simulation)’에서도 앞서 있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생성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테면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나 국산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활용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극한의 상황을 반복 학습시켜야 한다.”
테슬라의 카메라 중심 방식과 현대차·웨이모의 라이다(LiDAR) 병행 방식 중 어느 쪽이 주류가 될까.
“현재로서는 ‘라이다(LiDAR)’를 포함한 다중 센서 융합이 안전성 측면에서 여전히 우위에 있다. 테슬라 비전은 가격 경쟁력과 하드웨어 간소화에서 압도적이지만, 역광이나 악천후 등 광학적 한계 상황에서의 신뢰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라이다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며 양산차 적용 문턱이 낮아진 만큼, 완전 무인 주행을 지향하는 기업들은 사고 시 법적 책임 문제를 고려해 라이다를 ‘최후의 보루’로 계속 유지할 것이다. 다만 테슬라 비전온리 시스템 안전도가 라이다 방식인 웨이모 수준을 따라가는 순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존 판매된 모든 테슬라 차량이 로보택시로 운용이 가능하게 된다. 즉 확장성 면에서 탁월할 수 있다는 것이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이유다.”
국내 기업의 센서 퓨전 및 AI 판단 로직 수준은 어떤가.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의 정보를 통합하는 센서 퓨전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선두권과 약 1.5년에서 2년 정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각 센서가 상충하는 정보를 줄 때 어떤 센서의 값을 우선시할지 결정하는 ‘후기 융합(Late Fusion)’ 단계의 정교함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부품사들이 AI 가속기를 탑재한 도메인 컨트롤러를 국산화하면서 이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는 추세다.”
AI로직과 관련해 국내외 각 기업들이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IT 기업과 전통적인 완성차 제작사의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된다. 테슬라 등이 채택한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은 인간의 뇌처럼 입력(이미지)에서 출력(조향·가속)까지 통째로 학습하기에 유연성이 뛰어나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인지는 AI로 하되, 판단은 규칙 기반으로 하는 이유는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과 안전 보수성 때문이다. 사고 발생 시 AI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규명해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 블랙박스 형태인 엔드투엔드보다는 명확한 코드로 제어되는 방식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하드웨어 제조에 강점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과거에 엔진, 변속기 등 하드웨어가 자동차 성능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기능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을 위해 하드웨어 위주의 수직 계열화 구조를 과감히 탈피하고 애자일(Agile)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하드웨어 중심의 성공 방식에 대한 향수’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다. 자동차를 기계 장치가 아닌 ‘바퀴 달린 컴퓨터’로 정의하는 전사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대규모 소프트웨어 인력을 수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5년 뒤 한국 도로에서 운전자가 잠을 자도 되는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실제로 볼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2031년에도 일반 도로에서 모든 운전자가 잠을 자도 되는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고속도로나 전용 셔틀 노선 등 한정된 구간 내에서는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를 해제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레벨 4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우리 정부의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특정 구간에서의 레벨 4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 도심 주행은 여전히 법적 책임과 기술적 변수로 인해 운전자의 개입이 간헐적으로 필요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지만 가장 필요성이 큰 고속도로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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