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박완수 경남지사가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도청에서 주간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낙동강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낙동강 하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지난 2018년 지방선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당원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대표가 이끌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은 한때 아성(牙城)으로 불린 부울경 지역을 모두 민주당에 헌납하는 기록적 참패를 당했다.
그나마 2022년부터 경남도를 이끌고 있는 박완수 경남지사는 탄탄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국민의힘 후보로 일찌감치 단수공천 받았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마산수출자유지역의 한 전자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지사는 주경야독 끝에 행정고시를 통과해 관선 합천군수를 시작으로 창원시장(3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국회의원(재선), 경남도지사 등으로 승승장구한 입지전적 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탄탄한 지역기반을 자랑하는 박 지사 역시 저조한 당 지지율에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이 한때 '문재인 정부 황태자'로 불린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경남지사 후보로 단수공천하면서 전·현직 경남지사 간 빅매치도 성사됐다. 사실 박 지사의 전임자인 김경수 전 지사는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되면서 피선거권이 박탈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조기 사면복권하면서 지방선거 출마길을 터줬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으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31일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도청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박완수 지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인 사면행위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국민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굉장히 엄중한 범죄인데, 사면복권됐더라도 자중하는 것이 맞다"고 김 전 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은 박완수 지사와의 일문일답.
-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경남은 어떤지.
"2018년 지방선거때만큼은 아니지만 여론이 좋지 않다. 우리 당에 실망했다 해서 기존 지지층이 민주당을 찍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실망한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안 나가는 일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낮은 투표율로 경남까지 완패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초기 기세등등할 때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당 대표로 있었는데, 실망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안 나왔다. 그 결과 당연히 이길 것으로 예상한 후보들도 많이 떨어졌다. 당시 내 지역구가 창원 의창구였는데, 이사온 지 불과 일주일 된 민주당 기초의원이 당선되는 일도 있었다."
- 장동혁 대표에게 노선전환 등을 요구할 생각은.
"장동혁 대표가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당 대표로서 책임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유정복 인천시장 등 공천이 확정된 시도지사들과 함께 장 대표 측의 변화를 공개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 2월 26일 경남 거제 견내량에서 열린 남부내륙철도 착공식. 박완수 경남지사(왼쪽부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김경수 전 지방시대위원장. photo 뉴시스
- 민주당은 경남지사 후보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단수공천했다. 전임 김경수 도정을 평가하자면.
"내가 민선 8기인데, 민선 7기까지 경남은 도지사 권한대행을 무려 7명을 맞이했다. 김두관, 홍준표 등 역대 도지사들이 대선 출마한다고 중도사퇴하거나, 김경수 전 지사처럼 재임 중 사법처리를 받은 경우다. 내가 2022년 경남도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경남도의 경제성장률은 전국 17개 시도 중 17위로 꼴지였다. 무역수지는 적자, 지역내총생산(GRDP)은 3위에서 5위로 떨어지고, 청년인구 유출이 제일 많았던 도(道)였다. 김경수 전 지사 재임 중 부채가 1조2700억원까지 늘었다. 그나마 지난 4년간 노력한 결과 경제성장률 전국 4위, 무역수지 40개월 흑자, 고용률은 역대 최대, 인구는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지금은 경남의 주력 산업인 조선, 방산, 원전, 우주항공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
- 전임 김경수 지사 때 왜 경남도 빚이 급증했나.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 홍준표 전 지사가 경남도 빚을 다 갚았다고 선언했는데, 김경수 전 지사 재임 중 사법처리되면서 도정이 느슨하게 운영됐다. 지방채 발행이 늘었고, 공무원 숫자도 많이 늘어났다. 김 전 지사 본인이 의식을 가지고 재정을 그렇게 운영한 것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무자들이 그렇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김 전 지사가 지방 행정경험이 많이 없는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같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경수 전 지사를 조기 사면복권했다.
"김경수 전 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돼 특검 수사를 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한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민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것과 같이 굉장히 엄중한 범죄다. 이런 분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조기 사면복권해준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김경수 전 지사는 사면복권되자마자 대통령 후보로 민주당 경선에도 출마했다. 8000만건 넘는 댓글로 여론조작을 했는데, 사면복권됐다고 해도 국민들의 정서가 좀 누그러질 때까지 정치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맞는다."
- 선거 전 도민 생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란 사태 때문이다. 이란 전쟁으로 고유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의 아주 어려운 시기가 닥쳤다. 우리 경남의 소상공인들이 많이 어려운데, 지금 시기에 타격을 받으면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집안 살림과 마찬가지로 평소에 잘나갈 때는 아꼈다가 쓸 때는 돈을 써야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주기 때문에, 지역 내수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생활지원금 편성으로 경남도 부채가 늘지 않나.
"도민 생활지원금은 국비 지원이나 시군비 지원 일절 없이 100% 전액 도비로 충당한다. 전국 도 단위 광역단체의 부채활용 정도를 보면 평균 5700억원, 광역시까지 포함하면 8000억원 이상의 빚을 냈다. 하지만 경남은 지난 4년간 빚을 하나도 안 냈고, 민선 7기 기간 중에 냈던 1조2700억원의 빚 가운데 3700억원을 상환했다. 경남도민이 330만명 정도인데 약 3280억원을 자체 편성했다."
- 생활지원금 보편지급은 그간 국민의힘의 차등지급 기조와 결이 다르다.
"당초 차등지급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도민들의 소득과 재산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 자료를 절대 못 준다고 하더라. 결국 방법이 없어서 전 도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재정정책이란 것은 경기가 좋을 때는 긴축재정, 경기가 안 좋을 때는 확장재정을 써야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똑같다. 일부에서는 선거용이라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도민 살림을 챙기는 것은 도지사의 책임과 본분이다. 국민의힘도 국민을 위해 있는 정당이다. 보수, 진보의 논리로 정치를 하면 안 된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 광주와 전남은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이 성사됐다. 부울경 행정통합에 대한 입장은.
"내가 2022년 도지사가 됐을 때 전임 김경수(경남), 오거돈(부산), 송철호(울산) 등 민주당 부울경 지자체장들이 합의를 봤던 것이 이른바 '특별지방자치단체'다. 이는 경남도, 부산시, 울산시를 그대로 놔두고 그 위에 다시 '특별자치단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자치 계층구조를 줄여야 할 판에 '옥상옥(屋上屋)'으로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한번 만들면 없앨 수도 없고, 1년에 수백억원씩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2022년 지방선거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비효율적이고 재정낭비가 많은 옥상옥 구조는 절대 안 하겠다고 반대했다."
- 행정통합과 특별자치단체는 뭐가 다른가.
"수도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별자치단체'로는 안 된다. 차라리 합해서 몸집을 키워야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다. 나는 도지사가 되자마자 '행정통합'을 주장했다. 정작 내가 행정통합을 주장했을 때 민주당 경남도당은 기존의 '특별자치단체'를 주장하면서 극구 반대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지금도 '특별자치단체'를 이야기하는데, '행정통합'이 맞다는 것은 이미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판가름 난 상태다."
- 부울경 행정통합에 대한 향후 로드맵은.
"행정통합을 주장할 때 나는 세 가지 조건을 걸었다. 첫째, 위로부터 통합이 아니고 아래로부터의 통합이다. 둘째, 통합 지자체의 위상과 자치권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셋째, 경남과 부산을 1차적으로 통합하지만, 궁극적으로 울산까지 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을 꺼냈을 때 도에서 도민들 의사를 물어봤다. '주민투표 없이 통합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주민들 75%가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에 통합할지 혹은 차기 총선 때나 민선 9기 때 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는 73%가 '추후에 하자'고 답했다. 도민들의 뜻을 도지사가 받들어야 한다."
- 통합이 늦어지면 중앙정부 지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일부에서는 뒤늦게 통합하면 수십조원의 지원금을 안 준다고 하는데, 김민석 국무총리나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늦게 해도 차별을 안 두겠다'고 공식석상에서 답했다. 광주·전남에 4년간 20조원을 준다고 하는데, 그때만 기분 좋을 뿐이다. 자치단체가 존속하는 만큼 위상과 권한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령 국세·지방세 비율을 6 대 4 정도로만 조정해도 매년 수조원이 들어온다. 일단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부산시 측과 합의한 것을 바탕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제출하고, 특별법에 통합특별시의 위상과 권한을 담고, 그 권한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정부 답변 내용을 받아서 주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 현재는 도지사의 권한이 부족한가.
"사실 도지사가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권한이나 재정적 뒷받침은 상당히 미약하다. 경남도 예산이 14조원이 조금 넘는데, 이 중 도지사가 도민을 위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5%가 채 안 된다. 공무원 월급 등 의무경비를 제하면 사업비 대부분은 정부 보조사업이다. 예컨대 농어촌 기본소득도 중앙정부가 우리와 아무 상의 없이 결정하고, 중앙이 40%, 지방이 60%의 재정부담을 지도록 했다. 지금 지자체들은 부담금조차 부담할 수 없을 정도다. 지자체 자율사업을 하나도 할 수 없다."
- 경남지사 재선 시 역점 사업은.
"투자유치, 규제완화가 제일 중요하다. '남해안발전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해둔 상태인데, 2년째 국회에서 통과를 안 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도민들의 노력으로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에 내려왔는데 막상 주변에 가보면 허허벌판이다. 정주여건을 갖춰야 한다. 너도나도 AI(인공지능)를 말하는데 이재명 정부 출범 초 '경남은 제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피지컬AI에 특화하겠다'고 보고하자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SMR(소형모듈원전) 기술개발과 제작지원센터도 처음으로 경남에 지정됐다. 피지컬AI와 SMR에 있어서 경남이 중심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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