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산업 전반의 관심이 컴퓨팅 성능 등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으로 ‘통신’을 간과할 수 없다. 데이터가 아무리 빨리 처리돼도 이를 지연 없이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수 없다면 AI 서비스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 교육 현장에서도 AI와 통신 네트워크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동국대학교 지능형네트워크융합학과의 황승훈 교수와 이웅희 교수는 “AI 시대일수록 정보통신기술(ICT)에서 ‘C(Communication)’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술 간 경계를 넘어 실제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승훈 교수는 “AI 시대일수록 정보통신기술(ICT)에서 ‘C(Communication)’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성원영 기자)
AI 시대, ICT에서 ‘C(커뮤니케이션)’ 중요성 확대
과거 통신 네트워크는 폐쇄적이고 정형화된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상화·소프트웨어화·개방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네트워크 기능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최적화하거나, 새로운 기지국 애플리케이션 등의 서비스를 유연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여기에 최근 스마트워치와 스마트글래스 등 각종 기기가 확산되고, 컴퓨팅 성능까지 향상되면서 기기 간 데이터 교환량(트래픽)도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네트워크 구조의 복잡성도 커지고 있어, 기존 사람 중심의 운영 방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030년 6세대 이동통신(6G) 상용화를 앞두고, 정보 수집부터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 AI가 개입하면서 통신망 구조 역시 AI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동국대 지능형네트워크융합학과 황승훈 교수는 “과거 컴퓨터공학은 코딩, 전자전기는 하드웨어, 네트워크는 네트워크만 배우는 식으로 각 분야의 교육이 분리돼 있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컴퓨터 사이언스는 엄밀히 얘기하면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를 다루는 분야다. 이 분야는 정보를 어디로 보내거나 받는 것보다는 주로 PC 안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정보가 어디론가 오가는 것, 즉 ‘송수신’을 담당하는 것이 통신의 역할이다. 그 통신이 이루어지는 매개가 바로 네트워크다. 이제는 AI와 통신 네트워크를 두루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한 시대다”라고 설명했다.
이웅희 교수는 “AI가 워낙 발전해 이제는 공대에서 기본 소양이 됐고,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량이 됐다”며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 위에 AI를 더해, 각 분야에 맞는 AI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각 전공별로 개별적인 영역만 다뤘지만, 이제는 컴퓨터, 전자전기, 네트워크 등 여러 플레인을 수직적으로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가 미래 네트워크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웅희 교수는 “과거에는 각 전공 분야별로 개별적인 영역만 다뤘지만, 이제는 컴퓨터, 전자전기, 네트워크 등 여러 플레인을 수직적으로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웅희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 (사진=성원영 기자)
AX 위한 융합형 인재 양성 텃밭 마련
동국대학교 지능형네트워크융합학과는 올해 새롭게 개설됐다.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확대가 가로막힌 가운데, 동국대학교는 교육부의 첨단학과 지원 사업을 통해 지능형네트워크융합학과를 신설할 수 있었다.
학과장을 맡은 황승훈 교수는 대학원에서 무선통신을 전공하고, 2005년 동국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임용됐다. 이후에도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과제를 통해 3G, 4G, 5G 이동통신 및 무선통신 연구를 수행해왔다.
이웅희 교수는 석박사 때부터 통신 네트워크를 전공했으며, 특히 박사 시절에는 AI를 활용한 네트워크 최적화 등을 연구했다. LG유플러스 5G 연구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한성대학교를 거쳐 지난 3월 동국대학교로 부임했다.
지능형네트워크융합학과 교수는 총 6명(이웅희 교수 포함)으로 AI 전공 1명, 통신 네트워크 전공 3명, 서비스 전공 1명, 정책 전공이 1명이다. 향후 교수를 더 채용할 계획이다.
이웅희 교수는 “학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학생들이 통신, 네트워크, AI 등 여러 학문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며 “1학년 때부터 융합 교육을 시작해 세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황승훈 교수는 “정부에서도 융합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기술이 실제로 어떤 서비스로 제공돼야 하는지, 경제적 의미가 있는지 등을 간과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능형네트워크융합학과는 처음부터 융합을 목표로 설계된 만큼, 완성도 있는 융합형 인재를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캠퍼스 내에 5G 특화망을 구축해 학생과 교수들이 무선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동국대 측은 5G 특화망을 기반으로 실험실습 기자재와 테스트베드를 마련하고, 이를 교육과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무선 네트워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학생들의 실습과 연구,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을 지원한다. 다만 캠퍼스 전체를 한 번에 구축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동국대는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첨단 네트워크 기술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동국대 지능형네트워크융합학과 단체 사진 (사진=성원영 기자)
다음은 황승훈 교수와 이웅희 교수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구성했다.
Q. 올해 첫 신입생을 받았는데,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면.
“왜 데이터가 안 터져요?”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학생들은 무선 통신이 어디서나 당연히 잘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선 전파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레이턴시(지연), 오류, 신뢰성 등 다양한 환경적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도시의 빌딩 구조나 날씨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IT 전문가들조차도 이러한 무선 통신 환경의 복잡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지능형 네트워크를 제대로 설계하고 기술을 개발하려면, 통신과 컴퓨터 양쪽의 특성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 하나를 전달하는 과정도 매우 복잡하고, 연구자들이 한 분야만 깊이 파다 보면 이러한 교차 영역의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
실제로 AI가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 병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챗GPT(ChatGPT)와 같은 서비스에서 인퍼런스(추론) 시간뿐 아니라, 예측 결과를 사용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시간까지 통신 네트워크의 역할이 서비스 체감 품질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통신 네트워크를 빼고는 데이터 전달과 AI 서비스의 품질을 논할 수 없다.
Q. 학과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우리 학과에서는 AI 및 네트워크 기술의 기반이 되는 알고리즘, 데이터통신, 컴퓨터네트워크, 인공지능개론 등 기초 과목을 가르친다. 신입생들의 학년이 올라가면 지능형네트워크, 네트워크인공지능 기술, 네트워크인공지능 서비스, 서비스공학, 통신네트워크정책, 네트워크표준 등 심화 과목으로 확장해나가게 된다. 이론뿐 아니라 실습, 프로젝트 기반 수업, 현장 연계 학습을 통해 실무감각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Q.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도 필요할 텐데.
일선 현장에서는 네트워크와 AI를 융합한 인재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대학에서는 전공별로 각 분야의 교육 과정이 분리돼 있다. 학교에서 네트워크를 직접 구성하고 테스트해보는 경험도 거의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졸업 후 현장에 투입되면 회사에서 다시 실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적 트렌드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직접 실습 경험을 쌓고 나가는 것과 교과서만 보고 졸업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Q. 학생들에게 어떤 진로를 추천할 수 있나.
동국대학교 지능형네트워크융합학과 졸업생들은 통신사, IT 기업, AI 기업, 스마트 시스템 기업, 공공기관, 연구기관, 창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특히 AI를 네트워크와 통신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로서, 통신사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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