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인천시청 지하 1층 소통회의실에서 ‘공항공사 통합문제 진단과 인천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토론회’를 개최되고 있다. / 인천시 제공
정부가 추진 중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의 이른바 ‘공항 운영사 3자 통합’ 논의를 두고 인천 지역사회가 폭발했다. 인천의 핵심 성장 동력인 인천공항의 수익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 공항의 보전용으로 투입하려는 시도는 국가 항공 경쟁력은 물론 인천의 경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정치적 개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23일 인천시청 소통회의실에서 열린 ‘공항공사 통합문제 진단과 인천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통합 명분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윤한영 한서대 교수는 “인천공항 당기순이익의 46%인 약 3조 4,000억 원이 이미 국고로 편입되고 있다”며 “통합은 새로운 재원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왜곡해 공항 운영의 원칙을 처참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방 공항 활성화 실패의 원인을 인천공항의 국제선 집중 탓으로 돌리는 시각에 대해서도 배후 수요를 무시한 ‘강제 취항 논리’라며 선을 그었다.
인천공항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위상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인천연구원 윤석진 연구위원은 영종 지역의 인구가 개항 후 314% 급증한 점을 들어 “공항은 바이오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견인하는 클러스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한남 인천시 해양항공국장 역시 인천 GRDP(지역내총생산)의 38%를 차지하는 공항 생태계가 통합 여파로 위축될 경우, 일자리 감소와 투자 위축 등 도미노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인천공항이 흔들릴 경우 인천 전체의 경제 지표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장을 압도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조고호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상임대표는 “B/C(경제적 타당성)가 1 미만인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세계적 허브인 인천공항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인무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사무처장은 일본 나리타 공항의 사례를 들어 “네트워크 분산으로 허브 경쟁력을 잃을 경우 국가적 손실은 최소 13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2034년 적자 전환 위기에 놓인 인천공항에 통합이라는 짐까지 지우는 것은 공멸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김동원 인천대 교수와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등은 이번 논의가 행정적 명분이 전혀 없음을 지적하며 대통령의 직접적인 ‘원포트(One-Port) 정책’ 고수 약속을 요구했다.
지역사회의 대응은 이제 실력 행사로 전환될 전망이다. 인천 지역 110여 개 단체가 결집한 ‘인천 사수 범시민운동본부’는 정부의 졸속 통합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인천의 자본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권을 수호하기 위해 오는 5월 10일 인천시청 애뜰광장에서 ‘인천 시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항 통합 문제가 지역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시민사회의 전례 없는 강경 대응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저널21 강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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