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in 칼럼]
김천권 /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인천학회 고문
단일화 이전에 먼저 제시되야 할 교육철학과 가치
초·중·고 교육을 책임지는 인천시 교육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초·중·고 교육은 인간 성장 과정에서 기초를 형성하는 단계이며, 대학 이상의 교육이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라면, 이 시기의 교육은 나무에 뿌리를 내리는 일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초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현재 인천 교육감 선거의 양상을 보면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단일화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이 말하는 ‘보수’와 ‘진보’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책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단일화 이전에, 과연 두 진영이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에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단순한 정책 공약의 차이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책 <에밀: 교육에 대하여>에서 제시한 통찰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루소는 교육의 출발점을 ‘자연’에서 찾았다. 이는 아이를 특정한 틀에 맞추는 주입식 교육보다, 사회에 물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인간’을 기르는 것에 주안점을 둔 자연주의 교육을 목표로 한다. 이런 루소의 관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교육 철학의 중요한 기준점으로 인식된다.
장 자크 루소와 그의 책 <에밀: 교육에 대하여>
그렇다면 오늘날 교육에서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보수적 교육관은 전통과 질서를 중시한다. 가정과 학교의 역할을 강조하며, 인성·예절·책임감 같은 기본적 덕목을 교육의 중심에 둔다. 학력 수준의 유지와 향상, 규범의 확립, 공동체의 질서와 안정성을 중요하게 본다.
반면 진보적 교육관은 평등과 다양성을 강조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다문화 감수성, 민주적 시민의식과 같은 가치를 중심에 둔다. 학생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참여와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이처럼 두 관점은 상호 배타적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강조점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쪽은 ‘질서와 책임’을, 다른 한쪽은 ‘평등과 참여’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인천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이러한 철학적 차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보수 후보들은 기초학력 강화, 책임 교육, 이념 편향 배제, 선택권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으며, 진보 후보들은 안전한 교육환경, 스마트 기기 보급, 미래 교육, 교육 공동체 참여 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공약이 표면적으로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AI 활용, 디지털 교육환경 구축, 학력 향상 등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과 환경에 대한 공약은 넘쳐나지만, 정작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라는 교육적 가치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은 부족하다.
교육은 단순히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고 AI를 도입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수단을 통해 어떤 가치와 태도를 지닌 시민을 길러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 있는 제물포 AI 융합교육센터
시민과 소통하고 요구 반영해야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후보자들의 소통 방식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관계의 과정이며, 특히 지역 교육은 시민과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후보들이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치중하고 있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 자신의 비전과 성과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은 교육 행정의 책임자로서 적절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후보 시절에도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려 하는데, 교육감이 되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로,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교육감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교육 철학을 구현하는 리더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이 아니라 태도다. 시민과 학부모,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질문에 답하며, 함께 방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든 진보든, 그 출발점은 같아야 한다. 그것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정책만 나열하는 선거는 결국 공허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후보자들은 단순한 공약 경쟁을 넘어 교육 철학의 차이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보수라면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지, 진보라면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동시에 모든 후보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 그것은 ‘소통하는 교육감’이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천의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어떤 진영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 교육이 어떤 가치와 교육관을 지향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이번 선거가 그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을 찾고, ‘소통하는 교육감’을 선출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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