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저당·기능성… 건강 설계 중심으로 이동
조리시간 단축·공정 혁신…간편식 경쟁 축 변화
K디저트·체험형 매장… 소비는 ‘경험’으로 확장
풀무원다논 ‘더블제로 액티비아’. 설탕무첨가, 지방 0%, 유당 0%를 적용한 락토프리 발효유로 제로·기능성 음료 흐름을 반영한 제품이다. (제공: 풀무원다논)
식품업계 신제품 전략이 ‘덜어내고 채우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건강 부담 요인과 조리시간은 줄이고 기능과 경험 가치를 높이는 흐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봄 시즌을 맞아 풀무원다논, 농심, 웅진식품, 현대그린푸드, 배스킨라빈스, 삼립, 대상웰라이프, 빙그레, 던킨, 본죽&비빔밥, 하림 더미식 등 10여 개 브랜드가 잇달아 신제품을 내놨다.
공통 키워드는 ‘제로’ ‘건강’ ‘간편’이다. 설탕과 지방, 유당을 줄이는 전략이 기본값이 된 가운데 저당·락토프리·저칼로리로 세분화가 이어지고 간편식과 베이커리에서는 조리시간을 줄이는 공정 혁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로 트렌드의 ‘진화’… 설탕 빠지고 유당까지 지웠다
풀무원다논의 발효유 브랜드 ‘액티비아(ACTIVIA)’가 18일 출시한 ‘더블제로 액티비아(그린플레인·청사과 2종)’는 설탕 무첨가에 지방 0%, 유당 0%를 동시에 구현한 150㎖ 병 타입 마시는 요거트다. 한 병당 45㎉로 칼로리를 낮추고 유당 불내증 소비자를 겨냥한 락토프리 설계를 적용했다. 체온(36.5℃)에서 배양된 비피더스 액티레귤라리스 균(체온 활동 유산균)과 병당 프로바이오틱스 400억 CFU를 함유해 제품 경쟁력을 차별화했다.
김동진 풀무원다논 액티비아 팀장은 “이번 신제품은 요거트 본연의 맛은 유지하면서 섭취 부담 요소를 한 번에 덜어낸 것이 특징”이라며 지난 2016년 마시는 요거트 당 함량 25% 저감 이후 10년간 지속해온 당 저감 전략의 연장선상임을 강조했다.
농심도 이달 23일 ‘웰치스 제로 애플망고맛’을 출시하며 제로 탄산음료 라인업을 확장한다. 기존 포도·샤인머스캣에 이어 애플망고맛을 추가한 것으로 지난해 농심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실시한 ‘웰치스 출시 희망 신제품 조사’ 댓글에서 망고맛이 1위를 차지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대상웰라이프 ‘아르포텐 쿨링업’. 아르기닌 2000㎎, 타우린 1000㎎, 전해질과 비타민B군을 담고 제로슈가 설계를 적용한 에너지 드링크다. (제공: 대상웰라이프)
대상웰라이프도 제로슈가·저칼로리를 내세운 아르기닌 에너지 드링크 ‘아르포텐 쿨링업’을 선보였다. 전해질 4종, 아르기닌 2,000㎎, 비타민B군 4종, 타우린 1000㎎을 담았으며 카페인 함량은 기존 제품 대비 35% 낮춘 78㎎으로 설계했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의 ‘2025 음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1년 전보다 많이 마신 음료로 ‘유제품’을 선택한 응답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유제품이 건강 대체 음료로 재편입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저당·무방부제·국산 원료’… 건강 소구 포인트 더 세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이달 17일 공식 온라인몰 그리팅몰(www.greating.co.kr)에 저당 양념육 3종을 출시했다. ‘저당 홍시 버섯 소불고기(1만 5000원)’ ‘저당 흑돼지 고추장 불고기(1만 300원)’ ‘저당 오삼불고기(1만 3500원)’로 과일과 채소로 단맛을 내 100g당 당류 함량을 5g 이하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웅진식품이 ‘생차’ 광고 캠페인을 통해 녹차·호지차 2종 제품을 선보였다. 이틀 내 수확한 생찻잎을 사용하고 설탕과 감미료를 넣지 않은 제품으로 최근 식품업계의 ‘성분은 덜고 원재료 가치는 높이는’ 흐름을 반영했다. (제공: 웅진식품)
웅진식품은 100% 국내산 호박과 팥을 활용한 ‘바나바 호박팥차’를 이달 중 출시했다. 건강 트렌드에서 주목받는 바나바잎 추출물을 더해 일상 루틴 음료로 포지셔닝했으며 설탕과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웰니스바’도 국내산 유기농 바나나 농가와 협업한 건강음료를 새롭게 선보였다. ‘바나나 샴페인 에이드(7800원)’ ‘바이탈 밸런스 스무디(9800원)’ ‘올리브나나 라떼(8800원)’ 등이다.
본죽&비빔밥이 봄 시즌 메뉴 ‘냉이된장불고기비빔밥’을 출시했다. 100% 국내산 제철 냉이를 사용하고 된장 양념과 소불고기를 더해 간편식에서도 원재료와 계절성을 강조하는 최근 흐름을 반영했다. (제공: 본그룹)
본죽&비빔밥은 봄 제철 나물 ‘냉이’를 활용한 ‘냉이된장불고기비빔밥’을 출시했다. 100% 국내산 냉이를 된장 양념에 무치고 소불고기를 더한 메뉴로 리뉴얼 이후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 그릇을 돌파한 ‘죽~맛나는 비빔밥’ 라인업의 봄 시즌 신메뉴다. 하림 더미식도 ‘냉이된장국’을 포함한 냉동 국물요리 7종을 리뉴얼했다. 이번 리뉴얼은 350~400g 파우치 2개 묶음에서 700g 스탠딩 파우치 1개로 패키지를 간소화해 냉동실 공간 효율과 조리 편의성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삼립 FTO 기술 적용 휴면생지. 해동과 발효 없이 조리 가능해 전체 조리시간을 약 20분으로 단축했다. (제공: 삼립)
◆B2B 베이커리부터 밀키트까지 ‘조리 시간 단축’ 혁신
삼립은 B2B 솔루션 브랜드 ‘얌’의 ‘바로생지’ 라인업에 FTO(Frozen to Oven) 기술을 적용한 휴면생지 2종(망고패스츄리·트리플베리패스츄리)을 출시했다. 해동·발효 과정 없이 냉동 상태에서 바로 오븐에 넣어 구울 수 있어 전체 조리 시간이 20분 내외로 일반 휴면생지 대비 약 86% 단축된다. 삼립은 FTO 전용 원료·배합 기술로 수분의 균일한 분포를 구현해 페이스트리 특유의 바삭한 결과 촉촉한 식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대상그룹 혜성프로비젼 ‘춘천식 철판 닭갈비’. 닭다리살과 고구마, 우동 사리를 포함한 구성으로 2~3인 가구용 간편식을 겨냥했다. (제공: 대상)
대상그룹 혜성프로비젼의 육류 전문 브랜드 미트프로젝트는 닭다리살과 고구마, 우동 사리면을 포함한 ‘춘천식 철판 닭갈비(770g+사리면 230g)’를 출시했다. 고물가 속 집밥 수요 증가에 대응한 상품으로 2~3인 가구를 주 타깃으로 하며 미트프로젝트 공식 온라인몰에서 출시 기념 10% 할인 판매 중이다.
◆이색 콜라보·팝업·K-디저트… 체험 마케팅도 확산
빙그레는 미국 청소 용품 브랜드 ‘스크럽 대디(Scrub Daddy)’와 협업해 바나나맛우유 단지 모양 수세미 2종(대디·마미)을 한정 출시했다. 물 온도에 따라 경도가 변하는 플렉스텍스처 기술이 적용됐으며 바나나맛우유 6개와 수세미 2종 패키지로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선물하기에서 판매된다. 빙그레는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명재현·태산을 바나나맛우유 모델로 발탁한 데 이어 필름 키링 세트도 선보였으며, 이는 공개 30분 만에 완판됐다.
배스킨라빈스는 3월 이달의 맛 ‘두바이에서 온 엄마는 외계인’에서 파생된 ‘두바이st 선데’를 출시했다.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토핑, 초코 드리즐로 구성된 이 신메뉴는 이달의 맛이 출시 15일 만에 싱글레귤러 기준 누적 100만 개를 돌파한 흥행에 힘입은 확장 메뉴다.
던킨은 서울역 대합실 2층에 ‘원더스 서울역점’을 오픈하고 11가지 곡물 라떼·쿨라타, 경단을 재해석한 ‘행운경단 먼치킨’, 소불고기 비빔볼 등 K-디저트 콘셉트의 한정 메뉴를 선보였다.
웅진식품은 기존 ‘생차’ 광고 캠페인을 세로형 3분할 영상 포맷으로 재구성, 지난 17일부터 인스타그램 릴스·유튜브 쇼츠 등 디지털 채널에 공개했다. ‘대학생 1일차’ ‘첫 자취 9일차’ 등 2030 공감형 스토리를 담은 시리즈로 세로형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다.
던킨 ‘원더스 서울역점’. 11곡물 라떼와 행운경단 먼치킨 등 K-디저트 콘셉트를 내세워 체험형 소비 공간으로 확장했다. (제공: 던킨)
◆트렌드 ‘건강 세분화’ ‘조리 효율’ ‘경험 마케팅’ 3축
이번 신제품 물결에서는 세 가지 구조적 흐름이 포착된다.
먼저 건강 소구의 세분화다. 단순한 ‘저칼로리’를 넘어 설탕·지방·유당·당류 등 각각의 성분을 표적으로 한 제품이 등장했다. 락토프리(풀무원다논), 저당류(현대그린푸드), 무감미료(웅진식품 바나바 호박팥차) 등 소비자 건강 민감 지점이 갈수록 세밀해지고 있다.
조리·운영 효율 혁신이다. 삼립의 FTO 기술(조리 시간 86% 단축), 하림 더미식의 패키지 간소화 등은 B2B와 일반 소비자 모두를 겨냥한 편의성 혁신이다. 고물가 장기화로 외식 대신 가정식·간편식을 선택하는 ‘집밥족’ 증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체험의 확장이다. 빙그레의 K-팝 모델 협업 굿즈, 배스킨라빈스의 두바이 스타일 메뉴 확장, 던킨의 K-디저트 팝업 스토어 등은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수렴한다. 인스타그램 릴스·유튜브 쇼츠 중심의 세로형 콘텐츠 마케팅도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봄 성수기에 맞춰 신제품을 집중 출시한 이번 흐름이 하반기 제품 개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산 원재료 강조(냉이·바나나·찻잎), 제철 식재료 활용, SNS 퀴즈·라이브커머스와 연계한 출시 이벤트 등 소비자 접점 다변화 전략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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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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