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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헌주 디퍼런트밀리언즈(디밀) 대표 - K뷰티의 '새로운 판'

김익환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이헌주 디퍼런트밀리언즈(디밀) 대표 - K뷰티의 '새로운 판'

신학을 공부하던 20대 초반, 이헌주 디퍼런트밀리언즈(이하 디밀) 대표는 내면에 ‘야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억누르면 사라질 것이라 믿었던 욕망은 10년이 지나도 남았고, 결국 그는 진로를 틀었다. 그 선택은 뷰티산업으로 이어졌다. 2017년 디밀을 설립한 그는 크리에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판매 구조를 설계하는 사업을 구축했다. 국내에서 검증한 이 모델을 들고 이제 그의 발걸음은 미국으로 향한다.

이헌주 디퍼런트밀리언즈 대표는 목사를 꿈꿨던 10여 년을 뒤로하고 2017년 뷰티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다. 김정훈 기자

20대 초반 신학을 공부하던 그는 자신 안에 ‘야망’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목사를 꿈꾸던 시기였다. 다만 그 이유는 신앙적 소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단지 목사가 멋있어 보였고 사람들이 따르는 자리에 대한 욕망이 컸다. 스스로도 그것이 올바른 동기라고 보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독교에서 말하듯이 고난과 훈련을 거치면 신앙적 삶으로 정돈될 것이라고 믿었다. 아직 젊으니 자연스럽게 정리될 문제라고 여겼다. 그렇게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사역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30세에 접어들어도 내면은 달라지지 않았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신앙과 사역을 이어왔지만 야망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제야 이대로 머물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야망을 펼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2012년 12월 그는 신학을 내려놓고 귀국길에 올랐다. 뷰티 크리에이터 IP(지식 재산) 기반 마케팅·커머스 솔루션 기업 디퍼런트밀리언즈(이하 디밀)를 창업한 이헌주 대표의 이야기다.

신학과 뷰티 간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이 대표는 “둘 다 전도사인 것은 같다”며 “신앙 전도사 대신 K뷰티 전도사가 됐다”고 웃어 보였다. 그가 신학에서 뷰티로 진로를 바꾼 데는 필연과 우연이 교차했다. 미국 유학 시절 흑인 고객들에게 가발과 화장품을 판매했던 경험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여러 스타트업에 지원서를 넣는 과정에서 경력이 부족했던 그를 받아준 곳이 뷰티·패션 콘텐트를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회사였다. 그곳에서 그는 1년간 실무를 익힌 뒤 2017년 1월 디밀을 설립했다.

어느새 10년 차 CEO(최고경영자)인 이 대표는 K뷰티 전도사이자 업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스타트업 대표로 꼽힌다. 2017년 유튜버 단 3명과 함께 시작한 디밀은 창업 1년 만에 두 자릿수 매출액을 달성했다. 2019년 법인사업자로 전환한 이후에는 현대홈쇼핑과 아모레퍼시픽에서 투자금 150억원을 유치하는 데도 성공해 유망 기업으로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2024년에는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4월 10일 서울 신사동에 자리한 디밀 본사에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이 대표가 만났다. 이 대표는 디밀을 “뷰티 크리에이터 IP를 활용해 판매 구조를 설계하는 마케팅·커머스 솔루션 기업”이라며 “단순한 뷰티 특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에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뷰티를 이른바 ‘전도’하는 지역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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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MCN 기업에서 진일보했다. 기존 MCN이 인플루언서와 브랜드를 연결하고 제품 노출 빈도를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면, 디밀은 브랜드의 실제 매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리에이터 IP를 기능 단위로 나눠 설계하는 회사다. 단순히 누가 유명한지, 조회수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발견하게 하는 역할, 제품을 설명하는 역할, 신뢰를 형성하는 역할, 최종 구매를 유도하는 역할로 분리한다는 점이 주된 차이점이다.

과거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브랜드나 상품 노출 중심이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많이 보여주면 된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면서 단순 노출만으로는 구매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제품을 알리는 단계에서 이탈이 발생하면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설명·신뢰·구매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디밀도 창업 초기에는 단순 매칭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광고비를 써도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크리에이터를 역할·기능별로 나누고, 브랜드에 맞는 조합을 설계하고, 실행 결과를 분석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사업모델을 바꿨다. 콘텐트 조회수보다 실제 구매 전환이 중요한 시장 환경에서 단순 노출형 MCN이 아니라 구매 여정 전체를 설계하는 구조로 진화한 것이다.

크리에이터와 브랜드의 매칭이 중요해 보인다. 물론이다. 특히 크리에이터와 브랜드의 궁합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요즘 시청자는 크리에이터의 콘텐트가 실제 경험에 기반했는지 혹은 과장된 광고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이 정도로 시청자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실제로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나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금액이 크더라도 제품이 맞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국내 뷰티업계가 브랜드 규모나 자금력만으로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제품 적합성, 다시 말해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크리에이터는 기능별로 역할이 다르다. 인지도 중심 ‘아이코닉 크리에이터’와 구매 전환 중심 ‘보이스 크리에이터’로 구분되는데, 실제 매출은 보이스 크리에이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는 콘텐트 조회수가 높지만 구매 전환율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후자는 그 반대다.

디밀만의 또 다른 차별점이 있다면. 크리에이터가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밀리언즈 셀렉트샵’이라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한다. 가입자 약 32만 명을 확보한 플랫폼이다. 디밀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지속적으로 마켓을 운영해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판매 데이터가 쌓였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각 인플루언서의 퍼포먼스 수준과 특징을 파악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어떤 제품과 매칭했을 때 성과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다. 단순히 크리에이터를 브랜드와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매칭과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디밀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이헌주 디퍼런트밀리언즈 대표(오른쪽)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K뷰티 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훈 기자

K뷰티 산업, 여전히 블루오션

K뷰티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도 국내 뷰티산업에는 자본과 인재가 동시에 유입되고 있다. 단, 브랜드의 경쟁 무대는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됐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유럽과 중동 등 다양한 국가를 타깃으로 진출하는 브랜드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K뷰티 산업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K뷰티 산업의 미래를 두고 정점론과 성장론이 공존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미 레드오션에 도달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라는 새로운 판이 열리면서 추가 성장 여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디밀은 미국 시장을 K뷰티의 또 다른 기회로 잡았다. 미국 진출을 결심한 이유는 국내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수십억원씩 성장하던 매출이 300억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디밀의 성장 한계를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대로 안주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K뷰티가 글로벌에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이미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다음 성장 기회를 미국에서 찾았다.

현재 K뷰티는 미국 시장에서 약 5% 수준 점유율을 차지한다. 아무리 K컬처의 바람이 거세다 해도 K뷰티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는 주 소비층이 젊은 문화 소비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 시장에 아직 충분히 진입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기존 글로벌 브랜드 중심으로 소비하는 중산층에게 K뷰티는 여전히 낯선 영역이다. 이 지점이 바로 K뷰티에는 새로운 기회다. 중산층 시장을 뚫는 순간 시장 구조가 바뀔 수 있고 전체 파이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시장은 아직 본격적인 경쟁조차 시작하지 않은 영역이나 마찬가지다.

마케팅 방식도 전환해야 한다. 과거 K뷰티는 틱톡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발견형 플랫폼을 활용해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색다른 브랜딩이 필요하다. 이런 채널들은 단기적인 구매 전환율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서사와 신뢰도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틱톡으로 매출을 만들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으로 브랜드 서사를 만드는 이중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비드콘(VidCon) 참여가 그 일환인가. 그렇다. 2011년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 크리에이터 축제인 비드콘은 매년 미국 LA 애너하임에서 열린다. 유튜브·틱톡·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 흐름이 형성되는 공간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집결한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크리에이터 구성이 미국 중산층 소비자의 매체 이용 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비드콘이 타깃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접점이 될 것으로 확신했고 이에 비드콘을 시장 진입 테스트베드로 정했다. 행사장 입구 정면에 990㎡(약 300평) 규모 K뷰티 전용관을 배치해 모든 참가자가 그 공간을 거쳐가도록 설계했다. 선택이 아닌 동선으로 노출을 유도한 구조다. 이번 K뷰티 존에는 약 25개 브랜드가 참여할 예정이다. 비용은 공동 부담 방식으로 단기간 내 부스를 채우며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한옥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해 한국적 헤리티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간 방문과 촬영, 콘텐트 확산이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종사자로서 K뷰티 성공 공식을 제안해달라. K뷰티 성공 공식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성과를 내는 브랜드를 보면 구조와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통적인 요소는 탁월한 마케팅 역량이다. 국내에서 뷰티 제품 자체는 이미 충분히 상향 평준화돼 있다. 이제는 무엇을 만들었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어떤 시장에서 누구에게 팔 것인지 등을 포함해 전체를 설계해야 한다. 여기서 성과의 차이가 나타나고 승패가 결정된다. 일부 기업은 대표가 제품·마케팅·유통을 모두 장악하는 구조이며, 또 다른 기업은 조직 단위 키맨을 중심으로 분업화된 구조를 형성한다. 이처럼 방식은 달라도 그 중심에는 ‘촘촘히 설계된 마케팅’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간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전통적인 브랜드가 헤리티지 중심으로 소비층을 형성해온 것과 달리, K뷰티는 소셜미디어(SNS)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틱톡과 같은 발견형 플랫폼을 활용해 단기간에 인지도를 확보하고 매출을 만드는 구조를 구축했다. 여기에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가격 전략이 더해지면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젊은 층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로 확산되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실제로 시장을 뚫고 나가는 브랜드를 가르는 기준은 따로 있다. 바로 실행력이다. 가설의 정교함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속도다.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시도하고, 또 실패하면 수정해 다시 실행하는 사이클을 얼마나 자주 반복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린다. 가설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실행력이 강한 팀은 결국 성과를 만들어낸다. 반대로 가설이 아무리 정교해도 실행이 느리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김익환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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