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채정의 엮어읽기] 지역상권·친환경, 의무감 아닌 즐거움에서 출발해...

실은, A 씨는 '카카오 소신상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디지털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림골목시장 상인회 매니저를 하고 있는 것. 전통시장도 최근 백화점처럼 전문 관리자와 상인을 구분해 운영하는 곳이...

[이채정의 엮어읽기] 지역상권·친환경, 의무감 아닌 즐거움에서 출발해...

은평 벚꽃놀이, 화양연화 즐기는 가족·연인

백화점처럼 전통시장도 진화, 매니저 시스템

다회용기로 깔끔한 뒷정리까지, 환경부 지침

일회용기 쓸 때보다 쓰레기 36.7%나 줄었다

4월 3일부터 4일까지 은평 벚꽃축제에서 전통시장 박람회가 열렸다. (사진=펜앤마이크/이채정 기자)

도개걸윳모. 정월대보름도, 설도 추석도 아닌데 윷놀이가 한창이다. 파전, 미나리전, 부추전 내음이 눈알처럼 쏟아지는 벚꽃과 함께 바람을 타고 코 안에 맴돈다. 상인들이 각각 하얀 천막 부스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며 식재료가 떨어졌다고 불평한다.

빠알간 떡볶이와 어묵을 발견하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요새 유행하는 차기 두쫀쿠 '버터떡'을 포장하려는 이들, 볶은 땅콩 가격을 묻는 할머니와 손만두에 군침흘리는 아이까지. 봄의 절정, 4월의 첫 토요일 나들이 나온 가족과 연인들이 은평' 전통시장 박람회'에서 북적인다.

은평 벚꽃놀이, 화양연화 즐기는 가족·연인

4월 3일부터 4일 이틀간 은평구 새절역과 응암역 사이, 벚꽃이 흩날리는 불광천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에서 지역 벚꽃축제가 열렸다. 트로트 가수들이 응암역 아래 가설된 무대에서 열창하는 동안,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지역 골목상점가의 오래된 손길로 버무려진 풍미를 즐기고 있었다.

박람회에는 ▲대림시장의 유진식품·금동이네토스트·엽전열닷냥, ▲연신내골목형상점가의 꿈꾸는친구들협동조합·참선진녹즙·쿠키날, ▲대림골목시장의 대림건어물·카페&츄러스, ▲신응암시장의 응암닭강정·반찬백화점, ▲대조시장의 남도홍어·바로굼빵터·행운손만두, ▲제일시장의 하르당, ▲증산종합시장의 퍼니콕, ▲불광먹자골목골목형상점가의 횟집산이네·막사발이 참여했다.

즐비한 천막을 지나치면 취식존과 각종 전통 놀이가 펼쳐지는 이벤트 부스가 있다. 화가가 즉석으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그림 존도 있다. 가장 짧으면서도 찬란한 계절의 젊은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모두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림건어물 매니저 A씨(사진=펜앤마이크/이채정 기자)

백화점처럼 전통시장도 진화, 매니저 시스템

사람이 많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자의 발걸음을 멈춘 비주얼은 각종 옛날과자, 강냉이, 견과류를 판매하는 '대림건어물'. 전통시장 생리에 문외한이었기에 '소신상인'이라는 배지를 달고 있는 A 씨에게 작동 원리를 물었더니, 그는 '소신상인(가로로 읽을 때)'이 아닌 '소상공인'이라며 웃으며 단어를 정정했다.

실은, A 씨는 '카카오 소신상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디지털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림골목시장 상인회 매니저를 하고 있는 것. 전통시장도 최근 백화점처럼 전문 관리자와 상인을 구분해 운영하는 곳이 늘었다.

그는 옆에서 땅콩을 볶던 상인을 가리키며 "저 분은 부회장, 저는 시장 매니저"라고 말했다. A씨는 화장품, 맥주 판매를 거쳐 과자 판매로 넘어온지 약 2개월 됐다고 한다. 행사 기획으로 일한지는 햇수로 15년차.

장인의 향이 풍기는 부회장은 땅콩 볶는 기계 원리를 알려주었다. 열이 유지가 되도록 하루종일 볶는 시스템은 아니고, 눈대중으로 볶음 정도를 파악한 뒤 식혀 따로 포장한댔다. 기자는 쫀득쫀득한 견과류 옛날과자를 구매했다.

은평 전통시장 박람회 '막사발'에서 전을 담는 다회용기(사진=펜앤마이크/이채정 기자)

다회용기로 깔끔한 뒷정리까지, 환경부 지침

돗자리를 펼쳐놓고 닭꼬치와 분식류를 먹는 이들. 일회용품도 엄청나게 활용될 터. 아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수 차례 쓸 수 있는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각종 커피와 음료수, 김치전과 떡볶이까지 쨍한 초록색 용기 안에 담겼다. 포장용 빵이나 반찬을 제외하곤 모두 친환경 소재였다.

4월이지만 꽤나 햇빛이 강렬한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초록 점퍼를 입은 채 '다회용기반납/분리배출' 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청년 셋이 보였다. 초록색은 다회용기 대여 업체인 '잇그린'(itgreen)의 색상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B씨는 잇그린에서 파견된 직원이 아니라, 행사업계에서 나왔다. B씨는 "우리는 가게부스 다회용기를 관리하러 왔다"면서 "잇그린은 가게에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대여해주고, (행사 업계인) 우리는 가게가 사용한 다회용기를 수거해 본사로 가져가 세척하고, 그 용기를 다시 반복해 사용할 수 있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다회용기에 담긴 떡볶이를 먹는 아이들(사진=펜앤마이크/이채정 기자)

일회용기 쓸 때보다 쓰레기 36.7% 줄었다

쓰레기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지역 행사도 이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주요 가치로 두며 재사용문화를 장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최근 지역 행사뿐 아니라 푸드트럭, 대학축제 등 전국 곳곳 현장 맞춤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2024년 12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지역 축제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한 경우 일회용기를 쓸 때보다 폐기물 발생량이 약 36.7%나 줄었다. 기업의 'ESG' 전략과 환경부의 방침에 힘입어 지방환경청들은 몇 해전부터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다회용기 사용을 늘리고 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재질로 보이는 다회용기, 뜨겁고 찬 음식을 담아도 문제가 없는 걸까?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다회용기 위생기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회용 컵은 다양한 용도에 따라 재질과 형태를 달리한다.

현재 대여서비스 업체에서 상용화된 재질은 '합성수지'(PP, PE 등)로, 일부 다회용 컵과 음식배달용기를 '스테인레스' 재질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PET 재질은 세착 및 건조 과정에서 열로 인해 변형될 수 있어서 사용을 지양한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위생성 검사도 철저히 거쳐 세제의 잔류 여부, 살모넬라 및 대장균 등의 살균 소독 여부도 세세하게 측정한다고 하니, 안심하고 써도 좋을 법하다.

이채정 기자 rmfwoddl12345@gmail.com

이채정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