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너머로 '코스피 7000'을 알리는 현수막과 흐린 날씨가 보이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한국거래소가 금양의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한때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이차전지 광풍'의 상징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매수세와 '밧데리 아저씨' 신드롬을 등에 업고 급등했던 종목이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국내 성장주 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 역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한국거래소는 전날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금양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리매매는 오는 27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금양은 거래소 결정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날 회사 측은 "24만 주주의 상장 유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받들고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21일 오전 즉각 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에 향후 상폐 절차는 법원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금양은 한때 국내 이차전지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섰던 대표 종목이다. 특히 유튜브 등을 통해 이차전지 투자 논리를 적극 전파했던 이른바 '밧데리 아저씨'로 불린 박순혁 홍보이사 열풍과 맞물리며 개인 투자자들의 상징적 종목으로 부상했다. 금양은 2023년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주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같은 해 7월 시가총액이 9조2000억원대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부산 기장군 금양 이차전지 공장 부지. (출처=금양)
◆'밧데리 신화'에서 상폐까지…'개미 열광' 뒤 남은 상처
금양의 주가는 이차전지 사업 진출 기대감과 함께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기존 사업 구조와는 별개로 원통형 배터리와 광물 사업 등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자 시장은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매수세가 몰리며 단기간 급등세가 이어졌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판 테슬라'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특히 당시 국내 증시는 에코프로 그룹주를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랠리가 시장 전체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금양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이차전지 대장주' 반열에 오르며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급등의 이면에는 불안 요소도 적지 않았다. 본업 대비 과도한 기업가치 평가 논란이 이어졌고, 신규 사업의 실체와 자금 조달 능력을 둘러싼 의문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 거래정지와 감사 이슈 등이 겹치면서 주가는 급격히 무너졌다.
결국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금양은 지난해 3월 거래정지에 이어 상장폐지라는 결말을 맞게 됐다. 거래정지 당시 시총은 6300억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현재 금양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 수만 24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양은 코스피 상장사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내 중소형 성장주 시장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테마와 기대감 중심의 급등 이후 급락이나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사례는 코스닥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54개사 중 상당수가 코스닥 상장사였다. 상대적으로 부실 기업과 투기성 종목이 집중되는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닥 승강제 개요. (자료제공=키움증권)
◆코스피 '190%' 뛰는데 코스닥은 '50%'↑…"승강제 도입, 만능 해법 아냐"
문제는 최근 정부가 코스닥 시장 개혁에 나서고 있음에도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구분하고 상장폐지 우려 기업을 별도 관리군으로 분류하는 이른바 '코스닥 승강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우량 기업과 부실 기업을 명확히 구분해 시장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1부), 스탠다드(2부), 관리군으로 구분하고 승격·강등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코스닥 승강제는 정보기술(IT) 버블 이후 코스닥 시장의 신뢰 회복이 지연되고 부실 기업과 우량 기업이 혼재되면서 시장 할인 구조가 고착화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실 기업과 우량 기업이 혼재돼 투자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별 맞춤형 지원과 코스피 이탈 방지 차원에서 승강제가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프리미엄 시장에 약 100개 우량 기업을 선별하고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 연계 상품까지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1일 장중 기준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박성민 기자)
다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4일 2698.97이던 코스피는 이날 종가 기준 7815.59까지 치솟으며 5116.62포인트(189.58%)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은 740.29에서 1105.97로 365.68포인트(49.4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가 반도체와 대형주 중심의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셈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 중심의 수급 구조와 반복되는 상장폐지·관리종목 이슈 등 부실한 기본 체력이 시장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이 단순히 성장주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신뢰 가능한 시장'이라는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승강제만으로는 기존의 한계를 탈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제도보다 실제 기업의 이익과 지배구조, 회계 투명성을 본다"며 "금양 사례처럼 기대감 위주로 급등했던 종목들이 반복적으로 무너질 경우 코스피와 코스피를 막론하고 성장주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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