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KBS·EBS·방송문화진흥회·시청자미디어재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을 국정감사에서 배제하는 제척안과 관련해 공방을 벌이다 감사중지된 뒤 이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이 위원장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제척 문제와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KBS 보도 외압’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 끝에 파행을 거듭했다.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는 등 충돌이 이어지면서 본질의를 시작하지 못한 채 시작 1시간30분 만에 정회했다. 결국 이날 국감은 과방위원 18명 중 4명만 질의를 마친 채 재개되지 못하고 자동 산회했다.
與 “셀프 감사”…국힘 “효력 없어”
이날 민주당은 KBS·EBS 등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 방송통신위원장 출신인 이 의원이 참여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지난 12일 범여권 주도로 한 제척안 의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국감은 국정운영 전반을 감시하고 지적하는 자리이지 자신의 과거를 변호하는 자리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자신이 내린 결정을 자신이 따지고 자신이 관여한 행정을 자신이 평가하게 된다면 절대 공정한 국감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진숙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에 대한 제척안 의결에 거듭 유감을 표하며 “이 상임위원회에서 발언하는 권한은 대구 달성군 유권자들이 주신 신성한 권한”이라며 “여기 계신 10명의 민주당 의원과 범여권 2명의 의원이 박탈할 권한은 없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이해충돌에 대한 민주당의 판단이 자의적이라며 이진숙 의원의 주장에 가세했다.
야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22대 상반기 (국회) 2년 동안 YTN에 종사하셨던 분이 직접 YTN 청문회를 몇 번이나 했나”라며 “이해 상충은 따지자고 하면 한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진숙 의원은 송기헌 과방위원장에게 “만약 이 국감 과정에서 ‘이해충돌이다’라고 판단될 경우 위원장께서 발언 중지를 하시면 관련 발언은 중단하겠다”며 제척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송 위원장은 “법률의 규정이나 다른 어떤 권한에 의해 과방위 결의가 변경되거나 무효화되지 않는 한 그 결의를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위원장으로서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보도 외압 의혹이 제기된 한 의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맞섰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이진숙 의원님은 스스로 자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발언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하셨고 그것은 상식적인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제척 요구는 비상식적이고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의원의 보도 외압 의혹을 거론하며 “한 간사는 (피감기관인) KBS에 대한 질의를 하지 않는 게 합당하지 않나”라고 제척을 요구했다.
같은 당 서천호 의원은 한 의원이 공개한 해명 자료에서 KBS 측 답변 중 ‘KBS 보도 관계자에게 전화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는 대목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도 “(KBS가 국민의힘과 한 의원에게) 똑같이 (답변서를) 보냈는데 전화한 사실은 빼고 그걸로 ‘외압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또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소한 한 간사는 KBS에 관한 것이라도 제척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송 위원장의 회의 운영이 편파적이라고 항의했다.
한 의원은 자기 질의 순서에 증인과 참고인으로 각각 출석한 김우성 KBS 부사장과 최광호 KBS 기자협회장을 상대로 외압 의혹을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최 협회장은 “외압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회사 측조차도 외압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이라고 답했다.
한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혹 당사자가 직접 관련 질의를 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며 반발했고 여야 공방이 격화하면서 국감은 재개 1시간여 만에 다시 중단됐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감이 중지된 뒤 한 의원을 KBS 관련 감사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척안을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보도 외압 의혹의 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의혹을 증언한 언론인을 국감장에 세워 추궁한 것은 명백한 이해 충돌이자 권력 남용”이라며 “하지도 않은 질의를 핑계로 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쫓아내고 실제 방송 외압을 자행한 자당 간사에게는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민주당의 행태는 그야말로 뻔뻔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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