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경험과 정서는 과거 시와 어떻게 공명하는가
2026 ACC 미래상 수상 김영은 작가 ACC 복합전시 1관 전시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주제 내년 2월14일까지
2026년 09월 14일(월) 20:05
2026 ACC 미래상을 수상한 김영은 작가가 최근 개최된 간담회에서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오늘의 관점에서 이주의 경험과 정서는 과거의 시와 어떻게 조응하는가? 아니 어떻게 공명하는가?
올해 ACC 미래상을 수상한 김영은 작가의 전시가 최근 개막했다. 내년 2월 14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 1관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소리’와 실천의 형식으로서의 ‘청취’를 다룬다.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라는 주제에서 보듯, 김 작가는 매체로서의 소리를 넘어 청각문화를 매개로 인류사를 접근한다.
김 작가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에서 내려오는 시를 문헌학적으로 추정하고 의뢰해 텍스트를 만들고 조명시스템을 결합했다”며 “관람객들이 감각적 경험을 통해 옛날에 창작됐던 시와 소외된 이들의 이주의 감각을 현대적 관점에서 사유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시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목소리들은 아시아라는 변방에서 발생한 전쟁, 폭력의 사건과 결부돼 있다”며 “옛 시대의 소리가 오늘의 새로운 음향적 리얼리즘과 어떻게 공명하고 의미화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익숙한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경험하는 전시이기에 소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로 25m, 세로 60m, 높이 15m에 이르는 대규모 전시장 천장과 바닥에 설치된 115개 스피커에서 발산하는 소리는 전시를 역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장으로 구현한다.
식민, 폭력, 전쟁과 연관된 소리는 이동, 이주라는 또 다른 차원의 경험과 정서와 결합된다. 그것의 매개는 과거의 ‘시’다. 김 작가는 낭송의 전통에서 구전된 시의 음성성에 주목한다.
9편의 시는 허균의 ‘노객부원’(48구 장편 한시)도 있다. 임진왜란 당시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철원의 객점에서 만난 늙은 여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작곡가들 또한 ‘노객부원’에서 받은 감동을 음색, 음률로 표현해 ‘허균, 읊기, 노객부원’이라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김영은-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전이 오는 2월 14일까지 ACC 복합전시 1관에서 열린다. 115개 스피커 등으로 구현한 전시실 장면.
김상욱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소리를 통해 아시아의 곡절의 역사를 사유하고 감각할 수 있는 계기”라며 “소리가 단지 과거에 묻혀 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상상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ACC 미래상은 융복합 분야 혁신적인 작품을 구현하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ACC의 브랜드 전시다. 2회 수상자인 김 작가는 2025 올해의 작가상, 2023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단편 작품상, 2020 로스앤젤레스 인디비주얼 아티스트 펠로십 등을 수상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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