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서울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피지컬 AI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지난해 CES는 '인공지능(AI) 홈'이 핵심 주제였다면, 올해 CES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필두로 한 '피지컬 AI'가 화두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 자회사인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해 관람객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중국 유니트리는 소형 권투장을 마련해 관람객들이 로봇 'G1'과 대결할 수 있는 체험을 진행했다. 역시 중국업체인 샤르파는 바람개비를 접는 로봇과 블랙잭 딜러 역할을 해주는 로봇을, 센스타임은 사람과 함께 바둑을 두는 '센스 로봇GO'를 공개했다.
AI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산업 키워드가 된 피지컬 AI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종호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이종호 교수는 중국이 어떻게 로봇 산업을 발전시켰는지 본받아야 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사진=채윤정 기자)
-지난 CES에서 많은 업체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에 좀 더 가까워져 감탄을 자아낸다.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서 행동으로 옮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사람과 똑같다. 관절 제어를 잘하고 자연스럽다. 지능이 많이 입혀져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원래 유압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MIT 김상배 교수 조언 등에 따라 전동식으로 방식을 바꿨다.
유압식은 유압액을 이용해 유압기기에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로, 덤프트럭에서 짐을 내릴 때 밀어주는 게 유압 장치다. 포크레인에서 보면 관절마다 쭉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장치다. 전동식은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한다. 상하이 중국 기업인 유니트리가 춤 공연을 보여주는 것도 전동 방식을 활용한다.
관절 수, 손가락 수, 터치·압력·온도센서가 필요하고, 코와 같은 화학센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화학센서에 대한 수요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기술력이 앞선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평가한다면.
"MIT 김상배 교수가 자신의 이론을 전 세계가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중국으로 많은 기술이 넘어갔다. 초기 연구 결과가 많이 활용됐다. 이를 가져가 중국이 더 발전시켰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중국이 어떻게 로봇을 발전시켰는지에 대해 본받아야 할 부분이 많다. 중국은 로봇을 개발할 때 밤을 새서 개발하지만, 한국은 주 52시간제에 얽매여 있다. 우리나라의 인력 시장이 경직된 부분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피지컬 AI 구현 시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는 디지털 공간에서 트윈 기술로 로봇을 학습시키고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을 진행한다. 학습을 덜 하면 AI가 오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적 안정성을 더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피지컬 AI를 말했을 때는 이미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로봇에 지능을 입혀 각종 센서와 연결한다. CES에서 촉각센서도 시연됐다. 하지만 센서는 아직 부족하고 더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 최근 로봇이 속옷을 개는 데, 손에 아날로그 경험이 있어야 하고, 촉각센서도 아직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센서를 정교하게 만들고 안전도 강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배터리 성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로봇이 2시간 정도 작동하면 다시 돌아와서 충전해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를 50% 높인다고 하지만, 이 정도 높인다고 해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노인을 도와주는 동반자 로봇이 30분을 가다가 충전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기능을 빼서 단순화하면 더 멀리 갈 수도 있는데,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저전력 반도체 개발은 필수적이다. 통신과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부하가 오지 않아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용으로 저전력 반도체는 개발이 안 돼 있다. 그런 쪽의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밥을 많이 먹으려면 도시락을 큰 거 매고 다녀야 하는데, 시스템이 좋아서 밥을 적게 먹으면서 일을 하면 최상이다.
한국은 규제 샌드박스로 인해 제품을 만들었는데도 출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2년간 써보고 문제가 없으면 그때 출시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네거티브 규제를 사용한다.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법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반대로 포지티브 규제다. 산업이 발전하지도 않았는데 막아버리면 사업을 하기 너무 어렵다.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갈 필요가 있다."
이종호 교수는 한국의 피지컬AI 산업에 대해 제조업에서 로봇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채윤정 기자)
-국내 기업들이 구축을 선언한 AI 팩토리에 대해 설명해 달라.
"현대자동차의 싱가포르 공장이 초기 버전의 AI 팩토리다. 대부분의 작업을 로봇이 하고, 사람들이 전기선을 관리한다. 팔 모양의 로봇도 있고 바퀴 달려서 움직이는 로봇도 있다. 조립 과정에서 자동차를 실제로 만들어보고 시정하고 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확보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3차원 시뮬레이션을 해 학습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가상공간 시뮬레이션 GPU도 필요하다.
전통 산업에 AI와 로봇이 들어가고 하나의 로봇이 운용하는 공장으로 만들게 된다. 뉴런(신경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접합부인 시냅스는 전기 시스템으로 전기를 많이 연결해 준다. 하나하나가 모여서 가중치가 된다. 시냅스는 각각의 가중치를 가진다. 피지컬 공간에서 로봇을 움직이려면 학습한 가중치를 집어넣어야 한다. 이 작업을 하려면 실증할 수 있는 실증 센터 구축도 필요하다."
-황 CEO가 한국의 어떤 강점을 보고 GPU를 대량 공급했다고 보나.
"미국은 소프트웨어 쪽은 잘 돼 있는데, 하드웨어는 잘 안 돼 있다. 미국은 플랫폼을 가지고 사업을 잘하는 강력한 곳이다. 로보락처럼 AI를 하드웨어로 연결해 사업하는 것은 중국이 잘 한다.
일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학회에 갔는데, 테슬라의 감독형 자율주행차를 경험해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차량이 주행하던 중 흰색 트럭에서 짐을 하역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차량이 '여기서 기다린 뒤에 가야지'라는 판단을 스스로 내렸다.
한국은 AI에서 3위 그룹에 속해 있다. AI만 보면 미국과 차이가 엄청나게 나지만, 한국은 로봇을 엄청 많이 쓰는 나라다. 산업에서도 낮은 수준의 로봇을 많이 사용한다. AI와 로봇을 제조업에 특히 많이 활용한다는 것은 강점이다.
황 CEO도 싹이 보이는 곳에 투자한다. 한국에 인프라가 많이 공급돼 피지컬 AI를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을 것이다. 장사를 해야 하므로 하드웨어를 팔면서 자기 플랫폼도 사용하도록 했다.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은 일종의 공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자기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장사도 하고, 더 발전시켜야 해 합리적인 공생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가 기업에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
각하나.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초 연구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는 전기선이 없고 배터리로 움직인다.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는 반도체 기술뿐 아니라 시스템 기술도 필요하다. 정부가 이 분야를 더 많이 연구하도록 대폭 지원해 줘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들이 AI 팩토리, 디지털전환(AX)을 하는 데 있어서 정부가 초기에 많이 지원해 줘야 한다. 공급받은 GPU도 이들 기업에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국가는 관련된 센터도 만들 필요가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만드는 것, 가중치를 얻는 것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듯이 탁월한 인재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인재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