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2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이 인천 영종도의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주간한국 이주선 기자] 삼성전자에 있어 전장 사업은 더 이상 ‘아픈 손가락’이 아니다. 가전과 반도체 사업이 어려운 국면을 지나는 동안 전장 사업만큼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장은 자동차의 전기 및 전자장비를 통칭한다. 전자 계기판,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오디오, 사이드미러 등 자동차 내·외부에 전기로 작동하는 장치와 부품이 대표적이다. 최근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의 호조세에 힘입어 전자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은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이 이끌고 있다. 하만 인터내셔널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카오디오와 독보적인 ‘디지털 콕핏’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장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디지털 콕핏은 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공간을 말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 상태 확인부터 조작까지 모든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현재 하만 인터내셔널은 글로벌 카오디오·디지털 콕핏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 토요타, 아우디폭스바겐, BMW, 르노, 볼보 등 쟁쟁한 완성차 기업을 두고 있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하만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15조 78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 직후인 2017년의 매출 7조 1034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하만 인터내셔널이 삼성전자의 실적 효자로 거듭난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통 큰 결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일찌감치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지난 2016년 9조 4000억원을 투입해 하만 인터내셔널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하만 인터내셔널의 영업 실적은 부진의 연속이었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후 연간 영업이익은 2017년 574억원, 2018년 1617억원, 2019년 3223억원, 2020년 5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6년의 6800억원과 비교하면 변변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미래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장사업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이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일상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첨단 IT기술이 집약된 전장이 미래차 기술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21년 하만 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은 6000억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직전 실적에 근접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1조 531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하만 인터내셔널 전장사업에 접목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된 것이다.
하만 인터내셔널의 최신 전장 솔루션.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인수 10년 만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난 하만 인터내셔널의 체급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15억 유로(약 2조 6000억원)을 투입해 독일 전장 기업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ZF의 ADAS 사업부는 자율주행용 스마트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세계 1위에 랭크돼 있다. 20년 이상 쌓아온 방대한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로 하만 인터내셔널의 자율주행 통합 운용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헝가리에 1억 3118만 유로(약 2300억원)를 들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연구개발(R&D) 센터 구축과 하만 인터내셔널의 전장 생산기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만 인터내셔널의 뿌리인 오디오 사업 육성도 소홀치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기업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오디오 분야 세계 정상 유지를 위한 투자도 아낌없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는 바워스 앤 윌킨슨(B&W) 스피커 부문·데논, 마란츠, 폴크 오디오 등 글로벌 프리미엄 오디오·카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주선 기자 lee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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