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 현장. /사진=이가영 기자
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로 올라선 초기업 노동조합이 과반 지위 확보를 공식 선언하며 삼성 노사 갈등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과반 지위를 바탕으로 취업규칙 변경과 노사협의회 운영, 향후 교섭 구조까지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사도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과 노조 미가입자 명단 의혹 수사 의뢰 등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충돌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조합원 7만5000명 돌파…총파업시 하루 1조원 손실
17일 오전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과거 이재용 회장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그 이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초기업 노조는 삼성전자의 법적 근로자대표로서 진정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이재용 회장이 직접 밖으로 나와 우리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과반노조 지위 확보를 공식 선언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반노조는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를 조직한 노동조합으로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대표 지위를 가진다. 삼성전자 역사상 첫 과반노조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 수는 2025년 9월 이전 6000여명에서 이날 기준 7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불과 7개월 만에 10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2기 집행부 임기 시작 3개월 만에 과반 기준선인 6만4000여명을 넘어섰고, 지난 2월 9일에는 고용노동부에 과반노조 관련 노사 공동질의서도 제출했다.
17일 오전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삼성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 현장./ 사진=이가영 기자
노조는 성과급 갈등을 조합원 급증의 결정적 계기로 본다. 지난해 9월 성과급 문제를 핵심 의제로 올린 뒤 조직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성과급 투명화 요구 활동과 외부 연대, 내부 여론 환기가 맞물리면서 조합원 수가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현재 노조는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전제하에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로 배분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조직 확대를 넘어 법적 근로자대표 지위를 바탕으로 향후 교섭과 주요 노사 현안 대응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원천 차단 △조합원 중심 노사협의회 구성 △과반 교섭력을 통한 실질적 처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유니언숍 제도 도입을 목표로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기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향후 쟁의 등 투쟁 계획도 공개했다. 노조는 오는 23일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며 약 3만4000명 참여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노조 측은 설비 백업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약 1조원, 전체 파업 기간 기준 피해 규모는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평택 결의대회 앞두고 긴장 고조
다만 반도체 생산공장인 팹(Fab) 점거 등 불법적 방식의 쟁의행위에는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폭력이나 협박에 의한 쟁의 행위를 할 계획이 없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위법한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노조법 제38조 2항을 근거로 시설 유지와 원재료 폐기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제조·기술 인력은 기존 단체협약상 협정근로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법률 검토를 거쳐 정당한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빚의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이가영 기자
일각에서 불거지는 보상 확대가 주주 배당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에도 반박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위원장은 "그러한 주장은 글로벌 기술주 시장의 생태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 주주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장의 배당금이 아니라 압도적인 기술력을 통한 기업 가치의 상승이고 기술력의 핵심은 바로 인재"라며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보상은 소모적인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주장했다. 또 "배당 규모와 인건비를 단순 비교하며 노동자의 헌신을 폄훼하는 것은 삼성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노사 간 충돌은 이미 강대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회사는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노조 미가입자 명단 유포 의혹 수사 의뢰, 개인정보 무단 조회·제공 정황에 대한 직원 고소 등으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과 안전사고를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평택캠퍼스 결의대회와 5월 총파업 추진 과정이 향후 삼성 노사 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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