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 일가가 이달 중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유산에 부과된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모두 마무리한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4월 첫 분납을 시작한 이후 5년간 총 6회에 걸쳐 이어온 연부연납 절차가 이달로 종결될 전망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이로써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완화에 이어 재무적 불확실성까지 털어내며 명실상부한 '뉴삼성' 시대를 열게 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20년 별세 당시 주식·부동산·미술품 등 합산 약 26조원의 유산을 남겼고, 여기에 책정된 상속세가 약 12조원이다. 인별 부담 규모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3조1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이어 이재용 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2조4000억원 순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일시 납부 대신 연부연납을 택해 해마다 분납금을 충당해왔다.
재원 마련 전략은 유족 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홍 명예관장,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삼성전자·삼성SDS·삼성물산 등 보유 계열사 지분을 단계적으로 처분하고 신탁 계약과 주식담보대출을 병행했다. 홍 명예관장은 올해 1월 신한은행과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에 대한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체결하며 막바지 자금 조달을 이어갔고, 계약서상 매각 목적을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으로 명시했다. 이에 반해 이재용 회장은 계열사 지분 매각 없이 배당 수익과 개인 신용대출만으로 납부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이 같은 전략 차이는 지배구조 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보통주 기준)은 상속 전 0.70%에서 현재 1.67%로 높아졌고, 삼성물산 지분율도 17.48%에서 22.01%로 확대됐다. 삼성생명 지분 역시 0.06%에서 10.44%로 크게 늘었다.
배당 수익이 재원 확보의 근간이 됐는데, 재계에서는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삼성 일가가 계열사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을 약 4조원으로 추산한다. 선대회장 생전부터 누적된 배당금까지 합산하면 6조원 이상이 납부 재원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에는 홍 명예관장이 보유하던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이재용 회장에게 증여하면서 지배구조 정비의 마무리 수순도 함께 진행됐다.
납세와 병행해 사회 환원도 이뤄졌다. 유족은 2021년 의료 공헌 목적으로 1조원을 기부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평생 수집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 미술 자산의 공공화를 이끈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속세 완납이 단순한 세금 정산을 넘어 삼성 경영의 구조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로 본다. 그동안 지배구조 정비와 재원 확보에 묶여 있던 경영 역량이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미래 사업으로 본격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이 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 갈라 디너에서 6·25 참전용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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