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이 최근 자사 게임의 서비스 운영 방식과 파트너사와의 계약 이행을 둘러싼 잇따른 잡음으로 기업 신뢰도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뮤 아크엔젤'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은폐와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의 서비스 종료 과정 및 ‘뮤’ IP 기반 게임들에서 발생한 기만 행위로 각각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연이어 받으며, 소비자 보호 장치와 서비스 운영 기준 전반이 도마에 올랐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지식재산권(IP) '뮤(MU)'의 실적 기여도가 낮아지며 202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5.5% 감소하는 등 재무 지표 하락세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핵심 퍼블리싱 신작이었던 ‘드래곤소드’마저 미니멈 개런티(MG) 지급 지연 문제를 둘러싸고 개발사 하운드13과 계약 해지 공방을 벌이면서, 웹젠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웹젠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서비스 종료 숨기고 아이템 판매 강행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웹젠이 최근 자사 게임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서비스 운영 방식과 핵심 정보를 불투명하게 처리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며 기업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결제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인 ‘서비스 지속 가능성’이 사전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고, 종료 고지 이후 환불 범위도 제한적으로 설계됐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웹젠을 둘러싼 최근 논란의 출발점은 모바일 게임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의 서비스 종료 과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웹젠은 2024년 7월 30일 해당 게임의 서비스 종료를 내부적으로 확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웹젠은 종료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8월 1일부터 22일까지 신규 캐릭터 7종과 재판매 캐릭터 9종 등 총 16종의 캐릭터를 연이어 출시하며 유료 아이템 판매를 이어갔다.
이 기간 이용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서비스 지속 여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졌지만, 웹젠 측은 “별도 검토 중인 사항이 없다”는 취지로 답하며 종료설을 일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신규 아이템 판매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8월 22일에 이르러서야 서비스 종료가 공식 발표되면서, 이용자들은 “서비스 종료를 알고도 결제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했다.
문제는 서비스 종료 ‘고지 시점’에서 그치지 않았다. 종료 사실이 확인된 이후 웹젠의 환불 조치가 ‘사용하지 않은 유료 재화’ 반환에만 한정됐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미 구매·사용한 유료 상품, 또는 서비스 종료 정보를 알았다면 결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결제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핵심 정보인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숨긴 채 유료 아이템 판매를 이어간 행위를 전자상거래법상 ‘거짓 또는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웹젠에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500만원 처분이 내려졌다.
IP '뮤' 시리즈에서도 반복된 논란 …확률 0% ‘바닥 시스템’과 환불 설계 문제
문제는 이런 논란이 단발성 사고에 그치지 않고, 웹젠의 핵심 수익원인 ‘뮤(MU)’ IP 게임들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은폐와 환불·보상 설계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며, 문제의 성격이 개별 사고가 아니라 운영 방식 전반으로 구조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28일 '뮤 아크엔젤'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조사 결과, 웹젠은 2020년 6월부터 2024년 3월까지 특정 확률형 아이템 3종을 판매하면서, 최소 51회에서 최대 150회 이상 구매하기 전까지 희귀 구성품 획득 확률을 0%로 설정하는 이른바 ‘바닥 시스템’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조건을 이용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웹젠은 이 같은 구조를 공개하지 않은 채 해당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0.25%~1.16%로만 공지해 이용자가 1회 구매 시점부터 희귀 구성품을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했다. 확률 공시 자체가 ‘조건부 확률’이었음에도, 이용자에게는 ‘일반 확률’처럼 제시됐다는 뜻이다.
환불·보상 방식도 논란을 키웠다. 웹젠이 환불 대상을 특정 기간·상품으로 한정하고, 아이템 사용 가치 등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2000만원가량 결제한 이용자가 약 119만원(약 5%)만 환불받은 사례가 제기됐다.
웹젠의 자체 보상 조치도 실효성이 낮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국은 전체 피해자 2만2226명 가운데 실제로 보상을 받은 이용자가 860명(4.3%)에 그쳤다고 보고, 실질적 피해 회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용자 불만은 집단행동으로 번졌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와 웹젠게임피해자모임 등은 본사 앞 트럭 시위와 국회 앞 1인 시위를 진행했고, 현재 부당이득반환 등을 요구하는 단체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아이템으로 발생한 매출이 약 67억원으로 거론되는 반면, 과징금은 1억원대에 그쳤고 피해자 다수가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은 장기 서비스 게임의 종료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웹젠은 지난 1월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뮤오리진3’에서 이용자 과금이 집중됐던 지난해 11월을 초기 환불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반발이 커지자 뒤늦게 기간을 수정한 바 있다.
장수 게임 ‘뮤 오리진’ 역시 2024년 8월 13일 서비스 종료 공지 직전날인 8월 12일까지 이벤트와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유료 재화 사용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24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김태영 웹젠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확률 문제와 서비스 종료 논란에 대해 질타를 받은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핵심 신작 '드래곤소드' MG 미지급 공방...퍼블리싱 역량까지 흔들리나
이런 흐름은 외부 개발사와의 협업·퍼블리싱 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유저를 상대로 운영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웹젠의 외부 사업 역량 역시 파트너사와의 분쟁을 통해 시험대에 오른 것.
웹젠은 퍼블리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다. 그러나 신작 ‘드래곤소드’에서 파트너사와의 계약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사업 역량 전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분쟁의 중심에 선 ‘드래곤소드’는 하운드13이 개발하고 웹젠이 퍼블리싱을 맡아 지난 1월 21일 정식 출시한 액션 RPG다. 웹젠은 2024년 하운드13에 약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확보했고, 글로벌 유통 권한도 얻은 바 있다.
출시 한 달여 만인 2월 중순, 하운드13이 퍼블리싱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하운드13 측은 웹젠이 게임 출시 1개월 전 20%, 출시 당일 20%의 미니멈 개런티(MG)를 지급했지만, 나머지 60% 잔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아 자금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웹젠은 하운드13의 개발 일정 지연과 출시 후 성과 부진 등을 이유로, 예정된 잔금을 지급하더라도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웹젠은 대신 최소 1년간 운영 자금을 명목으로 추가 투자를 제안하며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는 입장이다.
이 추가 투자 제안을 둘러싼 해석도 정면으로 갈린다. 하운드13 측은 웹젠이 직전 투자 가격의 수백 분의 1 수준인 액면가로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며, 자회사 편입을 위한 무리한 요구라고 보고 제안을 거절했다.
웹젠의 설명은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협의 과정”이라는 방향이지만, 하운드13은 “지배력 확대를 전제로 한 구조”라고 맞서는 형국이다.
계약 해지 통보의 효력 역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웹젠은 하운드13의 계약 해지 통보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한다. 사전 시정 요구가 없었고, 주주와의 계약 해지를 위해 필요한 주주총회 결의 등 하운드13 정관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약 해지의 ‘정당성’과 ‘절차 준수’가 동시에 법적 공방의 핵심 축이 된 셈이다.
공방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웹젠이 취한 조치는 논란을 더 키웠다. 웹젠은 ‘드래곤소드’ 신규 결제를 중단하고, 출시 이후 발생한 이용자 결제 금액을 전액 환불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더 나아가 2월 27일 웹젠이 미지급 상태였던 MG 잔금을 전액 지급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웹젠은 대금 완납을 근거로 퍼블리싱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서비스 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개발사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단독 환불이 하운드13의 수익 정산금을 사실상 없애 현금 흐름을 차단하고, 결과적으로 경영권을 낮은 가격에 넘기도록 압박하려는 ‘고사 작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운드13 역시 이를 대화 의지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지연 입금만으로 계약 해지가 자동 복구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운드13 측은 웹젠의 단독 환불 조치로 인해 동일 조건에서 즉시 서비스를 재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주환원과 신작만으로는 부족하다…웹젠이 증명해야 할 체질 개선
한편, 웹젠은 실적 부진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총 203억원 규모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결의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고, 서브컬처 장르 ‘테르비스’, 네이버웹툰 IP 기반 ‘프로젝트 D1’, ‘메모리스: 포세이큰 바이 라이트’ 등 신작 라인업을 가동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재무 지표 방어만으로 현재의 복합 위기를 정리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웹젠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744억원, 영업이익은 297억원, 당기순이익은 23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7%, 45.5%, 58.5% 감소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49%로 확대되며 일부 방어에 성공했지만, 주력 ‘뮤(MU)’ IP 의존 구조의 한계와 신작 부재가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제재로 확인된 서비스 운영의 불투명성, ‘드래곤소드’ 사례에서 드러난 퍼블리싱 파트너와의 계약 공방, 그리고 ‘뮤(MU)’ IP 편중에 따른 구조적 취약성은 퍼블리셔이자 개발사로서 웹젠이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신작이 성과를 내더라도, 운영 기준과 파트너십 원칙이 정비되지 않으면 유사한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특히 올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신호탄으로 기대를 모았던 ‘드래곤소드’가 분쟁에 휘말리면서, 단일 IP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IP의 관성에서 벗어나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협업’으로 체질을 증명할 수 있을지, 웹젠의 중장기 평가가 갈릴 전망이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