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6년 에이전틱 AI 원년…올 12월이 마지막 분기점”
“AI 안 쓰는 경쟁자 추월할 기회, 올해 마지막”… 유통·사무직 직격탄 경고
“30만 년 인류 왕좌 내어주는 시대… 기술 봉건주의 막으려면 지금 선택해야”
손으로 찢긴 종이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순간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 기존 질서의 붕괴와 되돌릴 수 없는 문명 전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인간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상황을 시각화했다. (출처: 챗GPT)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보다 똑똑한 존재와 함께하는 미지의 바다로 떠났습니다. 그 배가 가는 방향이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 지금 물어야 합니다.”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교양이를 부탁해’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오픈캠퍼스에서는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출연해 ‘에이전틱 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강연에는 한예종 재학생들이 청중으로 참석했으며 학생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뇌과학자이자 AI 연구자인 김 교수는 에이전틱 AI의 등장, 일자리 재편, 기술 봉건주의의 위험까지 거침없이 짚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냉철한 인식과 주체적 선택을 촉구했다.
◆생성에서 실행으로… 2026년은 전환의 원년
김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단계별로 명확히 구분했다. 챗GPT 등장 이후 3년간 우리가 경험한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축적된 인류의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문장·이미지·영상을 만들어내는 단계였다. 그는 “2026년이면 생성형 AI는 이미 마무리 단계”라고 단언했다.
다음 무대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다. 정보를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실행까지 하는 인공지능이다. “유럽행 비행기표를 알아봐 달라고 하면 AI가 직접 여행사 사이트에 접속해 예약까지 완료해주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오픈AI의 관련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2027년에는 에이전틱 AI가 완성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리 공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시대도 이미 시작됐다. 그는 “우리는 인공지능 발전의 중간 단계에 와 있다”며 현 시점을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로 규정했다.
업무 대체 속도는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초기 챗GPT가 30초 분량의 단순 대화에 머물렀다면 지난해에는 30분짜리 업무를, 최근에는 6시간이 걸리는 작업까지 AI가 처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올해 12월이 되면 AI를 쓰지 않는 쪽이 AI를 쓰는 경쟁자를 추월할 마지막 기회조차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AI끼리 대화하고 인간은 관찰한다”
이날 한 학생이 “에이전틱 AI가 일반화되면 AI끼리 소통하고 인간은 관조하는 존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교수는 이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해 답했다.
김 교수는 “에이전트끼리 독립적으로 실행하면 반드시 꼬인다. 기차·레스토랑·호텔 예약을 각각의 에이전트가 처리하더라도 전체를 조율하는 지휘자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간은 ‘유럽 여행 기획해줘’ ‘내 작품 작업해줘’처럼 거시적 명령만 내리고 에이전트들의 세부 실행을 관찰하는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관찰하는 존재로 바뀌지 않을까”라고 예측하면서도 AI가 끝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제시했다. 스토리텔링(호모 나랜스), 놀이(호모 루덴스), 관찰(호모 옵저번스)이다. 이어 “AI는 30년간 인터넷에 쌓인 데이터로 추론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창작은 불가능하다. 어린아이가 놀이를 통해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듯 AI는 그렇게 ‘놀 수’ 없다. 지혜로운 사람, 이야기하는 사람, 즐기는 사람, 관찰하는 사람 그 가운데 앞의 두 자리 즉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이미 AI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냉정한 진단이었다.
◆“사무직 4분의 1이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또 다른 학생이 “인간의 노동과 일 자체가 어떻게 재편될지 궁금하다”고 묻자 김 교수의 전망은 더욱 직설적이었다.
“향후 5~10년 안에 에이전틱 AI가 사무직의 4분의 1을 없앨 것이다. 전체 일자리의 50% 이상을 AI가 즉각 대체 가능하다” 유통·물류·금융·콘텐츠 등 사무 집약적 산업일수록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의 사회 구조다. 그는 현재의 방향이 지속된다면 '기술 봉건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0.0001%의 빅테크와 일부 인플루언서가 생산성의 혜택을 독점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기본소득에 의존해 살아가는 구조이다. 기본소득을 받는 순간 세금을 내지 않는 시민의 발언권이 희석되고 능력 있는 자에게 투표권을 더 주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실리콘밸리 일각에서 이를 ‘유토피아’라 부르지만 그의 답은 단호했다. “가짜 유토피아는 조심해야 합니다. 그건 디스토피아입니다.”
◆“배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건 지금뿐”
‘AI를 적극 활용하는 창작자는 예술가인가, 기술자인가’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미래 예측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을 꺼냈다. 김 교수는 “인류가 30만 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우리보다 똑똑한 존재가 등장하는 과정을 우리가 직접 경험하게 된다.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아무도 모른다. 앞서 경험해 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니까”
그는 지금의 AI 시대가 소수의 선택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했다. 김 교수는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젠슨 황 같은 실리콘밸리의 몇몇이 우리를 인공지능 시대로 끌고 가고 있다”며 “그들이 가고 싶은 곳이 내가 가고 싶은 곳인지 그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자연의 법칙은 바꿀 수 없지만 사회·경제·정치적 구조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김 교수는 “아직 이 배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며 “제가 디스토피아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젊은 청중에게 “돌아가는 옵션은 더 이상 없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AI를 안 써도 당장은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미래는 이미 뻔히 보인다. 길어야 10년이다. 아무도 모를 때는 그냥 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통·물류업계 시사점… “AI 안 쓰는 유통기업, 올해가 마지막 기회”
김 교수의 경고는 유통·물류업계에서 이미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그가 말한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유통업계 고객 응대·재고 관리·발주·배송 최적화·가격 책정 등 핵심 반복 업무 대부분이 AI 에이전트로 대체 가능해진다. 빠르게 진행 중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달 초 AI 쇼핑 에이전트 ‘하비(HAVI)’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신혼집에 맞는 냉장고를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제품을 제안하고 추가 요구에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단순 챗봇이 아니라 상담·추천·사후관리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김 교수가 설명한 ‘거시적 명령을 내리면 에이전트가 실행하는’ 모델이 유통 현장에 착지한 것이다.
롯데웰푸드는 챗GPT 전용 앱을 출시해 대화창에서 과자를 추천받고 구매 링크까지 연결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챗GPT 내 ‘아모레몰’ 앱으로 피부 고민을 입력하면 제품 탐색·비교·추천을 대화형으로 지원한다. 롯데백화점 AI 챗봇 ‘더스틴’은 매장 위치·할인 혜택·행사 정보를 실시간 안내하며 오프라인 방문 전 쇼핑 경험을 설계해준다. CJ올리브영은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구글 클라우드 생성형 AI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전사 업무 환경에 도입해 고객 분석·재고 관리·글로벌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인프라 투자 경쟁도 김 교수의 예측 궤도를 따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 AI(Reflection AI)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MOU를 체결하고 상품 소싱·재고 관리·고객 관리 등 리테일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 중이다. 롯데는 AI 전담 조직 계열사 간 데이터를 통합하며 쇼핑·MD·운영·경영지원 전 영역에 에이전틱 AI를 도입하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쿠팡은 최근 3년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AI 스타트업에 8400만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한국 AI 로봇 스타트업 콘토로(Contoro)에 지난해 초 약 1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단행하고 현재 자율 로봇을 물류 현장에 시범 도입 중이다. 콘토로의 로봇팔은 AI와 인간 지능을 결합해 다양한 크기·무게의 박스를 99% 성공률로 하역할 수 있다.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추가 투자해 AI·로보틱스 기반 물류 인프라를 전국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코엑스와 손잡고 국내 최초 AI 기반 전시화물 전용 물류 서비스 ‘엑스박스(ExBox)’를 론칭했다. 전시 일정·규모·부스 위치를 종합 분석해 AI 자동배차와 경로 최적화를 수행하고 물품 접수부터 회수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구조다. 김 교수가 말한 ‘지휘자 에이전트’가 물류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물류 인프라 구조 자체도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 자동화 업체 데마틱은 높은 부지 비용과 인건비 압박 속에 좁은 땅 위에 여러 층을 쌓는 한국형 창고 구조에 최적화된 차세대 솔루션 'FD 셔틀'을 국내 시장에 공략 중이다. 빠른 출고 품목은 멀티셔틀이, 중·저속 품목은 FD 셔틀이 전담하는 이원화 구조로 저장 밀도·처리 효율·운영 유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물류 창고 안에서도 이미 ‘에이전트들이 역할을 나눠 실행하는 오케스트라’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AI는 소비자와 만나는 쇼핑 접점에서 시작해 재고·발주·배송·하역에 이르는 물류 전 과정으로 침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 교수의 말처럼 “AI 때문에 기업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AI를 더 잘 쓰는 순간 내가 어려워지는 것”이라다. 유통 빅3와 CJ올리브영이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지금 중소 유통사와 자영업자일수록 이 격차를 체감하는 시점은 더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다만 김 교수의 시각에서 보면 주목할 지점이 하나 더 있다. 그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스토리텔링’과 ‘진정한 창작’을 꼽았다. 유통업계의 AI 경쟁이 알고리즘의 정교함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해주는 ‘인간적 감각’은 오히려 희소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기술이 인간을 앞서는 시대일수록 유통의 시선은 다시 인간을 향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숙제가 주어진다. 사무직 4분의 1이 사라지는 시나리오에서 유통·물류 분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재교육 체계와 산업 전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술 봉건주의를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은 결국 정책이다.
김 교수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타고 있는 배가 무엇인지 아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 이해가 없으면 선택도 없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 출처: [한예종 1편] “지금 너무 빨라요, 올해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심상찮은 6개월 뒤 ‘AI 에이전트’ 충격 전망 (ft.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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