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 나스닥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완화 기대 속에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자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도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다만 지수 고점 부담과 금리 변수로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도 적지 않아 향후 시장 방향성을 둘러싼 투자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4월 중순(13~24일) 미국 주식을 1억2900만달러(약 189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4월 첫째 주(1~7일) 9억700만달러(약 1조3372억원)를 순매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 증시가 다시 강세를 보이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달간 미국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약 10%, 나스닥100 지수는 15%,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 각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무기한 휴전 국면에 들어서며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된 점이 투자심리를 개선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와 주요 기술기업 실적 호조가 맞물리며 투자자 관심이 다시 빅테크와 반도체 업종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주 인텔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면서 반도체주 중심의 기술주 랠리에 불을 지폈다.
다만 증시 상승세에도 투자자들은 조정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은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 역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 ETF(SOXS)로 집계됐다. 순매수 규모는 1억7214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최근 반도체 업종이 단기간 급등한 만큼 차익 실현 또는 조정 가능성에 베팅한 자금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4월 13~24일 사이 주요 기술주는 큰 폭으로 올랐다. 엔비디아는 10.4%, 마이크론은 18.0%, 샌디스크는 16.0%, 마이크로소프트는 14.5%, 아마존은 10.7%, 알파벳은 8.5% 상승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휴전 이후 미국 증시가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가자 단기 조정 가능성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연방준비제도(Fed)가 매파적으로 선회할 경우 반도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4월 29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이후 물가 흐름에 따라 연준이 다시 긴축적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정책 방향 결정을 유보하겠지만,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 기대는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LS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전월 대비 0.9%포인트 급등했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3.5%로 상승해 물가 부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반면 반도체와 기술주 중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 2위에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 3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4위 오라클, 5위 샌디스크가 이름을 올렸다.
이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클라우드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기술주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뿐 아니라 고용, 소비, 주택시장 등 경기 흐름도 중요한 변수"라며 "연준이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향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미국 금리 경로와 AI 실적 모멘텀, 중동 정세가 동시에 작용하며 서학개미들의 '상승 베팅'과 '하락 대비' 전략이 병행되는 혼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