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버린 AI와 AI 반도체 인프라 국가전략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소이 기자]
"서비스부터 칩 회사까지 '풀스택(Full-Stack 수직계열화)'으로 모여 시스템 레벨의 최적화를 통해 '뾰족한 창'을 만들어야 한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소버린 AI와 AI 반도체 인프라 국가전략 토론회'에서 권세중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국내 AI 산업의 생존 전략을 이같이 제시했다. 단순히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같은 부품 제조에 머물러서는 글로벌 빅테크가 구축한 독점 인프라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하나로 잇는 '풀스택'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 왜 다시 NPU인가...AI 서비스 수익 유출 우려
발제자로 나선 이진호 교수는 현 상황을 '21세기 골드러시'에 비유했다. 그는 "과거 금광 열풍에서 실제 돈을 번 것은 금을 캐는 광부가 아니라 곡괭이를 판 상인이었듯, 현재 AI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닌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들"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업 간의 수익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AI 전용 반도체(NPU) 자립에 성공하지 못하면 국내 AI 서비스의 수익이 고스란히 해외 칩 제조사로 빠져나가는 경제적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시장을 지배해온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범용성이 높지만 막대한 전력 소모와 고비용, 특정 개발 환경(CUDA)에 대한 종속성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반면 NPU는 인공지능의 핵심인 신경망 연산만을 위해 설계된 특수 반도체다. 이 교수는 이를 '조각가와 조각칼'에 비유하며, "GPU가 모든 형태를 깎을 수 있는 범용 도구라면, NPU는 추론(실행)과 같은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날카로운 전용 칼"이라고 설명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버린 AI와 AI 반도체 인프라 국가전략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소이 기자]
◆ 네이버클라우드 "메모리 하청 탈피, '수직 통합'만이 살길"
권 이사는 공급자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난 '수요자 중심'의 자립을 역설했다. 권 이사는 "HBM이나 잘 만들자는 주장은 결국 메모리 셀을 원자재로 제공하는 벤더(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는 서비스부터 칩까지 묶는 시스템 레벨의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의 현실적 어려움도 언급했다. "엔지니어들에게 새로운 칩을 써보라고 하면 선뜻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며, "외산 솔루션과 달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추적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담을 상쇄할 전략적 결정과 국가적 인센티브가 결합돼야 실제 서비스 레퍼런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퓨리오사AI "1세대 넘어 2세대 양산… 실험실 넘어 실전 투입"
김동건 퓨리오사AI 상무는 국산 AI 반도체가 실전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퓨리오사AI는 1세대 칩 '워보이(Warboy)'에 이어, 최근 대규모 언어모델(LLM) 구동에 최적화된 2세대 NPU '레니게이드(RNGD)'의 양산에 돌입했다.
레니게이드는 복잡한 AI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추론 특화 칩으로,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하드웨어로 평가된다.
김 상무는 "이제는 칩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환경에서 검증돼야 할 시점"이라며 "칩 성능 경쟁을 넘어, 서버 200대 규모의 인프라 위에서 소프트웨어까지 통합 운영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양산 물량을 기반으로 상반기 내 소프트웨어 스택을 순차 공개할 계획이다. 이어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실제 운영 환경 확보를 위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회 입법조사처 "메모리 성공의 역설… NPU만의 독립 정책 시급"
정준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정책적 사각지대를 짚었다. 정 조사관은 "'메모리 반도체의 성공'이 오히려 시스템 반도체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잘하니 AI 칩도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NPU만의 특화된 정책 수립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처 간 칸막이 행정도 꼬집었다. "산업부는 메모리, 과기부는 NPU 중심인데 두 부처의 기능이 중복되다 보니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구조"라며, "이 NPU 생태계가 기존 독점 구조를 깰 수 있는 '작은 균열'인 만큼, 이를 키우기 위한 범국가적 조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버린 AI의 해법으로 단순한 하드웨어의 국산화를 넘어선 '수직 통합'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강조한 서비스-칩 간 최적화와 퓨리오사AI의 양산 성과를 잇는 정책적 뒷받침이 향후 글로벌 AI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전망이다.
김소이 기자 soiek@ak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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