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 서울대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 연구교수·법무법인 디엘지AI센터장
정보 해석 능력은 승패를 가른다. 85년 전 미군 정보부는 진주만 공격의 단서를 갖고도 이를 해석하지 못했다. 콜로서스에서 오늘날의 딥러닝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해독 기술의 진화는 전쟁의 규칙을 바꾼다.
문제는 데이터의 규모다. 폭증하는 정보 앞에서 인간의 직관은 힘을 잃는다. 코어 덤프(core dump), 즉 비정상 종료 시 메모리 기록을 떠올려 보라. 며칠 밤을 새워 해독하던 기록을 AI는 순식간에 훑고 원인을 지목한다.
변화는 전쟁의 개념도 바꾸고 있다. 과거 비대칭 전력이 병력과 화력의 양적 우위였다면 이제는 초지능적 분석력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 해석 능력이 새로운 전략 자산이다.
김지윤 기자
이 지점에서 정부의 ‘AI 3강 도약’ 구상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G2를 추적하는 데 급급하면 주도권을 쥘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SW) 생태계가 취약하다. 외주와 하청 중심 구조 속에서 기술 축적과 도전이 줄어들었고, 게임 산업도 자본 공세 속에 힘을 잃고 있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 또한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SW 생태계에서 갈린다. SW가 도구라면, AI는 도구를 쥔 손이다. AI 강국은 곧 SW 강국이다.
우리의 저력은 늘 벼랑 끝에서 드러났다. AI 시대의 비대칭 전력 역시 다르지 않다. 5000만 국민이 코딩의 최전선에 서는 ‘국민개발자의 나라’가 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전문가와 기업에 문제 해결을 맡기던 수동적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개인이 AI를 참모 삼아 철학과 창의성으로 벼려낸 코드, 즉 ‘오토마타(Automata)’다. 각자가 문제를 직접 코드로 푸는 순간, 비용과 시공간의 벽은 무너지고, 개인의 한계는 빠르게 재정의된다.
명량의 승리는 울돌목을 읽은 개인의 통찰에서 비롯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 통찰이다. 5000만이 저마다의 오토마타를 손에 쥐는 날, ‘K오토마타’ 생태계는 무너진 SW 산업을 일으키는 토대가 될 것이다. AI 강국의 길은 각자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이수화 서울대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 연구교수·법무법인 디엘지AI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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