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소프트웨어 기업 간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책임져 온 경력을 바탕으로, AI 전환(AX) 기업으로의 발빠른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플래티어(대표 이상훈)는 2020년 시스포유아이앤씨와 모우소프트의 구조적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이후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 역량과 데브 옵스 역량을 결합해 DX 솔루션을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매출 반등에도 성공했다. 2025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3% 증가한 3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AI가 대세인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상훈 플래티어 대표는 그 이유로 인력을 꼽았다. “지난 3년간 석박사급 AI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라며 “특히 본투비(Born-to-be) AI 기업이 아닌 만큼, 신규 채용만큼 기존 개발자들의 역량 전환에 더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도메인 중심’ 전략에 따른 것이다. 기존 개발자들의 강점인 사업 경험에 새로운 AI 개발 역량을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 대표는 “인력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자체 AI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물론, 기업과 시장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해 시기적절한 사업 전략을 펼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플래티어의 주요 비즈니스는 ▲범용 AX ▲이커머스 특화 AX로 나뉜다. 이중 범용 AX 부문에서 매출 성장을 견인한 주역은 통합 AX 플랫폼 ‘엑스젠(XGEN)’이다.
기업 수요에 맞춰 AI 레디 데이터 구축부터 대형언어모델(LLM) 적용, 에이전트 개발,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업무 워크플로우에 최적화한 AX를 플랫폼 내에서 전면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플래티어의 정체성은 ‘AX 파운드리’로, 기업이 원하는 기능을 모두 제공해 주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기존 기업 시스템과의 연결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기업 및 기관에 특화한 엑스젠의 주요 기능은 ▲커넥트(기업 데이터 및 시스템과의 연결) ▲AI 모델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화(AI 레디 데이터 구축) ▲오케스트레이션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롯데홈쇼핑과 제주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외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사내 AI 에이전트를 구축했지만, 레거시 시스템과의 유기적 연동에 한계를 느끼던 차였다.
이에 엑스젠을 활용해 4개의 에이전트를 우선 교체, 효과를 입증했다. 그중 하나가 ‘검수 에이전트’다. 롯데홈쇼핑에는 수많은 상품이 등록된 만큼, 제품 관련 서류를 판독하는 업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물 상품에 대한 검수만 사람이 진행할 정도로 자동화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복잡한 비정형 데이터 처리 경험과 1년간의 자체 모델 개발 경험 덕분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플래티어의 기술적 뿌리는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이기 때문이다. 쇼핑몰 웹페이지만 살펴봐도, 제각각의 형태와 화질, 양식을 갖춘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금세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상훈 플래티어 대표 (사진=플래티어)
이 대표는 “문서와 이미지 안의 내용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구획하는 청킹(chunking) 기술이 중요하다”라며, AI 가 아무리 텍스트를 잘 읽어도 문장과 단어, 이미지, 도표 간의 경계를 잘못 구획하면 잘못된 답을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바른 청킹에 초점을 맞춘 문서 판독 ‘파서(Parser)’ 모델을 오픈소스를 활용해 1년여간 자체 개발했다”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높은 정확도를 입증, 굵직한 고객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에는 라벨의 제품 정보를 사진으로 인식해 에이전틱 AI로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제주은행은 대기업 솔루션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60% 미만의 답변 정확도에 머물러 고민하던 상태였다. 하지만, 엑스젠은 처음부터 70% 정도의 정확도를 기록했으며, 이후 맞춤형으로 개선해 기술 실증(PoC) 과정에서 90% 이상의 정확도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사내 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테이블을 포함한 PDF는 타사 솔루션보다 15% 높은 판독 능력을 보였으며 이미지를 포함한 문서는 20%, 인식이 까다로운 한글(hwp) 문서에서도 25%가량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엑스젠을 활용하면 평균 6주~8주 내로 도입과 성과 도출까지 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기업이 원하는 다양한 프라이빗 LLM을 하이브리드로 연결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판독 능력을 통해 기업의 데이터와 연동이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기업 환경을 경험해 온 만큼,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에도 특화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롯데홈쇼핑과 에이전트 추가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공공과 제조, 방산, 금융 등 다양한 산업군과 엑스젠 도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커머스 특화 비즈니스도 확장 중이다. 이커머스 특화 AI 검색 엔진 ‘젠서(genser)’와 이를 적용한 SaaS ‘젠서 디스커버리’가 대표적이다.
젠서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상품 검색에 특화한 AI 서치 엔진이다. 핵심 기능은 바로 ‘AI 코멘트’다. 사용자의 자연어 질의와 클릭·조회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상세 페이지에 관련 설명을 생성한다. 특정 이용자층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등의 ‘문장형’ 데이터를 추가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보를 늘려나가면, AI가 문장을 인식해 관련 질문에 더 정확한 답변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자연스레 AI 검색 최적화(GEO)와도 연결된다. 소비자들이 특정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고, AI 챗봇에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는 경우에도 노출 빈도수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제로 클릭’ 방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데이터 판독과 처리 속도가 강점인 ‘데이터 파운드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1시간 안에 1만5000여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고 관리까지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광학 문자 인식(OCR) 모델의 자체 증강 파이프라인을 구축, AI가 스스로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제 데이터가 아닌 ‘크롤링 데이터’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OCR의 ‘멀티모달 AI 캡션 기능’을 고도화했다는 설명이다. 즉, 천차만별의 형태를 지닌 이미지 속에서도 정확하게 데이터를 구획하고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젠서 디스커버리 사용 예 (사진=플래티어)
젠서 디스커버리는 상품 탐색에 특화한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에 초점을 맞춘 SaaS다. 검색창과 상품 제시창을 한 화면 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UI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는 단정한 스타일 추천해 줘” 등과 같은 자연어 질의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상품을 보기 쉽게 제시해 준다.
기술적 차별점은 범용 LLM보다 훨씬 빠른 상품 검색 능력이다.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1.5B 규모의 소형언어모델(sLM)을 바탕으로 하는 지능형 라우터 ‘스마트라우터(SmartRouter)’가 핵심이다.
범용 챗봇은 사용자의 간단한 상품 탐색 질의에 대해서도 고난도의 추론 과정을 거치지만, 스마트 라우터는 단순 키워드인지 복잡한 자연어 대화인지를 먼저 판별해 처리 경로를 자동으로 선택해 준다. 따라서 대부분 답변은 2~3초 안에 신속하게 이뤄진다.
또, 상품마다 ‘AI 코멘트’를 생성해 제휴사 상품의 AI 노출도를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상품 15만건을 확보했으며, 휠라(FiLA)와 같은 대형 패션 브랜드와도 제휴를 마친 상태다. 일본에서도 라쿠텐 상품 16만건 등 총 56만건의 상품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제휴를 늘려갈 예정이다.
“젠서 디스커버리를 운영하며 축적하는 ‘AI 코멘트’ 자산을 통해 자체 AI 검색 엔진 성능을 점점 고도화할 수 있다”라며 “B2C용 상품 탐색 웹페이지 운영 가능성도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또, 사용자의 탐색 현황 및 검색 인사이트 등을 고객사에서 ‘대시보드’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곧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훈 대표는 “이커머스 특화 모델 ‘폴라(Polar)’ 구축을 넘어, AX 사업에 맞게 기술을 고도화한 것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내에서도 엑스젠을 통해 구성원들이 각자에게 맞는 에이전트를 노코드로 제작하고 활용하는 만큼, 더 많은 기업과 기관에 AX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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