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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상우 뉴스 논평] '문장 문맹(文盲)'이 늘어가는 나라

(조선일보, 'AI 시대 문해력 위기' 중) 한국인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문해력은 AI 시대의 핵심 기술이자 필수적인 생활 조건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이상우 뉴스 논평] '문장 문맹(文盲)'이 늘어가는 나라

이상우 언론인

'옛날 사람들은 민주주의 지키려고 진짜 개고생 많이 하신 것 같다. 진짜 ㅈㅅ(죄송)하고 ㄷㄷ(덜덜)... 독재는 완전 에바각(오버·실수)ㅠ'

어느 학생이 쓴 글이다. 이를 본 박 씨는 "고학년인데도 자신의 생각을 온전한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놀랐다"며,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학생이 너무 많아 올해부터는 글짓기를 시키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I 시대 문해력 위기' 중)

한국인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각종 보고서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며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을 불쌍히 여겨 배우기 쉬운 28자를 새로 만들어 일상에서 편하게 쓰게 하려는" 뜻을 세웠으나, 정작 후손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등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 3·4학년 362명에게 '글을 잘 이해하면 좋은 점 3가지'를 쓰라고 했더니 22%가 3가지를 다 못 쓰거나 엉뚱한 대답을 했다고 한다. 문장을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한 줄로 나란히 쓸 줄도 모르고, 단어만 나열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장차 중학교, 고등학교에 갔을 때 작문 실력이나 문해력이 떨어져 학습에 지장이 올 것이 예견된다.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문해력은 AI 시대의 핵심 기술이자 필수적인 생활 조건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분야에서 나라의 지적 수준을 좌우한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독서량이 최근 조사 결과에서 다소 우려 섞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연간 평균 독서량은 약 2.4권이다. 이는 2023년의 3.9권보다 1.5권이 감소한 수치다. 성인 종합 독서율(지난 1년간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읽은 비율)은 38.5%에 불과했다.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뜻이다.

같은 해 외국의 통계를 보면 미국 17권, 인도 16권, 영국 15권, 프랑스 14권, 일본 6.2권 등이 상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수준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떤 매체로 책을 읽었는가를 보면 요즘의 추세를 알 수 있다. 종이책이 1.3권으로 가장 많고, 전자책 0.9권, 오디오북 0.2권 순이다. 종이책 대 전자 매체(오디오북·전자책)의 비율은 1.3권 대 1.1권으로 큰 차이가 없다.

사람들은 종이로 된 책장을 넘기며 읽는 습관에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위에서 손가락만 움직여 독서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로 세상을 내다본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정작 무엇인가를 읽으려고 휴대폰을 켰지만 곧 유튜브 쇼츠로 눈길이 간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카톡과 틱톡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친구가 보낸 정치 코멘트가 유혹하고, 갑자기 내일 약속이 생각나 캘린더를 눌러본다. 이러다 보면 독서하겠다고 생각한 시간의 절반 이상이 지나버린다.

문해력 문제는 AI 시대가 불러온 위기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이나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날마다 심각해지는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특단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는 '엑스포 20(Expos 20)'이라는 필수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문해력을 단련한다. 187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모든 하버드 신입생이 거쳐야 하는 유일한 필수 공통 과목이다. 학생들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의 주장을 해체하고 자신의 반론을 구축하는 법을 배운다.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읽기와 쓰기를 위한 'PWR(Program in Writing and Rhetoric)'을 운영한다. 비판적 읽기가 교육의 초점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문해력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학생들의 문해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학생들의 문해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요란하게 기구만 만들고 실천은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기구를 만들었다면 널리 전문가를 초빙하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강력히 독려하듯 적극성을 보여 성과를 거두어 세종대왕의 큰 뜻을 실현하기 바란다.

<Who is>

이상우-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 등 역사, 추리소설과 <긴생각 짧은글> <권력은 짧고 언론은 영원하다>등 저서 400여 편을 발표. 한글 발전공로로 문화포장 수훈.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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