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이미도의 아라비안 舞飛 나이트] [10] 자신이 바다임을 깨닫는 파도

‘인간은 자신이 파도라고 믿느라 거대한 바다이기도 하다는 걸 망각하곤 한다(It is easy to believe we are... ‘깨달음이란 파도가 자신이 바다임을 깨닫는 것이다(Enlightenment is when a wave realizes it is the ocean).’ 아이...

[이미도의 아라비안 舞飛 나이트] [10] 자신이 바다임을 깨닫는 파도

영화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

스물 남짓한 여인 소냐가 기차역에서 소설책을 떨어트립니다. 제목은 ‘거장과 마르가리타’. 또래 청년 오토가 건너편 플랫폼에서 뛰어 무임승차합니다. 주운 책을 갖다주려는 겁니다.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사진)’에서 이 책이 둘을 부부로 맺어줍니다. 40여 년 후, 오토는 책 주인공 마르가리타처럼 강인했고 늘 총천연색 삶의 태도로 빛났던 소냐를 추모합니다. 반년 전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낸 그는 이제 누구와도 담 쌓을 만치 마음이 흑백입니다.

아내와의 재회를 앞당기려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오토. 의식이 흐려질 때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아내가 나타나 막습니다. 한편 남미계 주부 마리솔이 등판합니다. 그녀의 이웃 사랑은 구원투수 버금가서 그가 위험해질 때마다 절묘하게 개입합니다. 하루는 딸아이가 그렸다며 선물합니다. 나란히 손잡는 가족 그림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파도라고 믿느라 거대한 바다이기도 하다는 걸 망각하곤 한다(It is easy to believe we are each waves and forget we are also the ocean).’ 미국 어린이책 작가·삽화가 존 무스의 은유입니다. 불교 지도자 틱낫한의 이 통찰에 영향받은 글 같습니다. ‘깨달음이란 파도가 자신이 바다임을 깨닫는 것이다(Enlightenment is when a wave realizes it is the ocean).’ 아이 그림에서 자기만 총천연색이란 걸 발견한 오토가 달라집니다. 소멸을 두려워하는 파도인 줄 알았던 자신이 이웃과 망망하게 연결된 바다임을 깨달은 겁니다.

미하일 불가코프의 앞 소설엔 전차에 무임 승차하는 고양이가, 영화엔 오토 집 주위를 맴도는 길고양이가 나옵니다. 녀석을 줄곧 내쳤던 오토가 무임 입주를 허락합니다. 이즈음부터 그의 무채색 삶이 총천연색으로 바뀝니다. 노인들을 편법으로 내쫓는 개발업자를 상대할 땐 영락없는 파수꾼 오토입니다. 그렇게 이웃과 더 끈끈한 바다가 돼갑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